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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②]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지평선의 끝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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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람객이 오르세 미술관 1층에 전시된 밀레의 작품을 보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에서 밀레의 그 유명한 <만종>과 <이삭 줍는 여인들>을 보았다.


책에서 보던 작품을 가까이, 아주 가까이 그 실핏줄까지 느끼며 바라 보았다. 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델 것 같은 뜨거운 붓의 물결을 보였다. 그 물결로 그린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하늘을 보았다. 한땀한땀 수 놓았다는 문어적 표현이 이 그림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의 구름 속에 아주 자그마한 검은 새들이 보였다. 사진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구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새가 석양의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운명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지평선의 끝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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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센 강변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

 

저 그림이 인생을, 삶을 집약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응하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일생이 성당의 자선 주일처럼 은혜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내뱉는 호흡이, 심장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그림이 우리의 손을 덥석 잡아 끌고서 영적인 식탁 앞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우리의 이삭은 뭘까 생각해 보았다.


유경숙 작가의 산문집 <세상, 그물코의 비밀>(2019)에서 읽었던 문장처럼, 생의 단면을 포착한 아슬아슬한 감정의 경계들이 실핏줄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그림 앞에 모여 있었다. 마냥 그림을 바라보았다. 지긋한 나이의 교사가 그림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뜻은 알 수 없었으나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몇몇 아이는 그림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청했다. 행복해 보였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입력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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