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을 폭격 희생자로 꾸민 하마스의 가짜 영상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사진=SNS 캡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형을 아기로 둔갑시켜 장례식을 치르는 선전용 가짜 영상을 유포했다가 들통나 조롱을 받고 있다.
14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는 하마스가 최근 텔레그램 계정에 올렸던 한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시오니스트(이스라엘)에 살해당한 어린이 장례식’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다친 듯한 아기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영상을 자세히 보면 염포에 싸인 것은 실제 아기가 아닌 인형이다.
하마스는 인형을 사망한 아기로 둔갑시켜 ‘이스라엘군의 잔혹한 보복 공격’의 증거로 삼으려던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일자 하마스는 급하게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몇몇 누리꾼이 이를 캡처해 SNS에 퍼진 뒤였다. 누리꾼들은 ‘팔리우드’(Pallywood·팔레스타인+할리우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하마스를 조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짜 선전'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 훈련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독일 험볼트-엘스비어 연구소의 사진 분석 전문가 토스튼 벡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전투기 관련 사진은 실제 비행하는 전투기 수보다 더 많아 보이도록 변조됐다"고 말했다. 전투기의 비행 각도와 높이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사진은 전투기 1기를 복사해 여러 번 붙여넣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공개한 사진들도 합성·조작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20년 2월 29일 북한의 기관지 《민주조선》은 <우리나라 영화계의 명성 높은 배우 김정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김정화가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인데,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에 마스크 이미지를 합성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020년 2월 29일 《민주조선》에 실린 <우리나라 영화계의 명성 높은 배우 김정화> 기사 사진. 사진=NK NEWS
2020년 3월 14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강서 분무기 공장 기사 사진 속 마스크 역시 합성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노동자의 얼굴에 씌워진 마스크의 색감과 형태가 도드라지게 강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딥 페이크 영상도 북한의 선전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0년 미국 정치개혁 시민단체인 RepresentUs는 김정은이 영어로 연설하는 딥 페이크 영상을 배포했다. 영상에서 김정은은 "민주주의는 깨지기 쉽다. 당신이 믿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고 말한다.
다만 리프리젠트어스 측은 "미국인들에게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직면하게 하는 취지”라고 해당 영상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RepresentUs 유튜브 캡쳐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의 가짜 선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을 앞두고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짜뉴스와 위장 공세, 선전·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