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용호는 시대적인 아이콘, 기업, 문화 , 브랜드, 문화유산을 재조명하는 파격적이고 도전덕인 아티스트로 꼽힌다. “사진가이기보다 사상가”라는 평이 그래서 나온다.
그가 또 다른 실험 혹은 도전을 시작한다. 10월 3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영화 <데 베르미스 서울리스(De Vermis Seoulis)>의 시사회를 연다.
원작소설과 동명인 제목 ‘데 베르미스 서울리스’는 라틴어 풍의 조어(造語)로 ‘서울 벌레에 대하여’라는 의미다.
영화 <데 베르미스 서울리스>는 김용호가 촬영한 수 천 장의 사진으로 만든 국내 최초의 스틸 무비다. 프랑스 작가 스테판 모(Stephane Mot)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첫 영문 소설집 《서울 마을들-귀신동과 다른 서울 도시 전설들》의 저자인 스테판 모는 1991년부터 서울과 ‘서로 사로잡고 잡히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시작과 끝을 넘어서 뫼비우스 띠의 무환 순환과 같은 생의 윤회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무겁고 어두운 신비감을 자아내는 아다지오인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이 곡은 스위스 화가 아놀드 뵈클린이 그린 동명의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정신적 고통과 예술적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 <데 베르미스 서울리스>는 아날로그 사진과 AI 기술이 만나 독특한 영상으로 신선함을 자극한다.
현대 서울의 도시 생활과 역사적 변천을 서정적으로 담고 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향수, 부흥, 소외, 몰락, 사랑, 회귀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탐구한다.
영화 스틸 컷을 통해 공개된 원작에서 발췌한 대사들이 경구(警句)처럼 강렬하고 서사적이다.
“신이 존재하는지를 아직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났기에 나는 그 대답이 필요없다.”
“비현실적이라 생각되는 모든 것들은 현실 속에 존재한다.”
“나도 널 사랑한다. 하지만 네가 날 홀리는 것을 멈출 때까지 나도 널 홀리기를 멈추지 않겠다.”
“죽음이란 그렇게 뿌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적 서울에 당신의 영혼을 순순히 맡기도록.”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사진작가 김용호
김용호 작가는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신비스럽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창조해 내, ‘포토 랭귀지’를 형성하고 다양한 작업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민족사진가협회 회원과 한국패션사진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