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나포됐다가 귀환한 ‘391 흥진호’과 관련한 의혹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몇몇 매체가 ‘391 흥진호’ 선장과 선원을 인터뷰했지만, 이는 오히려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391 흥진호’에 탄 게 첫 승선이라는 선원 A씨는 11월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 16일 울릉도 저동항을 나선 '391 흥진호'는 원래 울릉도 북동쪽 대화퇴 어장 중 한일 중간 수역에서 복어잡이를 시작했지만, 조업량이 시원치 않아 18일 북한 수역으로 이동했다.
북한 해역에서 북한 어선과 싸웠다고 증언한 ‘391 흥진호’ 선원 A
선원 A씨에 따르면 북한 해역으로 이동한 ‘391 흥진호’는 북한 어선과 마주쳤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중앙일보》 기사 중 일부다.
〈새로운 어장으로 이동한 391 흥진호는 조업 중 북한 어선을 만났다. 20여 명이 타고 있던 배였는데 크기는 38t인 391 흥진호보다 작았다. 이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다. 서로 고성을 지르고 욕설도 오갔다.
A씨는 당시 조업하던 장소가 북한 해역일 것으로 추정했다. 선장 B씨가 391 흥진호의 GPS 플로터(해양 내비게이션)의 전원을 끈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툼을 지켜보던 A씨 등 선원들은 북한 어선의 선원들이 떼로 몰려들 것을 우려했다. 수적으로 불리한 데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선장이 배를 멀리 이동하면서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
A씨는 391 흥진호가 18~20일 (북한 어선과 만난) 주변 해역에서 계속 조업했다고 말했다. 어획량이 많아 멀리 이동하지 않았다. 〉
선장 남씨, 송환 안 될까 불안했다면서 왜 북한 해역에 계속 머물렀나?
선원 A씨에 따르면 ‘391 흥진호’는 북한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 북한 어선을 만나 위험한 상황을 겨우 모면했다. 그럼에도 ‘391 흥진호’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주변에서 계속 조업했다.
조금 전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맞닥뜨렸는데도 단순히 복어가 많이 잡혀서 위험을 감수했다는 얘기지만, 이곳이 북한 해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11월 2일, ‘391 흥진호’ 선장 남모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조사과정에 가혹행위는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의 별다른 인권 유린이 없는데도 선장 남씨가 이처럼 송환 여부를 걱정한 건 그가 이미 북한에 나포될 경우 어떤 위험을 겪을지 이미 알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950년대 이래 북한의 우리 어민과 어선 납치는 다반사였다. ‘단순 월선’일 경우에도 송환 여부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고의적인 불법 어로가 드러날 경우엔 북한 당국의 기준에 따라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남씨는 북한 어선과 싸웠던 해역을 떠나지 않고 '복어잡이'를 계속했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