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암괴석 위에 앉아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
기암괴석에 앉은 몬세라트 수도원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할 당시 몬세라트(Montserrat)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몬세라트. 기암괴석이 곡선을 이루는 곳.
1000여 개의 작고 큰 바위 봉우리. 둥글게 마모된 치아 같은, 옥양목 버선발 같은 바위…, 왜 가우디가 ‘신은 곡선을 만들었다’고 했는지 몬세라트에 와서 알게 되었다.
몬세라트가 없었다면, 신이 몬세라트의 바위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해발 1300m에 위치해 있는 바위산. 산의 생김새가 톱니 모양(Mons serratus)을 닮았다고 해서 로마인들은 몬스세라투스(톱니 모양의 산)라고 불렀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등산기차를 타고 올라갔다. 다시 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푸니쿨라라는 밧줄 케이블카를 타야 하지만 밑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기암괴석의 곡선 아래 11세기에 세워진 성 베네딕도회 산타마리아 데 몬세라트 대수도원(Abadia de SantaMaria de Montserrat)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도원이 저 괴석을 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카 성인과 검은 성모마리아상이 수도원에 ‘라 모레네타(La Moreneta)’라고 부르는 검은 성모마리아상이 모셔져 있다. 나무로 만든 검은 마리아상은 루카(누가) 성인이 조각한 것을 베드로 성인이 스페인으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오랜 세월 북아프리카 무어인의 박해를 피해 몬세라트 동굴 깊은 곳에 숨겨두었었는데 880년경 우연히 발견됐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토요일 오후 몬세라트산에서 어린 목동들이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빛과 함께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그다음 주 토요일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렇게 4주간 신비한 체험을 한 목동들이 산속의 한 동굴에서 이 마리아상을 발견했다.
가톨릭 주교가 이곳을 방문해 마리아상을 옮기려고 했으나 너무 무거웠단다. 주교는 기이하게 여겨 산타마리아 예배당을 세웠고 훗날 몬세라트 수도원의 주춧돌이 되었다. 지금도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이 머물고 있다.
검은 성모마리아상
1811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을 때에도 신자들이 목숨을 걸고 검은 성모마리아상을 지켜냈다고 전한다. 교황 레오 13세는 이 성모상을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으로 지정했다. 기념품 가게로 가서 조그마한 검은 성모마리아상을 샀다.
수도원 맞은편 산봉우리 자락에 대형 십자가가 보였다. 사람들은 그곳이 성지(聖地)가 아님에도 걸어갔다. 그곳에서 마치 방언(方言)을 하듯 다양한 인종의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마다 새로운 한 해를 꿈꾸고 서로를 격려했다. 산 위 하늘을 보고 다시 아래 굽이치는 길과 강, 숲을 보며 사람들은 조물주의 현현(顯現)하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