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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그라나다에서 ⑬] 알람브라 궁전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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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태어나 처음으로 유럽에 갔습니다.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노르망디, 스웨덴 마드리드, 톨레도, 꼬르도바, 세비야, 론다, 그라나다,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몬세라트 등지를 주마간산으로 돌아 다녔습니다. 그곳에서 자연과 사람, 예술 작품을 만났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여행의 몇 장면을 공유합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알람브라 궁전의 내부 안뜰 모습이다. 사진=조선DB

스페인의 남쪽 지중해안 피카소가 태어난 태양과 바다가 반반씩 뒤섞인 체취의 그라나다(Granada)라는 도시가 있다. 그라나다, 석류 열매라는 이름의 도시엔 이슬람 문명이 남긴 흙빛 전갈 같은 색채의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주에 있다. 이베리아 반도 내에 아랍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을 가리켜 알 안달루스(Al Andalus)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알람브라(Alhambra), 붉은 거리라는 뜻의 성. 고도 740m에 위치해 그라나다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정갈하며 단순하게 보이는 여느 중세의 성(城)처럼 보이지만 이베리아 반도에서 15세기 말까지 이어졌던 이슬람의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간직한 아름다운 성채였다.


알람브라는 711년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온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이 이미 있던 성채를 확장해 1238년경부터 건설해 오랜 개보수를 거쳐 1358년, 그러니까 딱 120년 만에 완성했다.


우아한 아름다움의 공간이었다. 장인의 손길이 닿으면 돌들이 생명으로 응답하였고 마치 밤하늘 별자리만큼 천장은 아라베스크 문양과 아라비아 서체의 코란 글귀들로 빈틈없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인들이 지내는 ‘하렘’의 벽에도 기하학적 문양과 무늬들이 가득했다. 마치 플라밍고 춤이라도 추는 듯했다.


화면 캡처 2024-02-10 054040.jpg

그림 같은 아라비아 글씨 문양들.

 

이 글귀, 이 모양이 무슨 함의를 담았는지 알 순 없지만 신(神)에 대한 경배, 자연에 대한 경탄을 담았으리라. 아랍의 왕은 어떻게 장인의 마음을 움직여 황홀한 경지를 연출시켰단 말인가. 백성들의 살과 피를 쥐어짜서 만든 결과일까.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그곳에는 영화 <닥터 지바고>(1978)를 촬영했던 흰 눈이 1년 내내 머무는 높은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이 있었다. 시에라 네바다는 글자 그대로 눈 덮인 산맥이라는 뜻. 미국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같은 이름이다. 미국 서부에 처음 도착한 스페인 군대가 만년설의 산맥을 보고 자기네 땅의 시에라 네바다를 떠올리며 그렇게 이름 지은 것이다. 뒤로 산맥이 있고 앞으로는 높은 절벽이 있는 천혜의 요새가 바로 이 궁전이다.


정원을 거닐었다. 줄지어 선 정원수를 보고 관광객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척박한 곳에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밀한 수학적 지능을 발휘했으리라. 그 결과, 물이 풍부한 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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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 궁전의 야경.

 

이 궁전을 보며 아랍의 한 왕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천국이 어디 있느냐고 묻느냐?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1492년 아랍인 국왕 보압딜은 이 천국을 포기하고 이사벨 여왕에게 왕궁의 열쇠를 넘기고 말았다. 이후 오랜 기간 폐허 상태에 있던 알람브라 궁전은 1823년 미국의 낭만주의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이 무어인의 전설을 모아놓은 《알람브라 이야기》를 출판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신정환·전용갑 교수가 쓴 《두 개의 스페인》(2011)에 따르면, 현재 쓰이는 스페인어의 약 4분의 1, 단어 숫자로는 약 4000개의 단어가 아랍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캐러밴(carabana), 대수학(algebra), 시장(alcalde), 설탕(azucar), 오렌지(naranja), 수박(sadia), 알코올(alcohol), 커피(cafe), 기타(guitarra), 쌀(arroz), 물레방아(noria), 올레(Ole!) 등등.

입력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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