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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김일광의 청소년 장편소설 《1958, 위험한 심부름》

‘세상이’의 눈으로 바라본 1958년 포항의 부정선거 사건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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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청보리밭 모습이다. 사진=김일광

경북 포항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일광의 청소년 장편소설 1958, 위험한 심부름(단비)이 나왔다. 이 이야기는 19585월에 있었던 경상북도 영일군(지금의 포항시) ()구 민의원 선거를 바탕으로 썼다. 그때는 양원제 국회로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나눠져 있던 시절이다.

 

자유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부정선거 시비로 같은 해 9월 재선거를 하게 된다. 명백한 증거를 법원조차 외면할 수 없었다. 재선거 역시 조직적인 부정으로 대법원 판결을 거쳐 19601월 재재선거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 헌정사에 얼룩으로 기록된 부정선거였다.

 

작가 김일광은  세상이라는 용기 있는 아이를 등장시켜 어른들의 부끄러운 부정선거 현실을 파헤친다.

 

세상이 아빠는 자유당 후보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위협을 당한다. 괴한들이 밤중에도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는 아빠를 찾았다. 불안한 나날이었다. 소작으로 부치던 보리밭에 불이 났고 지주인 손 영감에게 부치던 땅을 빼앗겼으며 세상이 아빠는 방화범으로 끌려가 소식조차 모른다. 같은 이유로 순이 아빠도 청년들에게 맞아 죽는다.

 

<“, ! , 불이야!”

들녘에는 거센 불길이 마구 날뛰고 있었다. 우리가 소작으로 부치던 보리밭이었다. 확실했다.

난데없이 뭔 소리야?”

장흥 들판이야. 우리가 부치던 밭 맞지?”

맞네. ! 저쪽 솔안에도.”

그러고 보니 또 다른 곳에서도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아니, 몇 군데나 난 거야?”

밤하늘이 검붉게 타기 시작했다.

, 무서워라. 전쟁 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

엄마는 포격으로 온 마을이 불타던,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6.25를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p8)

 

아빠를 기다리던 순이는 어느 날 갈대밭에서 총상을 입는다. 갈대꽃이 피기 전에 홰기를 뽑아서 빗자루를 만들어 팔려 했다. ‘고무장화가죽장화를 신은 사냥꾼들은 순이, 세상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다.

 

세상이는 아빠가 민의원 선거에서 자유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야기, 보리밭에 숨어 가면서 다른 당 후보 운동을 했으며, 선거가 끝나자 바로 소작 땅을 빼앗기고, 불이 난 이야기와 아빠와 함께 순이 아빠가 방화범으로 경찰서에 잡혀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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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광의 청소년 장편소설 1958, 위험한 심부름


아빠의 누명을 풀 수 있는 증거도 하나하나 찾아봐

 

가죽장화고무장화아저씨들은 순이와 세상이를 돕는다. 그리고 기미 독립선언문의 의미를 깨우쳐준 아저씨의 말이 세상이를 변화시킨다.

 

<“우리 모두 그렇게 지내 왔어. 네가 외운 부분은 이런 뜻이야.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 국민임을 선언하노라. 이로써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이것으로써 자손만대에 일러 겨레가 스스로 존재하는 마땅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 곰곰이 새겨보면 독립선언문은 우리 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 준 거야. 그런데 우리는 그 의미를 따져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네 아빠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거야. (중략)

학교 가서 기미 독립선언문 풀이한 것을 찾아서 새기면서 읽어봐. 그러면 아빠가 소작 땅을 잃어 가면서, 괴한들에게 쫓기면서 왜 선거운동을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아빠의 누명을 풀 수 있는 증거도 하나하나 찾아봐.”> (p53~54)

 

아저씨들은 먼저 순이를 대구로 데려가 치료하고, 세상이에게 기름집을 수소문해 불이 난 그날 기름을 사간 사람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세상이는 위험한심부름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호롱이나 남포에 넣을 석유를 파는 영일석유 판매점을 찾아가 한꺼번에 석유를 많이 사간 사람이 마을 지주인 손 영감네 머슴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아저씨가 세상이에게 한 말이다.

 

<“분함을 억지로 삭히려고 하지 마라. 쌓아 가야 한다. 분노를 쌓고 또 쌓아서 힘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존중받지 못한다.”>(p116~117)

 

그렇게 아저씨들의 도움과 세상이의 노력으로 부정선거 증거가 서울의 이만섭 기자에게 전해진다. 세상이 아빠와 순이 아빠, 종만이 아저씨를 향한 폭력적 현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소설 속 이만섭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이 부정선거를 특종 보도한 실제 인물이란다. 훗날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장이 되어 한국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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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기자의 특종기사로 세상에 알려져

 

다음은 김일광 작가의 말이다.

 

실제로 있었던 영일군 을구 참의원 선거가 이야기의 배경입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이만섭 기자도 국회의장을 하신 그 분입니다. 그 분이 병아리 기자 시절, 이 사건을 실제로 취재하여 기사가 되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지낸 분의 증언에 의하면 이만섭 기자가 국회의장이 된 뒤에 당시 부정선거로 낙선한 김상순 씨를 찾아서 국회로 초청해 국회를 구경시켜 주면서 그 억울함을 풀어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증언할 분은 여럿 계십니다. 그러나 세상이와 그 아빠는 가공인물입니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이 아빠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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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일광 작가는 덧붙여 이 책에 담고 싶은 메시지를 이렇게 전해왔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행복할 권리가 있답니다. 하지만 그런 권리도 지키려는 노력 없이는 가질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소중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우리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우리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지는가?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입력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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