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에서 기획 전시 중인 양순열 작가의 대표 작품 <오똑이(Ottogi)>와 시골 옛집을 해체하여 얻은 흙벽돌. 오래된 흙벽돌은 대지를 재현하여 평화로운 공생을 염원하는 어머니인 ‘오똑이’의 모성을 강조하는 오브제다. 사진=양순열
모성(母性)의 작가 양순열(梁順烈)이 서울과 경기도 안산에서 잇따라 전시회를 갖고 있다. 양순열은 확장된 모성의 회복을 통해 이 시대가 처한 위기의 극복과, 인간·사물·자연 사이의 영적 교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다.
1.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기획전시
먼저 2023대학박물관진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모성>전(展)이 10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사실 모성은 20세기 들어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과거의 모성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 ‘헌신’에 초점이 맞춰져 미화되어 격찬하거나 반대로 무능함과 부도덕의 굴레를 씌우기도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성차별과 성평등의 치열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존엄과 가치는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현대의 모성은 신화가 아닌 현실의 양육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순열 작가의 모성은 ‘당당’하고 ‘강인’함의 상징이다. 대표 작품 <오똑이(Ottogi)>는 턱을 당기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 한곳을 응시하는 상(像)이다. 이 오똑기는 양육을 경험한 예술가가 양육을 경험하며 예술가로서 자신을 회복한 강인한 어머니의 현재가 겹쳐 보인다.
양순열 선생은 “무지개 색으로 표현된 <오똑이>에서 남녀 구별없는 확장된 범우주적 모성이며 작품에서 순수성 회복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초기 작품 <호모사피엔스>를 통해 인간 존재에 관한 탐구로부터 시작해 <오똑이>에서 모성애로 깊어진다.
양순열 선생이 무너져 가는 시골 흙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경북 안동의 시골 옛 가옥을 해체하여 얻은 320개의 흙벽돌이 작품과 함께 설치된다. 오래된 흙벽돌은 대지를 재현하여 평화로운 공생을 염원하는 어머니인 ‘오똑이’의 모성을 강조하는 오브제가 된다.
다음은 양순열 작가와의 일문일답.
-이번 전시에서 <오똑이>와 함께 오래된 한옥을 해체해서 얻은 흙벽돌을 설치했더군요.
“시골집 동네에서 거의 100여년 된 흙집을 멸실해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라지는 흙집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곳에서 현재 우리를 있게 해준 한국 선조들의 모성을 찾고 싶어 허락을 받아 해체하여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해체 중의 흙집에는 곳곳에 모성의 진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모성이 느껴지는 것들 중에 하나인 흙벽돌과 이번 전시를 함께 하고자 합니다.
대지의 모성인 흙은 소중한 자연유산을 상징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상기시키는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삶과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고, 환경보호와 지구 생태계를 위해 흙의 중요성을 ‘마더 오똑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보고 싶었습니다.”
- ‘나의 어머니’ 또는 ‘나의 아이’와의 경험은 창작에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요? 여성 작가의 입장에서 경험한 ‘모성’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현시대에서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조화로운 양육 방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질문하신 ‘나의 어머니’ 또는 ‘나의 아이’와의 경험은 딸과 엄마로서 늘 접해서 피부로 와 닿는 것입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아낌없이 주는 사랑, 순수한 사랑, 박애였습니다.
이 모성의 순수한 사랑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힘들 때도 정말 많지만 결국은 저에겐 늘 샘솟는 에너지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양육의 시간들은 희생의 시간이라기보다 저를 더 성숙하게 해주었고 강인한 모성의 상징인 <오똑이>의 창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아트위크 주간을 맞아 경복궁 옆 열린송현녹지공원에서 9월 1일부터 넉달간 전시되는 특별전 ‘땅을 딛고~송현’ 모습이다. 무지개색 의상을 ‘입은’ <오똑이>의 모습이 보인다.
2. 2023 서울 아트위크 특별전 ‘땅을 딛고~송현’
양순열 작가는 서울 아트위크 주간을 맞아 경복궁 옆 열린송현녹지공원에서 9월 1일부터 열린 특별전에 청년작가와 중진작가 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특별전 ‘땅을 딛고~송현’은 올해 말까지 넉 달간 이어진다.
3.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에 등장한 ‘오똑이’
작가 양순열은 경기도미술관(경기도 안산 단원구 동산로 268)의 2023 소장작품전 <잘 지내나요?:How are you feeling today?>에서도 <오똑이> 연작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작품전 콘셉트는 ‘위로’다.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취지. 양순열을 비롯해 노재운, 양아치, 콜렉티브 안녕, 함양아 등의 작가들이 모두 참여한다. 내년 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3월 16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이어지는 2023 소장품전 <잘 지내나요?> 모습이다.
불안과 공포, 두려움과 외로움은 우리 공동체가 함께 겪고 있는 재난에 대한 상처이자 아픔이 아닐까.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비극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상처에 필요한 ‘위로’를 현대미술을 통해 생각해보고자 한다”며 기획전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양 작가는 이 전시에서 6m 크기의 대형 <오똑이> 조각을 비롯해 3.6m, 3m, 1.9m 높이의 <오똑이> 10점을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설치했다. 또 <호모 사피엔스> 연작 40점도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