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의 꿈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토종다래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는 토종다래
영월읍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려, 북실교를 지나 산비탈을 오르면 점점이 자리한 토종다래 농가가 보인다. 영월군 중동면 연상리 일대, 예부터 다래가 많이 열리는 골짜기라 해서 어르신들이 ‘다래꼬댕이’라 불렀던 곳. 김재숙(60)·김성수(62)씨 부부가 운영하는 꿈꾸는 다래농원은 그 다래꼬댕이에서도 해발 600m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1,000여 평 규모의 농원에는 약 100주의 토종다래 나무가 사이좋게 어깨를 걸치고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다. 9월 수확철을 앞두고 다래 열매들이 몸집과 당도를 불리고 있다.
“올봄, 냉해가 왔는데 꽃이 늦게 펴서 피해를 입지 않았어요. 늦은 만큼 꽃이 많이 피어 다래가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원래 4m 간격으로 식재했던 것을 나무와 나무 중간에 한그루씩 더 심는 밀식을 했어요. 동해를 입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죽지 않고 다 살아도 밀식하면 수형이 길게 뻗지 않아 유인하기가 좋아요. 열매도 튼실히 맺고요.”
김재숙·김성수씨 부부는 농원 곳곳을 돌며 자식 자랑하듯 다래 자랑에 열중했다. 맛 좋고, 먹기 좋고, 건강에도 좋은 토종다래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 중인 토종다래는 청산, 광산, 그린하트 등 품종이 다양하다. 꿈꾸는 다래농원에서는 당도 18브릭스, 산도 0.4%의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청산 품종을 재배한다. 얼핏 풋대추를 닮은 이 토종다래는 껍질이 얇고 크기가 작아 껍질째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게 매력이다.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많아 피로 해소와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영월의 자연에 홀리다
포만감도 있고 소화에도 좋은 다래분말주스.
지금은 베테랑 농부지만 이 부부의 인생 계획표에는 귀농 자체가 없었다.
“둘 다 경남 마산이 고향이에요. 영월엔 연고조차 없었죠. 남편이 영월교도소로 발령받아
올 때도 주말부부로 지냈어요. 가끔 영월에 올 때 여기저기 다니다 북실마을에 오게 됐
죠. 숲속 도랑 쪽으로 오디랑 산딸기가 열려 있는 걸 보니 어릴 적 오빠랑 도시락 들고 산
딸기 따러 다니던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야말로 “영월의 자연에 홀렸다”는 김재숙 씨는 폐가를 덜컥 사버렸다. 그 일대 땅도 샀다. 집은 수리했다지만, 빈 땅에는 무엇을 심어야 할지 막막했다. 재미있게도 자신의 사주에 녹색 계통이 어울린다는 말이 번뜩 떠올라 매실과 소나무만 잔뜩 심어놨다. 김재숙씨를 토종다래 재배의 길로 이끈 것은 영월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한 ‘귀농귀촌 멘토-멘티 프로그램’이었다. 센터를 찾은 김씨에게 한 남자분이 “북실에서 왔으면 샘말농원을 찾아가 보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집과 불과 400m 떨어진 곳에서 토종다래 농원을 하던 곽미옥 대표에게 무턱대고 찾아가 멘토가 되어 달라고 청했다.
자식 자랑하듯 토종다래 자랑에 여념 없는 김재숙씨.
“5팀 뽑는 데서 6위를 했어요. 탈락이었죠. 그런데 며칠 뒤 선정된 한 팀이 포기해 자리가 났다며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하늘의 뜻인가 싶었죠.”
곽 대표는 김재숙씨의 든든한 멘토이자 둘도 없는 언니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다래나무 묘목을 심어 두면 세월이 키워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풀도 베야지, 유인도 해야지 할 일이 산더미였다. 김씨는 “무식해서 용감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혼자 먹기 아까운 영월 다래 많이 알려주세요
지난해 김성수씨가 은퇴하면서 농원 운영이 더 촘촘해졌다. 부부는 토종다래를 수확해 과일로도 판매하지만 가공품으로도 생산한다. 영월군농업기술센터에서 동결건조 후 가루로 낸 다래분말, 다래를 반으로 잘라 동결건조한 다래칩, 다래 생과에 백설탕을 함께 넣고 끓여 만든 다래잼, 영월에서 재배한 딸기로 만든 딸기잼, 딸기칩 등이다. 김재숙씨가 다래 농사에 일가견이 있다면, 꼼꼼한 김성수씨는 가공 일을 즐긴다. 대부분 모든 일을 부부가 함께하지만 주 담당 분야가 달라 효율적인 분업이 이뤄진다.
부부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을 통해 토종다래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꿈꾸는 다래농원의 여러 제품 중 특히 인기 있는 것은 다래분말. 별도의 첨가물 없이 100% 토종다래로 만든 다래분말은 샐러드 위에 뿌려 먹거나 요거트, 우유에 넣고 갈아 마시면 포만감도 있고 특유의 끈적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반으로 잘라 건조한 다래칩은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 물론 어른에게도 좋다.
올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업체로 참여한 꿈꾸는 다래농원은 영월군청에서 기분 좋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농원 제품이 답례품 첫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 답례품몰에서는 100g짜리 분말 2개로 구성된 토종다래분말세트와 다래분말, 다래잼, 딸기잼 3종으로 구성한 세트 제품을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3만 포인트(3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을 통해 영월 토종다래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껍질째 한입에 먹는 토종다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홍보의 일환으로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다래 모종을 분양하고, 올가을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다래 수확 체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곽미옥 대표의 뒤를 이어 올해 ‘영월토종다래연구회’ 회장을 맡게 된 김재숙씨는 ‘함께 가는 연구회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현재 영월에는 25개 농가가 다래농사를 짓고 있고 내년에 귀농한 다섯 농가가 추가로 연구회에 가입할 예정입니다. 토종다래 농가들이 마음을 합해 다래를 알리고, 향후 각 농가에서 수확한 다래를 모아 하나의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뜻하지 않게 영월로 귀농한 것, 곽미옥 대표를 만나 토종다래를 알게 된 것, 매번 큰 도움을 주는 영월군농업기술센터가 곁에 있는 것이 자신들의 복이라는 김재숙·김성수씨 부부. 두 사람은 하나 버릴 것 없고 영양까지 풍부한 토종다래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과일로 자리매김할 그 날을 꿈꾼다. 문의 010-2842-0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