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15일 '2023 송현동 솔빛 축제'가 개막했다. 축제는 내달 2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은 광장에 조성된 '빛의 길'. 사진=월간조선
'110년 금단(禁斷)의 땅' 열린송현 녹지광장이 화려한 빛으로 물들었다. '2023 송현동 솔빛축제'가 지난 12월 15일 개최됐다.
19일 찾은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는 평일임에도 적지 않은 시민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오후 6시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에 빛이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다.
광장 중앙의 '빛의 길' 양쪽으로는 무릎 높이의 조명이 노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속 등장하는 정령들을 보는 것 같다. 이들은 숲을 이루는 생명체로 은은한 빛을 발한다.
'빛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빛의 언덕'으로 불리는 야트막한 언덕에 도착한다. 빛무리 같은 조명이 언덕을 수놓는다. 그 옆에는 구름처럼 보이는 커다란 나무 구조물이 있다. 구름은 무지개 빛으로 쉴새 없이 바뀐다.
베트남에서 온 쨩람씨는 "아름다운 빛을 감상할 수 있어 올해 크리스마스는 더욱 낭만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지개빛 풍선 형태의 조형물 '빛의 산책'
열린송현 녹지광장 중앙에 설치된 '빛의 언덕'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을 본뜬 식음료 부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즐길거리도 마련됐다. 한 시민은 현장 스탭과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겨 서울 주요 궁궐이 그림으로 새겨진 벽시계를 상품으로 탔다. 뱅쇼나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부스도 준비됐다. 부스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통나무 집 형태로 설치됐다.
눈발이 휘날리는 등 날씨는 추웠지만, 시민들의 표정만큼은 즐거워보였다. 현장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면서 "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지난 110년간 일반의 출입이 금지돼 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식산은행 사택, 해방 이후 미군 및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 등으로 활용됐다. 1997년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후 대한항공이 소유권을 얻었지만, 인허가 문제로 사용이 가로막혀 20여년간 높은 담으로 둘러쌓인채 방치돼 왔다. 그러던 2022년 부지 소유권이 서울시로 넘어왔다. 지난해 10월 공원으로 탈바꿈되어 일반에 개방됐다.
12월 15일 개막한 이번 축제는 내년 1월 21일까지 38일간 이어진다. DDP·보신각·세종대로·광화문 광장·청계천 서울광장 등 서울 명소 7곳에서도 '서울 빛초롱 축제'가 동시 진행된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