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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국제음악제, 예술의 전당에서 화려한 마무리

음악감독 서진, '문장 속 부호와 같은 직조적 지휘' 선보여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1ooho@chosun.com

사진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취재지원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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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들, "서진 음악감독 지휘는 에너지가 넘쳐", "곡을 관객들에게 경험시키는 것 같다"
◉ 조우성 작곡가의 'Resosync" for Glissando Flute and String Orchestra'는 음향예술에 가까운 협주곡
◉ 하이든의 'Cello Concerto No.l in C Major Hob. VIb:1', 첼로가 지휘하고 활(滑)이 완성하는 군무
◉ 차이콥스키의 'Souvenir de Florence Op.70'는 거칠지만 우아하게 끝냈다
◉ 클래식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성', '자기표출', '자기확신'
2024 헤이리 국제음악제는 지난 9월 21일 부터 25일까지 총 6일간 열렸다. 사진=고기정 기자

기자가 가장 최근 오케스트라를 접했던 시점은, 올해 4월 독일을 여행할 당시 베를린 필 하모닉(Philharmoniker)의 3중주(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합주 연주회였다. 


20유로(약 3만 원)라는 꽤 합리적인 가격에 연주를 접했었는데 매우 격정적이었던 연주자들의 열의와 공백 없었던 음향은 상당히 좋은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지휘자가 없어 곡의 물성(物性)을 온전히 느끼기는 어려웠다. 연주에 있어 지휘자의 소중함과 처음 조우한 순간이었다. 


이번 헤이리 국제음악회 피날레 콘서트는 지난 9월 25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렸다. 1층 객석을 꽉 채운 300여 명의 관객들은 연신 팸플릿을 읽으며 연주예정곡에 대한 의견을 열의 있게 나누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피날레의 음악감독인 서진 지휘자(현 계명대 교수, 전 과천시향 상임지휘자)를 향한 모두의 기대감이 홀을 가득 채웠다. 

 

지휘자를 봐야 곡의 물성(物性)이 완성된다 


기자는 이번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리드 방식에 집중했다. 조우성 작곡가의 독주악기(플루트)를 활용한 실험적 음색,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러시아식 선율까지, 연주 예정곡을 한 번 듣고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머릿속에 잔상이 남은 상태니 실제로 미묘한 차이를 느끼기 더욱 용이했다. 연주 내내 마치 귀로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오케스트라는 '듣는 것'을 넘어 '공감'할 수 있어야 관객들이 긴 시간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 특히 느린 마디나 악장의 경우 곡이 아닌, 지휘자의 행동으로 관객의 집중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서진 음악감독의 지휘는 마치 문장의 이어짐과 종결을 알리는 온점, 콤마와 같은 부호처럼 촘촘한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직조(실을 엮어내 작물을 만드는 작업)와 같은 지휘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연주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지휘자가 관객들에게 곡의 여정을 제시하며 곡 고유의 분위기와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물성(物性)적 경험을 온전히 선사했다고 할 수 있다. 


연주 이후 관람객들에게 소감을 묻자 "서진 음악감독 지휘는 에너지가 넘친다", "자휘자가 곡을 관객들에게 경험시키는 것 같다"는 공통적 반응을 보였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기억에 남는다는 의견은 곧 연주 자체를 관객들이 확실히 '읽었다'는 의미다. 


음향예술에 가까웠던 '가을을 긁는 소리'


조우성 작곡가의 "Resosync" for Glissando Flute and String Orchestra는 말 그대로 Resonance(공명)와 Sync(Synchronize:동시에 발생하다의 약어)의 결합어로 다양한 소리가 조화롭게 동기화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해당 곡의 독주악기였던 플루트는 음색이 아닌 음향적 표현을 지향했다. 


가을바람이 다가오는 소리와 동시에 스산함을 긁는 듯한 협주로, 음악인이 아닌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 · 영화에서 음향효과를 만드는 사람)의 영역을 바라본 협주곡이었다. 마치 고(古) 류이치 사카모토의 Still Life(Orchestra Ver.)가 연상되는 곡이기도 했는데, 류이치 역시 단순 음을 넘어 자연 속 소리를 곡에 녹이고 싶어 했던 음악인이었다. 

 

조우성 작곡가 또한 단순 멜로디가 아닌 소리로 자연의 어느 순간을 연상시키는 과정을 시도하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자는 다가오고 있는 가을이 떠올랐는데, 또 다른 관람객은 여름밤의 미묘한 공포를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하이든의 '첼로는 이렇게 활용하세요' 


하이든의 'Cello Concerto No.l in C Major Hob. VIb:1'은 정직하게 첼로가 주인공이다. '첼로를 위한, 첼로로 완성되는 곡'으로서, 타 현악기와의 무리 없는 조율과 적절한 음정 간격 등 첼로만의 특징을 고려하고 첼로만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작곡된 곡이다. 첼로의 매력 중 하나는 낮은 음역대다. 중후한 베이스로 곡 자체의 분위기와 방향성을 '따듯하게' 잡아주는데 이 자체로 관객들의 피로도를 감해준다. 


특히 바이올린과는 대조적 음역대를 담당하며 궁극적으로 곡 자체의 완성도를 올려준다. 현악기의 특징 중 하나인 활(滑)이 첼로를 중심으로 함께 군무를 추는 듯한 정확한 움직임도 이 곡의 묘미다. 


'거칠지만 우아하게 끝낸' 


마지막은 차이콥스키의 'Souvenir de Florence Op.70이다. 이 곡은 현악 6중주(바이올린 2, 비올라 2, 첼로 2)로 실내악으로는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해당 곡의 1악장의 극초반을 가장 좋아하는데 분위기는 '알레그로(Allegro · 빠르게) 콘 스피리토(Con spirito · 생생하게)로 상당히 격정적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의 높은 음역대와 첼로의 베이스가 어우러져 빠르게 연주되는데, 반복되는 선율은 관객들에게 특유의 우아하고 거친 음정을 선물한다. 


반면 마지막 2개 악장은 러시아 특유의 따듯한 리듬이 돋보이는데, 곡의 제목(플로렌스의 추억)을 고려했을 때 당시 피렌체(영어: Florence)를 방문하여 스케치한 곡인만큼, 차이콥스키 나름의 서정성을 러시아식 고유의 민속적 리듬으로 표출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헤이리 챔버오케스트라


2014년 창단된 헤이리 챔버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서진을 음악감독으로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다. 지금까지 다양한 음악회에 참여해 왔으며, 제14회 헤이리 실내악 축제에서는 트리오, 콰르텟, 퀸텟 연주회를 비롯하여 대화가 있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독주회를 기획하여 바흐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 바 있다.


클래식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성' 


요즘은 "우리 음악 들을래?"라고는 물어도 "우리 음악 감상할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듣는다는 것과 감상한다는 것은 '음악 소비'의 관점에서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감상은 난도가 있는 행위로 간주되고,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으로 연결이 됐다. 


클래식 음악이 과거 귀족들만의 소유물이었던 것도 맞지만, 오늘날의 클래식은 인류와 함께 걸어온 '소리'의 이미지가 더 큰 만큼, 역사를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유산이다. 특히 오늘날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표정과 세밀한 움직임을 보면서 '과거에도 저렇게 연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순수한 감정의 표현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인간성은 '감성'과 '표현력'의 유지에서 온다. 그렇기에 음악의 본질적 존재 이유 또한 인류가 언어와 문화를 넘어 하나의 종으로서, '자기 표출'과 '자기 확신'의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소리치고 이어진 시대적 메아리가 아닐까.



글=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사진=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취재지원=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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