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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파트 속 과학 (김홍재 지음, 20,000원, 413쪽, 어바웃어북)

과학의 시선으로 주거공간을 해부하다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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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거공간이다. 한국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그 빚을 갚기 위해 한국인은 일한다. 아파트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집값에 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아파트가 딛고 선 과학적 토대에 관해 질문하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이 왜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짧은지, 60억 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마저 왜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2000년대 초반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새집증후군이 대두한 이유가 무엇인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작업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 수백, 수천 세대의 삶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은 ‘과학’이다.

 

아파트의 뼈와 살을 이루는 콘크리트에는 나노과학이, 건물 사이를 흐르는 바람에는 전산유체역학이, 열효율을 높이고 층간소음을 줄이는 벽과 바닥에는 재료공학이 숨어 있다. 오늘날 수많은 학문의 성취가 아파트에 담겨 있다.


한국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건축 구조는 ‘벽식 구조’다. 벽식 구조는 두꺼운 내력벽을 마치 벌집 칸막이처럼 곳곳에 설치해 수평을 지지하는 보 없이 바닥을 바로 올릴 수 있다. 벽식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보가 필요 없기 때문에 건설 재료가 적게 들어가고 층고가 낮아 공사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짓기를 원하는 건설사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며, 우리나라 아파트 거의 대부분이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 그러나 벽식 구조는 한국 아파트의 평균 수명을 단축시키고, 층간소음을 아파트의 숙명으로 만든 1등 공신이다.

 

“벽식 구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2000년대 우리나라에서 건설되는 아파트의 98% 이상이 벽식 구조로 지어졌고, 2020년대에도 건설되는 아파트 열에 아홉은 벽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략) 아파트에서 벽식 구조가 독보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 구조가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벽식 구조는 아파트 평면을 뒤덮고 있는 내력벽을 건드릴 수 없어서 입주민이 평면을 변형할 수 없고 노후화됐을 때 리모델링이 어렵습니다. 구조 역학 측면에서 40층 이상 높이 올리기에도 부담이 됩니다. 또한 위층에서 발생한 소음이 곳곳에 존재하는 내력벽을 타고 아래층으로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_안전성부터 층간소음까지 좌우하는 ‘건축 구조’(161~162쪽)

 

여름의 불청객, 매미. 그런데 아파트에서 매미가 유난히 더 시끄럽게 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공원보다 아파트 지역에서 매미가 더 시끄럽게 울고 있었으며, 열대야에는 비열대야 기간보다 울음소리가 10% 가까이 커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한낮에 울어야 하는 매미가 밤에도 쉬지 않고 우는 이유는,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 조명이 지나치게 밝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매미는 보통 오전 5시를 전후로 울기 시작해 오후 8시 전후로 울음을 멈춥니다. 그러나 야간에도 밝은 도시에서는 3~4시간 정도 더 길게 웁니다. 아울러 매미는 온도에 상당히 민감한 곤충인데요. 녹지가 부족한 아파트 단지가 도시 열섬이 되면서 매미를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중략) 플라타너스와 벚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성장이 매우 빠른 나무입니다. 조경을 빨리 완성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마다 플라타너스와 벚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문제는 두 나무가 말매미(울음소리가 가장 큰 매미)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는 것입니다 ”_<아파트 매미가 유독 시끄럽게 우는 이유>(129쪽)

 

이렇듯 과학의 시선으로 아파트를 구석구석 탐사하는 색다른 집들이에 독자를 초대하는 책이다. 저자는 과학기술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쓰는 과학 칼럼니스트다. 서울대학교 자연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과학동아」 기자를 거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입력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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