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딴 금메달 입니다!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 신유빈-전지희조가 북한 차수영-박수경에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석은미-이은실조 이후 21년만의 금메달. 석은미 코치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대표팀 코치로 신유빈-전지희조를 이끌며 21년만의 금메달 현장을 함께 했다. 사진=조선DB.
전지희-신유빈 조가 여자복식에서 21년 만에 한국탁구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물했다.
'세계랭킹 1위' 신유빈과 전지희(30·미래에셋증권)는 2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북한 차수영-박수경 조(랭킹 없음)와의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4대1(11-6, 11-4, 10-12, 12-10, 11-3)로 승리했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띠동갑이다. 전지희도 신유빈의 시절이 있었다.
전지희의 중국 이름은 티안민웨이. 중국 허베이성 랑팡에서 초등학교 탁구코치로 일하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7살에 탁구라켓을 손에 잡았다. 2002년 10살 때 집에서 한참 떨어진 칭다오로 탁구 유학을 떠났다. 2005년 중국 최고의 탁구클럽 루넝 클럽에 입단했다.
청소년대표 시절,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우승자인 치바오샹을 사사했다. 장이닝, 펑톈웨이, 궈예를 길러낸 스승 아래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다.
하지만 유망주들이 즐비한 중국에서 자리를 잡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 탁구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것만큼 어렵다.
열여섯 살 되던 2008년 한국 귀화를 결심했다. 지난 2008년 김형석 당시 서울시청 감독이 국내로 데려와 새로운 탁구 인생을 시작하도록 했다.
전지희는 연습생으로 3년을 보낸 후 2011년 일반 귀화 시험 끝에 한국인이 됐고, 귀화선수 규정에 따라 또 3년을 기다려 2014년에야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지희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만큼 귀화 탁구 선수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전지희의 파트너 신유빈은 탁구계가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선수다. 일찌감치 유망주로 통하던 신유빈은 과거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스타킹에 출연해 '탁구 신동'의 면모를 맘껏 뽐냈다.
2019 아시아탁구선수권 파견 국가대표 선발평가전에서 여자탁구 사상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1969년 11월, 문영여중 3학년 때 '최연소'로 남녀종합탁구선수권을 제패하며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사라예보 세계 챔피언' 이에리사 전 의원(전 태릉선수촌장)보다 4개월 빨랐다.
신유빈은 2021년 처음 출전한 종합 국제대회인 2020 도쿄올림픽에서 입상엔 실패했지만, 당당한 플레이로 미래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곧장 부상이 신유빈을 덮쳤다. 2021년 11월 열린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중도 기권했고,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손목 치료를 위해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른 신유빈은 애초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 할 뻔했다. 수술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뛸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여파로 1년 미뤄졌고, 새로 치른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극적인 금메달 수상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