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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영월의 별밤으로 사(史)야행

영월야행(夜行) 시리즈 ③

최덕철  기자 dch@chosun.com

사진 양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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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일대, 단종 유적을 그린 그림첩 월중도. 19세기 전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하는 월중도 화첩 속에는 전체 8폭의 그림이 들어있다. 단종이 잠든 장릉, 유배지였던 청령포 등이 정교한 필치로 표현된 월중도와 함께 단종의 이야기가 서린 유적지를 거닌다. 낮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여행이다. 야간개장에 맞춰 방문하면 낮과는 또다른 장릉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야간개장에 맞춰 영월 장릉에 방문하면 낮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보물 제1536, 월중도를 아시나요

20071231,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제1536호로 지정된 월중도(越中圖)’. 19세기 전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할 뿐 누가 그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뛰어난 그림 필치와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왕실 어람용으로 제작하지 않았나 추정할 뿐이다. ‘월중이라는 그림 이름에 대해서도 의견이 좀 나뉜다. 한자 그대로를 풀이해 영월 내를 뜻한다는 설도 있고, 영월의 옛 별명인 월중에서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월중도는 가로 33.5cm, 세로 36cm 크기의 화첩이다. 지금으로 치면 2페이지 펼침면에 각각 장릉, 청령포, 관풍헌, 자규루, 창절사, 낙화암, 행정기관을 일컫는 치소(治所) 그리고 영월 일대를 그린 지도 이렇게 8개의 그림이 차례로 그려져 있다. 그림의 중심에는 영월에 있는 단종 유적들이 자리를 잡았고, 유적 주변의 산과 강, 민가 등을 정교한 필치로 담아냈다. 밝은 색채를 많이 구사한 월중도는 단종의 한이 서린 유적지라는 느낌을 덜어내고 화사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산과 나무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산천을 소재로 그린 진경산수화 풍의 여운이 깃들어 있다. 그림 상단과 주변에 해당 장소에 관한 설명을 기록해두었다.

 

세계문화유산 장릉을 밤에 거니는 기분

월중도 제1면을 장식하는 그림은 바로 조선 제6대 임금 단종(1441~1457)이 잠든 장릉(莊陵)이다. 조선 5대 임금 문종의 아들로 태어난 단종은 1452년 아버지 문종이 재위 24개 월 만에 승하하자 12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안타깝게도 어머니 현덕왕후가 단 종을 낳은 뒤 하루 만에 출산후유증으로 승하해 부모 모두를 잃었다. 열두 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의 왕좌는 위태로웠다.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던 단종의 작은아버지 수양대군 (세조)1453년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찬탈하자 어쩔 수 없이 세조에게 왕위를 선위하고 1455년 상왕으로 물러났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등 사육신을 중심으로 단종 복위 운동 이 일어났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이를 이유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었다. 단종이 뗏목 없이는 육지로 나올 수 없는 섬 아닌 섬 청령포 밖을 나 와 객사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여름 홍수에 청령포가 잠길 위험에 처해서였다.

단종의 영월살이는 그리 길지 않았다. 유배 4개월만인 음력 1024, 세조가 내린 사약 을 받고 17세의 일기로 승하했으며 충신 엄흥도가 목숨을 걸고 시신을 찾아 암장했다. 지 금과 같은 왕릉의 모습을 갖춘 것은 1516(중종 11)이 되어서였다. 1698년 숙종 24년에 이르러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이라 명명했다. 단종 사후 241년이 지나서였다. 장릉은 1970년 사적 제196호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JPG

 

         단종이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았던 관풍헌에서 장릉 낮도깨비 공연이 한창이다

 

영월 중심부에 있는 장릉이 오는 10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주 2회 야간개장을 하고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더 많은 이야기가 들릴 것 이다. 다만 야간개장 때도 문화관광해설사 시간은 오후 5시에 마감되기에 늦어도 4시경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장릉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단종역사관이다. 단종 탄생부터 1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일대기를 기록한 사료가 전시되어 있다. 단종역사관을 나와 길 따라 걸으면 제사와 관련해 전반적 준비를 하는 재실,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 등이 길 따라 정갈하게 들어서 있다. 단종의 능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밤이 내려 앉았지만 장릉 곳곳의 조명이 길을 밝히고, 머리 위에 뜬 달과 별이 동행해주니 무섭거나 외롭지 않다. 능을 지키는 정령송 사이를 거닐며 단종의 생을 생각한다. 비록 생의 길이는 짧았지만 현세에 잊지 않고 오래도록 회자 되고 있으니 섭섭한 마음 조금 푸시라고, 마음 편히 쉬시라고 장릉에 잠든 어린 왕에게 말을 건다. 장릉에 갈 땐 겉옷을 챙겨 가는 게 좋다. 영월의 가을이 깊어지는 만큼 밤공기가 차갑기 때문이다.

 

월중도가 안내하는 길 따라 영월 야행

월중도 화첩 속 제2면은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淸泠浦). 아름다운 송림이 빽빽이 들어찬 청령포는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출입할 수 없었다. , ,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달아날 수 없는 곳. 남한강 지류인 서강이 곡류해 반도 모양의 지형을 이룬 청령포는 오늘날 아름다운 경치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광 명승지다. 월중도 그림 속에도 휘감아 돌듯 흘러가는 서강의 물살이 거세게 표현되어 있다. 단종 거처 주변으로 십여 그루의 소나무가 그려져 있고, 서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험준한 산맥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답답한 단종의 심경을 대신 표현한 것만 같다. 청령포 매표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배를 타고 청령포에 닿는 시간은 대략 2~3. 배는 수시로 운행한다. 청령포는 야간개장을 따로 하지 않기에 청령포 안에서 야경을 감상하지는 못한다. 마지막 시간에 들어가 나오는 길에 나루터에 앉아 해질녘 청령포를 바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3.JPG

 

                    비 내리는 밤, 단종의 삶을 생각하며 장릉의 정령송 사이를 거닌다

 

월중도 제3면과 4면은 영월 객사 관풍헌(觀風軒)과 자규루(子規樓). 두 유적지는 영월읍내 같은 장소에 함께 있다. 관풍헌 대각선 방향에 자리한 영화 라디오스타촬영지 청록다방에서 뜨끈한 쌍화차 한 잔 마시고 관풍헌을 거닐어도 좋겠다. 관풍헌은 단종이 사약을 받은 곳이다. 홍수를 피해 청령포에서 나온 단종은 영월부 객사 동익헌이었던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다. 관풍헌 밖을 나올 수 없었던 그는 자규루에 자주 올라 시를 지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단종이 지은 자규시(子規詩)에서 외로움과 고독함, 한 맺힌 절규가 전해진다.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온 뒤로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 속을 헤맨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중략)”

 

관풍헌에서는 오는 10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주2회 문화공연과 야시장을 접목한 문화야시장이 열린다. 고요했던 관풍헌이 주말 밤, 사람들 소리로 시끌벅적해진다.

월중도 제5면에 사육신을 배향한 사당 창절사(彰節社), 6면 단종의 시녀와 시종들이 순절한 낙화암(落花巖)까지 이 가을, 월중도가 안내하는 길 따라 영월 야행을 떠나보자.

입력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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