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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청정 영월의 별밤으로 들어 와(臥)야행

영월야행 시리즈 ②

최덕철  기자 dch@chosun.com

사진 양수열 
사진 영월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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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들리고 입이 벌어진다. 잔뜩 솟아있는 승모근이 붙잡지 않았다면 고개가 뒤로 발라당 넘어갈 참이다. 까치발을 든다고 해서 밤하늘의 별이 잡히는 것도, 그 별을 딸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어떻게든 키를 늘려 하늘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 애쓴다. 영월의 가을밤은 이런 것이다. 필라테스로도 찾지 못했던 숨은 키를 찾아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봉래산 별마로천문대에 서면 영월 야경이 한눈에 담긴다.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느티나무 언덕에 누워

영월읍 방절리, 영월강변저류지 안에는 수령 520년이 넘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다. KBS-2TV 예능 ‘12에 나왔던 장소이기도 하다. 영월관광센터에서 차로는 1~2, 도보로는 넉넉히 20~30분이면 닿는다. 청령포초등학교를 지나 신아아파트 맞은편 공원주차장(방절리 473)에 차를 대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주차장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느티나무로 가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수변공원의 다양한 수생식물들도 볼거리다.

높이 18m, 둘레 6.3m의 느티나무는 2003111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구전을 통해 전해지는 느티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옛 어르신들이 개울로 떠내려가는 한그루 느티나무를 건져 심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느티나무에 종을 매달아 종을 치는 숫자에 따라 마을의 중요사항을 전달했고, 단오에는 느티나무 아래 모여 그네를 탔다고 한다. 오랜 세월 수많은 생과 사를 지켜보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는 2010년 구하도 지형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느티나무 섬으로 조성했다. 2023년에는 느티나무를 받치고 있는 사면에 붉은색 매자나무 5만 본을 식재해 아름다움을 더한다.

영월군은 느티나무가 서 있는 영월저류지 68m2를 동서강정원 청령포원으로 2025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청령포IC를 통해 영월읍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청령포원은 저류지 내 수로에 물고기, 수달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사 근심을 모두 품어줄 것 같은 거대한 느티나무는 장릉, 느티나무, 청령포로 연결되는 새로운 역사·정원 관광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느티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명하듯 영월군은 지난 7월 느티나무 이름 공모를 진행했다. 아직 선정된 이름은 발표되지 않았지만(영월통신 발행일 기준),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느티나무가 어떤 이름을 갖게 될지 기대된다. 느티나무 언덕은 해 지기 한 시간쯤 전에 가는 것이 좋다.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다가 해가 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청령포원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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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여 년 사람들의 생과 사를 함께한 방절리 느티나무 언덕.

 

영월 시내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법별마로천문대에 올라

해발 799.8m 봉래산 정상에 자리한 별마로천문대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이름처럼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영월의 인기 여행지이자 야경 맛집으로 불린다. 별마로천문대에는 지름 800mm 주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달이나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최대 54명이 동시 관람 가능한 천체투영실은 날씨와 상관없이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실시간 밤하늘을 보는 것은 아니고 천체투영실에 설치된 8.3m 돔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하는 방식이다. 9,500여 개의 별을 보여주며 별자리 찾는 법, 로마 신화 등 재미있는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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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마로천문대는 영월 야경 맛집으로 유명하다.

 

가을밤의 사각형이라 불리는 페가수스 자리와 안드로메다 공주, 영웅 페르세우스, 이 가족의 가장 케페우스 왕과 카시오페이아 왕비가 가을밤을 수놓는다. 가을밤의 주인공들을 찾기 위해서는 밤하늘의 가장 뚜렷한 사각형 페가수스 자리부터 찾으면 된다. 사각형을 중심으로 별자리 모양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페가수스 자리 위로 안드로메다 자리가 있고 그 위로 알파벳 더블유(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가 자리잡고 있다. 보조관측실에서는 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 등 다양한 망원경을 이용해 낮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달, 행성, , 성단, 성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별 무리 중심에 들어서서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껴보는 에레보스의 빛, 태양 빛을 품은 달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우주의 길목과 마주하는 헤메라의 밤, 무수한 별빛 중 떨어지는 별을 잡으며 소원을 빌어보는 도로시의 별 등 미디어존에서 다양한 조형물과 빛의 향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별마로천문대는 홈페이지(www.yao.or.kr)를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동절기(10~다음해 3)에는 오후 2시에 오픈해 230분부터 1회차 프로그램이 시작되며 주·야간 총 5회차로 운영된다. 하절기4~9월에는 3시 오픈, 330분에 1회차 프로그램이시작된다. 영월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카페799와 봉래산 정상 표지석이 있는 활공장은 예약 없이 출입 가능하다. 맑은 날, 높은 곳에서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영월 시내 야경은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고개 들어 가을밤의 네모, 페가수스를 찾아본다. 하나를 찾으면 그 옆으로 이어진 별자리들이 눈에 들어와 찾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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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래산 정상 표지석 위로 은하수가 흐르고 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캠핑의자에 누워

산 좋고 물 좋은 영월에는 캠핑장이 100개가 넘는다. 무릉도원면, 주천면, 김삿갓면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해 있는데 그중 무릉도원면 법흥계곡 따라 40여 개 캠핑장이 도열해 있다. 캠핑장 대부분 서강과 동강변, 혹은 그 지류에 자리하고 있어 물멍, 산멍은 물론 밤에는 별멍, 달멍까지 가능하다. 주변의 빛이 사라지고 캠퍼들이 하나둘 불을 끄고 잠을 청할 때, 화장실에 가려고 나섰다가 칠흑 같은 밤의 별 무리를 본다. 지금 이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있을까. 본래의 목적도 잊은 채 자리에 서서 별을 보다가, 의자 위로 털썩 몸을 눕힌다.

세상 모든 별을 홀로 차지한 것 같은 승리감, 반짝이며 말을 건네는 별들에게 들리지 않게 속으로 화답하는 비밀의 대화, 걸을 때마다 서걱거리는 캠핑장 파쇄석 소리와 그에 맞춰 울어대는 풀벌레, 저 멀리 마을에서 들리는 컹컹컹 개 짖는 소리의 완벽한 하모니. 한 번이라도 별에 취해본 사람은 호언장담한다. 수억 광년 떨어져 있는 신비한 존재들이 아주 작게 반짝이며 재잘거리는 모습에 홀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캠핑하기 딱 좋은 가을, 별과 달이 있는 영월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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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은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가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 성지다.

입력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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