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DB.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항상 몸무게 논란이 꼬리표 처럼 따라 붙었다. 2002년 롯데 지휘봉을 잡은 백인천 감독이 당시 100kg에 육박한 거구, 이대호에게 뼈아픈 말과 함께 혹독한 체중 감량을 지시했다. 그라운드와 사직구장 관중석 계단에서 쪼그려뛰기를 했고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사실 이대호의 공격력은 유연성과 뛰어난 선구안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거구에서 오는 파워도 큰 역할을 했다.
롯데 시절 체중이 135㎏를 넘어가며 무릎과 발목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바탕으로 홈런을 펑펑 날렸다.
일본에 진출한 이대호가 체중을 많이 감량했지만, 시즌 초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이대호의 팀 동료 홍성흔은 "지난해 나도 외야수 전향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91㎏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몸은 가벼운데 배트 스피드도 그렇고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선수들 마다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체지방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거포 유망주 김범석을 보면, 이대호와 같은 과(科)인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은 경남고 3학년 시절인 2022년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7에 10홈런을 때려냈다. 이는 고교 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한 2004년 이래 처음 나온 두 자릿수 홈런이었다.
염경엽 감독 등 팀의 기대가 컸는데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몸무게였다. 김범석은 스프링캠프에 체중 감량이 전혀 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결국 2월 중순 부상으로 캠프에서 중도 귀국해야 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을 당한 김범석을 질책하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부상의 원인이 겨울 기간 동안 체중이 늘어나며 몸을 제대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범석은 21일 인천 문학에서 열린 LG와 SSG 더블헤더 1차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로 출전했는데 팀이 6-8로 뒤진 7회초 역전 만루 홈런을 때려 10대8 역전승을 가져왔다.
다만 이대호는 남들보다 많은 훈련과 스트레칭 등으로 부상 위험을 줄였다. 김범석이 염두해야 할 점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