
- 지난 3월 서부전선의 북한군 기지를 시찰하는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실전 투입 보도는 섬뜩하다. 대한민국을 파괴해야 할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김정은이 전쟁 준비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게 이번 파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북한의 핵무기나 ICBM, 중거리탄도미사일 등은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협박용, 혹은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파병을 견제하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실전에서의 의미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아수라장을 체험해 본 병사들의 경우는 다르다.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터를 경험해 본 지휘관, 직접 사람을 죽여 본 병사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지휘관이나 병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크라이나 파병 경험이 있는 북한군은 전쟁이 나면 거침없이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력(戰力)이다. 6.25 당시 남침의 선봉에 선 것도 국공내전으로 단련된 6만 3000명의 조선족 장병들이었다. 이들은 북한군 21개 보병연대 중 47%인 10개 연대에 달했다.
과거 1990년대까지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억지력 중 하나는 한국군은 월남전 참전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군에서는 월남전 참전자들을 별도자원으로 관리했다고 한다. 비록 나이는 50,60대에 접어들었더라도 유사시에는 큰 쓸모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은 1만 2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너달에 한번씩 3000명 정도만 새 병력으로 교체한다고 해도,실전 체험을 한 병력들은 몇 만 명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북한군은 자기들이 러시아군에 제공한 미사일이나 야포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드론전쟁은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건, 핵실험을 하건 그 의미를 폄하하는 데 급급해 하는 병폐가 있다. 이번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해서도, 북한군이 탈영하고 있다는 둥, 북한군 미사일과 포탄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는 둥 하는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병사들이 탈영하면 탈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고, 미사일이나 포탄이 제대로 안 터지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우칠 수 있다. 장병들이 실전 경험 전혀 안 하고, 미사일이나 야포를 쏘아 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군대는 '싸울 수 있는 군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반면에 국군은 1973년 월남 철수 이후 실전 경험이 전혀 없다. 고작해야 대간첩작전 정도다.
러시아나 북한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사실상 시인하고 있는 데도, 한사코 그 사실을 부정하려 드는 일부 정치인들은 논외로 치자. 하지만 군(軍)도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폄하하려 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비수가 목밑에까지 들어왔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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