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문을 연 지방 모대학의 연구중심 '중국 공자학원'에서 대학 관계자와 현판식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슈퍼차이나연구소 서명수 대표는 최근 펴낸 《중국부역자들》(서고)에서 공자학원(혹은 공자학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공자학원이 스파이 기관이 아니라는 주장은 맞을 수도 있고 혹은 일부 공자학원이 중국공산당 하부기관처럼 스파이활동을 겸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24년 현재 국내 22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치돼있다. 그 외 1개의 공자아카데미, 4개 중고교와 1개 사설학원에서 공자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28개의 공자학원 외에도 각급 기관에 132개의 ‘공자교실’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숫자상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많은 공자학원이 설립돼 있고 평판도 가장 좋다고 한다.
공자학원의 해외진출 초기 중국은 한국의 대학에 공자학원을 설립하면서 중국의 대학교수들을 파견 지원하는가 하면 연간 약 100만 달러 정도에 이르는 공자학원 설립자금은 물론 10만 달러에 이르는 운영비까지 지원했다고 전한다. 캐나다와 미국처럼 공자학원 퇴출령이 내려진 곳과 달리 이례적으로 ‘무풍지대’다.
2016년 무렵 캄보디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캄보디아 부총리와 공자학원 현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바이두 baidu.com
공자학원과 각 대학이 맺은 계약서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중국은 공자학원을 설립하면서 대학 측에 ‘중국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나 교육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강요한다. 서 대표의 주장이다.
“이 조항이 공자학원이 설치된 국내대학의 발목을 잡는 모양이다. ‘중국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모호하고 느슨한 조항이 각 대학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동시대 중국공산당과 공산당 지도자 그리고 중국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도록 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자학원은 대학생들에게 매월 수십 만 원에서 100여 만 원을 지급하고 중국어 대회 입상자에게 중국 취업을 권유한다. 무엇보다 공자학원을 유치·운용하는 대학은 자연히 ‘친중’이 된다. 중국은 물론 최고지도자 시 주석이나 중국공산당을 굳이 비판하거나 비난할 이유는 없지만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게 된다.
서명수 대표가 최근 펴낸 《중국부역자들》(서고).
또 대학 내 공자학원 운영 예산을 중국 측에 의존하고 있다. 각 대학이 공자학원 측에 강의실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강의 커리큘럼이나 교수진 및 운영예산을 모두 독립적으로 중국 측이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으로부터 교육공간을 무상 임대받는 대신 공자학원은 운영비와 교수진을 중국의 해외선전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아 각 대학에 배분했다. 만일 어느 대학에 설립된 공자학원이 중국정부를 비판하거나 중국정부가 불편해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는 프로젝트나 커리큘럼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공자학원에 대한 중국 측 지원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학생과 직장인이 시중 외국어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중화되는 구조다. 직접적인 스파이활동을 하는 스파이기관은 아니지만 공자학원은 느슨한 구조로 중국정부를 선전하는 문화첨병이라는 것을 감출 수는 없다.
서 대표의 주장이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스파이기관으로 의심하면서 퇴출하고 있는 ‘공자학원’은 정말로 스파이활동을 하지 않는 순수한 중국어 교육기관인가?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문화공정의 하나로 해외에서 중국어를 교육하는 기관일까? 분명한 것은 ‘공자학원에 공자(孔子)는 없다.’ 공자 대신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주석만 있다.”
초한전(超限戰), 한계를 뛰어넘고 경계도 없는 전쟁을 뜻하는 이 말은 시진핑 중국의 새로운 전쟁 전략이다. 서 대표는 “무력을 동원한 협박이 20세기식이라면 ‘초한전’은 기존방식의 전쟁을 포함, IT와 금융, 미디어, 미인계 등의 모든 것을 포괄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전쟁”을 말한다. 국내 일부 인사들과 정보 당국조차 공자학원의 활동이 초한전의 일환이 아닌지 의심한다. 서 대표의 주장이다.
“공자학원이 직접적으로 우리나라나 다른 국가에서 공공연한 스파이활동을 하거나 노골적인 친중 활동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는 없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전개된 상황은 중국의 초한전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된 곳이 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상황은 중국을 미소짓게 한다. 중국문화권에 속한 한국은 중국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인구감소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몰려드는 중국유학생들이 대학운영의 ‘효자’노릇을 하는 줄만 알았지 그들이 국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