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1586). 세계 3대 성화 중 하나다.
톨레도 산토 토메 성당(Iglesia de Santo Tome)에 갔다. 그곳에 오르가스(Orgaz)라는 백작의 작은 경당이 있었는데 그곳엔 들어가지 못하고 성당 입구에 자리한 걸작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1586)과 만났다.
톨레도는 스페인의 옛 수도다. 마드리드 아래에 위치해 있다.
미칼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이어 세계 3대 성화(聖畵)로 꼽히는 인류 문화유산이다. 이 작품은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가 그렸다.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작품을 볼 수 있다는 행운에 과분한 기쁨을 누렸다. 작품이 생각보다 컸는데 가로 3.6m, 세로 4.8m에 달했다. 눈이 환해지는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었다. 지옥의 문 같은 무시무시한 상징도 아니었다. 담백한 사(死), 죽음의 실록 같은 장엄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산토 토메 성당(Iglesia de Santo Tome)에 있는 엘 그레코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다.
톨레도에 있는 산토 토메 성당(Iglesia de Santo Tome)의 모습이다.
금빛 두루마기 제의(祭衣)에 그려진 화려한 수(繡)와 옷 주름의 표현은 미술적 테크닉의 절정(絶頂)을 보여주고 있다. 흑백의 대조적인 빛깔과 노란색, 빨간색의 조화가 작가의 완숙미를 더해주었다.
오르가스 백작은 까스띠야 왕국의 수석 공증인이었으며 톨레도 지방의 귀족이었다. 생전 성당에 많은 헌금을 하고 이웃들을 도운 의인(義人)이었다. 1323년 사망하자 하늘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스테파노 성인이 내려와 시신을 친히 매장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그림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천상의 모습이 양분되어 나뉘어져 있다.
우선 시신의 등을 받치고 있는 이가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 다리를 감싸고 있는 이가 스테파노 성인이다. 왼쪽 횃불을 든 검은색 옷을 입은 소년이 엘 그레코의 아들 호르헤 마누엘이다. 그림 속 소년의 작은 손수건에 1578년이라 적혀 있다. 아들이 태어난 해다.
이 그림 속에 엘 그레코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스테파노 성인의 머리에서 정확히 수직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장례식장 위의 그림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마리아, 오른쪽에 세례자 요한이 있다. 영(靈)의 세계가 마치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듯하다. 죽음 이후 새로운 생명(삶)의 시작을 알려준다. 자세히 보니 마리아의 붉은 치마 바로 아래 노란 머리의 천사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아기가 바로 죽어서 새롭게 태어난 오르가스 백작이다.
톨레도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 인쇄된 엽서 두 장을 샀다. 한 장은 컬러, 다른 한 장은 흑백의 그림이다.
관객이 우루루 몰려나간 뒤에 다시 돌아와 그림과 1대 1로 조우했다. 언제 이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