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농촌유학의 든든한 조력자들

영월 농촌유학 ③

최덕철  기자 dch@chosun.com

사진 양수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녹전초등학교가 자리한 산솔면에는 농촌유학생과 학부모를 영월 사람들과 이어주는 조력자들이 있다. 마을에 거주하는 농촌유학 가족들이 편히 머물 수 있게 살피는 녹전3리 최상호(62) 이장, 유학생과 재학생 학부모 간 만남의 자리인 ‘영월투어’를 기획·추진하는 양승우(68) 산솔지역교육협의회 회장이다. 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월에 온 손님들을 진심으로 환대 중이다.
농촌유학생 가족을 친가족 같은 마음으로 맞아주는 산솔면 녹전3리 최상호 이장.

마을 찾은 손님들께 잊지 못할 추억 남길 것”_최상호 녹전3리 이장

 

전통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곳

산솔면에 자리한 녹전3(이하 삼굿마을)는 아직도 물이 맑아 바위틈 속에 가재가 살고, 여름 장마가 끝날 무렵에는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청정지역이다. 예로부터 버드나무가 많다고 해서 버들 ()’자와 밭 ()’자를 써서 유전리로 불렸다. 60여 가구 120여 명 주민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이곳은 계곡 따라 마을이 점점이 형성되어서인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이 조용한 마을이 떠들썩해지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매년 10월 삼굿축제를 열 때와 삼굿체험을 하겠다고 체험객들이 찾아올 때다.

삼굿은 삼베옷의 원료인 대마(大麻) 껍질을 익히는 과정을 말합니다. 대마에서 쉽게 섬유를 채취할 수 있도록 수증기로 찌는 공정인데요. 일명 삼찌기라고도 하죠. 땅에 구덩이를 파서 나무를 넣고 돌을 데워 물을 부으면 연도(煙道)를 통해 고온의 수증기가 흐르며 대마를 쪄냅니다. 요즘은 대마 대신 옥수수, 감자, 고구마, 달걀 등 여러 식재료를 넣어 음식을 익혀 먹죠. 옛 전통방식을 살린 삼굿체험을 하러 사람들이 마을에 오면 맛있게 쪄낸 음식들을 같이 먹으며 정을 나눕니다.”

최상호 이장은 지난 108, 많은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제21회 삼굿축제를 열었다며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 사람들과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삼굿축제가 벌어지는 잔디마당 한편에 자리한 삼굿체험관이 바로 농촌유학생 가족이 머무는 숙소다. 삼굿마을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정보화마을이면서 농촌체험휴양마을, 산촌생태마을이기도하다. 2015년 조성한 삼굿체험관은 사람들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숙소로 녹전초에 다니는 농촌유학생 가족 6가구 중 4가구가 머물고 있다. 샤워시설부터 화장실, 주방시설, 에어컨이 갖춰져 있고 너른 잔디마당을 앞마당처럼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굿체험관 바로 맞은편 마을사무실로 출근하는 손명자(65) 사무장도 유학생 가족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오며 가며 살뜰히 챙긴다.

마을 분들이 정이 많아서 밭에서 딴 농산물들을 숙소 앞에 놓고 가요. 마음의 표현인 거죠. 평일엔 제가, 주말엔 산촌 생태마을 매니저가 상주해 있고, 주기적으로 면사무소와 산솔파출소, 119안전센터의 기관장들이 치안과 안전을 위해 상시 점검합니다.”

손명자 사무장은 숙소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공동 사용공간을 틈틈이 관리하고 자잘한 수리나 고장 사항도 바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의 고향으로 남길

삼굿체험.jpg

                                                    마을 고유의 문화유산인 삼굿체험 모습.

 

산솔면사무소에서 농촌유학 가족이 생활할 주거시설 확보에 나섰을 때,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이 바로 산솔면 12개 마을의 이장들이었다. 이장협의회 회원들은 각 마을의 빈집, 펜션, 마을회관 등 주거 가능한 시설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산솔면에는 현재 삼굿체험관을 비롯해 녹전2리 산솔마을 힐링체험관과 녹전4리 펜션을 농촌유학 가족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최상호 이장은 숙소 탐방을 하러 유학생 가족들이 마을을 찾아왔을 때 몇 가지 걱정이 있었다. 나름대로 잘 준비한 숙소를 사람들이 좋아할지, 도시 살던 사람들이 그것도 아이들을 데리고 낯선 시골마을에 와서 잘 적응할지 걱정이었다. 농촌유학 석 달이 지난 지금, 최상호 이장은 괜한 걱정이었다고 말한다.

숙소 옆 계곡에 나가 아이들이랑 물놀이도 하고, 잠자리도 잡고, 마을 안에서 편히 지내시는 것 같아 이장으로서 기분이 좋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농촌유학 가족들이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 유학생 가족들이 주민들을 만나면 낯가리지 않고 먼저 살갑게 인사해주는 모습을 볼 때 흐뭇합니다.”

산솔면에는 농촌유학생과 학부모, 그들과 동반한 유치원생 자녀까지 포함해 총 21명이 전입신고를 했다. 초등학생이 5명뿐이던 작은 산골마을에 젊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웃음과 활기가 넘치고 있다.

삼굿마을이 제 고향이에요. 오랜 객지 생활을 접고 약 5년 전에 고향마을로 돌아왔는데 고향 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농촌유학생 가족들에게도 삼굿마을이 평생 잊지 못할 제2의 고향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우리 마을을 찾아주신 귀한 손님들이 편하고 즐겁게 지내실 수 있도록 살뜰히 챙겨야죠.”

 

영월투어 통해 학부모 간 만남의 자리 마련_양승우 산솔지역교육협의회 회장

양승우.jpg

               양승우 회장은 영월에 오시는 분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환대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발전 위한 남다른 생각

양승우씨의 이름 뒤에는 많은 수식이 따라다닌다. 2022년 발족한 산솔지역교육협의회 회장, 녹전초등학교운영위원장, 꽃을 매개로 꽃차 판매와 체험, 교육 등을 펼치며 꽃으로 소통하는 사회적기업 화이통(花而通)협동조합 대표 등이다.

35년을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2013년 명예퇴직 후 더 바빠졌다. 반평생 넘는 세월 동안 국가에 봉사하며 살았기에 이후의 삶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자고 생각했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보자 마음먹었다.

지난해 산솔면 교육 관련 단체와 주민대표들이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산솔지역교육협의회(이하 산솔교육협의회)’를 발족했을 때도 적극 힘을 보탰다.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녹전초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 위기로 내몰리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각 학교장, 총동문회장, 지역아동센터장, 이장협의회장 등이 뜻을 모았다.

다행히 올 2학기에 녹전초등학교에 농촌유학생이 오면서 일시적이긴 하나 학생 수도 늘고 마을 주민도 느는 기분 좋은 변화가 생겼다. 그 누구보다 학교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양승우 회장은 유학생 학부모와 재학생 학부모가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렇게 기획하고 진행한 것이 바로 영월투어였다.

애들은 농촌유학을 와서 학교에 가고 방과후수업도 받고 자기들 스케줄 따라 움직이기 바쁘지만 엄마들은 아는 사람도 없는 영월에서 뭘 할까? 생각했죠. 유학생 학부모끼리도 원래는 잘 모르는 사이인데 유학 와서 친해지는 중이고, 기존 재학생 학부모들과도 이렇다 할 친분이 없으니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더라고요.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방법으로 여행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그것이 영월투어의 시작이었습니다.”

양승우 회장과 산솔교육협의회 회원들은 직접 가이드가 되어 6~7시간 여행 코스를 짰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오후 3시에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녹전초는 영월투어에 동행할 학부모를 모집해 주었다. 유학생 학부모 5, 재학생 학부모 4명이 첫 영월투어에 함께 했다. 915일 오전 9시 녹전초에 모인 학부모들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고, 투어 봉사자로 나선 산솔교육협의회 회원들은 안팎으로 학부모들을 챙겼다.

 

영월로 향하는 마음들이 많아지길

제공사진.jpg

              영월투어 중인 녹전초 유학생, 재학생 학부모들이 장릉에 들러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들은 관풍헌에 들러 창작 뮤지컬 월기경춘(越妓瓊春)’을 감상하고 장릉, 청령포 등을 둘러봤다. 특히 장릉과 청령포에는 문화관광해설사 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해 이야기와 함께 하는 풍성한 여행을 제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강사진박물관에 들러 전시도 보고, 박물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눴다. 영월투어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농촌유학을 담당하고 물심양면 지원해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교육지원청, 영월군청 등에 방문해 담당자들과 잠깐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다들 업무를 보는 중이라 오래 있지는 못하고 군청, 교육청 소개도 할 겸 잠깐 인사만 나눴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서류상으로 만났던 분들을 직접 보니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하는데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그간 농촌유학 유치를 위해 애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학부모들도 좋은 기회를 마련해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더라고요. 직접 얼굴 보고 인사 나누면서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영월투어에 동행한 유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영월에 유학 와서 가족들과 가 본 여행지이긴 했지만 가는 곳마다 자신들을 반겨주니 처음 와 본 것처럼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영월에 살아도 바쁘다는 핑계로 잘 오지 못했던 곳을 유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여행해 뜻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승우 회장은 학부모들로부터 이렇게 특별한 여행을 기획해주실 줄 몰랐다, “환대해주는 기분을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영월을 사랑하고, 지역 아이들을 사랑하는 양승우 회장은 화이통협동조합 조합원들과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녹전초 전교생이 꽃농장을 찾아 메리골드를 직접 따서 천연염색을 하고, 밤을 주워 구워 먹고, 다래잼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며 자연 속에서 한참을 노닐다 갔다.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영월에 잠깐 여행 온 관광객이든 영월에 살겠다고 온 귀농인, 귀촌인이든 영월에 오시는 분들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환대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분들께 영월에 대한 좋은 추억을 심어주고 싶어요. 농촌유학 가족들이 유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갔을 때 영월이 자꾸 생각나고,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남아야 하지 않겠어요. 영월로 향하는 마음들이 많아질 때 지역 소멸 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력 : 2024.01.26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슬기로운 지방생활

hangl71@gmail.com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