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와 인근해역을 해경 경비정과 헬리콥터가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조선DB. 사진 속 《이어도문학》(4집) 최신호.
마라도 서남쪽 149km. 중국의 퉁다오로부터 247km, 일본 도리시마에서 276km, 바닷 속 수면 4.6m 아래의 초등학교 작은 운동장만한 땅. 이어도.
피안의 섬, 그리움의 섬, 전설의 섬.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논란의 중심에 이어도가 있다.
이어도와 가까운 7광구. 이 7광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대륙붕 협정을 맺은 지 올해로 꼭 50년(1974년 1월 30일)이다. 7광구 운명은 어떻게 될까. 2023년 11월 30일 국회에서 ‘7광구 결의안’이 통과됐을 만큼 여전히 뜨겁다.
이어도 주변. 사진=조선일보 DB
이 ‘전설의 섬’을 꿈꾸며, 이어도 명예주민이 되어, 문학을 하는 이어도문학회(이희국 회장)가 있다. 제주도 문인들만의 단체가 아니다. 전국 단위 문인 모임이다. 2012년 1월 창립해 정회원 수가 116명. 모든 이가 제주를 노래하고 이어도를 노래하는 문학합창단이자 전설의 섬 이어도 공화국의 주민이다.
이희국 이어도문학회 회장은 “바다 안에 잠긴 암초 위에 기지를 건설한 기적처럼, 우리들이 창작해 내는 시와 글 그리고 노래는 이어도를 국민들의 마음에 널리 전하는 울림이며 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도문학회는 최근 4호 문집을 펴냈다.
이번 문집에 이어도문학상 수상작과 회원들의 작품이 실렸다. 이어도문학상 대상에는 김필영 시인의 ‘대한의 섬, 이어도가 전하는 말’이 뽑혔다.
또 금상에는 윤종남 시인의 <이어도 독법>, 은상에는 이정표 시인의 <춤추는 별, 이어하다>, 동상에는 조경숙 시인의 <이어도 전언>, 김봄서 시인의 <이어 이어, 이어도>가 차지했다.
다음은 대상작인 김필영 시인의 <대한의 섬, 이어도가 전하는 말>이다.
하늘 아래 구름이 알고 바람도 아는데
이어도 물결에 날개 씻는 물새들
제주 남쪽 마라도가 고향이란 걸
국경 너머 사람들만 모른 체 하지
한반도에 뿌리 둔 섬이 아니라
육지에 닿지 않는 암초라 우기지
"이어도 사나" 부르며 노 젓던 하르방들
무욕의 땅 이어도에 잠든 걸 모르지
제주 아낙의 젖은 눈에 글썽이던 별들
유성으로 이어도에 내리는 걸 모르지
애월 해변을 적신 밀물, 썰물로 흘러가
이어도 얼굴을 닦아주는 걸 모르지
칠십육 미터 다리로 우뚝 선 해양과학기지
영일만 용광로에 녹인 삼천사백 톤강철임을,
대양 멀리 태풍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한반도로 몰아치는 바람 길을 헤아리고,
바닷길 헤매는 선박, 조난당하지 않도록
1백 8개 밝은 눈으로 보살피고 있음을,
제주의 섬 마라도 남쪽 삼백칠십 리에
너울 속에 우뚝 솟은 철탑으로 지은 성,
한반도 백두대간의 뿌리 끝 이어도가
제주의 섬이 아니라고 누가 우겨 말하랴
뉘라서 이어도가 대한의 섬이 아니라 우기랴
- 김필영의 ‘대한의 섬, 이어도가 전하는 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