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9월 7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한 달 만에 귀환한 '55 대승호' 선원들이 가족들과 만나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월 21일 오전 1시30분, 울릉도 북동쪽 대화퇴 어장에서 조업하던 '391 흥진호'는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북한 수역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합동조사단 발표에 따르면 흥진호는 북한 수역으로 80km 이상 들어가 그곳에서 20시간 동안 조업했다.
'391 흥진호'는 북한 경비정 2척에 의해 발각된 순간 우리 관계 당국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채 1시간가량 도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추격 끝에 붙잡은 '391 흥진호' 선원들을 본 북한 경비정의 승조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국내에서도 '선원 진위' 논란 있는데도 북한은 '의심' 안 했을까?
일종의 '음모론'이긴 하지만, 시중엔 송환된 '391 흥진호' 선원들이 일반적인 어선 선원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주장이 있다. 모자와 마스크를 써 연령대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체격이 건장하고, 20~30대처럼 젊어보이고, 옷차림 등이 여느 어선 선원들과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391 흥진호' 선원들은 경비정 2척에 쫓기면서도 1시간가량 도주했다. 기존 남한 어선 나포 때와 달리 '391 흥진호' 선원들을 후하게 대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391 흥진호'를 원산항으로 예인하고, 선원들을 원산만 해변에 있는 '동명여관'에 수용했다. 동명여관은 우리의 2~3성급 호텔에 해당한다. 원산에선 손에 꼽히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2010년 나포된 '55 대승호'는 억류 당시 선상 생활하며 식사도 자체 해결
2010년 8월 1일, 경북 포항시 동빈항을 출항해 대화퇴 어장에서 조업하던 중 기관 고장에 따라 북한 해역으로 320m 들어갔다가 북한 어업지도선 단속에 걸린 '55 대승호'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나포 이후 함경남도 성진항(소위 '김책항')으로 예인된 '55 대승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북한 억류 당시 선상 생활을 했다. 식사도 일차적으로는 배에 있던 음식재료로 자체 해결했고, 북한이 쌀과 돼지고기 등을 줬다.
배에 머물 동안 이들은 항구 인근 건물로 1명씩 불려가 평양에서 파견된 조사관 2명으로부터 신원과 월선 경위에 대한 집중 조사를 받았다. 단, 320m '침범'했다는 이유로 '55 대승호'는 한 달 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었다.
북한, 원산 고급 숙박시설에 흥진호 선원들 묵게 하고 끼니마다 반찬 바꿔줘
'391 흥진호'의 경우엔 이와 달랐다. 다음은 《한국일보》가 보도한 '391 흥진호' 선장 남모씨의 주장이다.
〈식사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끼니마다 미역국과 된장찌개, 가자미구이, 도루묵찌개 등 국과 반찬이 바뀔 정도였다. 흥진호 선원들은 북한에 나포돼 원산항으로 이동하던 배 안에서 북한군에게 쌀과자를 얻어먹었고, 갖고 있던 라면과 밥을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조리해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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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남씨는 북한이 끼니마다 국과 반찬을 바꿔줬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조선일보 |
북한, 나포 6일 만에 송환 결정… '복어 냉동보관·하역 서비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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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흥진호' 선장 남씨에 따르면 북한은 복어 하역은 물론 냉동보관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조선일보 |
심지어 북한 당국은 '391 흥진호' 어창에 있던 복어 3.5t을 냉동창고로 옮겨 보관해 줬다가 송환 당시 다시 이를 배로 옮겨주는 등의 '호의'를 베풀었다.
결정적으로 북한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해역에 20시간 이상 머물며 불법 조업을 하다가 발각되자 1시간가량 도주한 '391 흥진호'를 엿새 만에 풀어줬다. 그것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송환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 해역에 침범해 잘못했다" "송환시켜 주면 다시 침범하지 않겠다" "북 체류기간 처우에 감사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자술서만 받고 풀어줬다. 북한은 왜 '391 흥진호'에 이렇듯 '친절'했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