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외교 성과를 비난했다. 그는 해당 논평에서 '들러리 외교' 운운하며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외교의 먹잇감이 됐느냐"고 물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논평 내용을 보면서, 생각나는 장면이 몇 가지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국가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불분명한 이들이 지금 와서는 '선진국' 타령을 하는 모습, 문재인 정권 때는 대단한 외교를 했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모습은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
문재인 정권은 대중 저자세 외교를 폈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 정권은 중국에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게 하겠다. 그리고 사드 운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의 '3불 1한'을 약속 또는 선서(중국 측 표현)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안보주권을 중국에 넘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문재인 정권의 한 축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들러리 외교' '외교 먹잇감'을 운운하며 윤석열 정부를 공격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소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한답시고,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각종 제재를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한국 관광 상품 판매 중단이다. 중국 당국은 2017년 3월부터 올해 8월 10일까지 이 같은 경제 제재를 유지했다. 그에 따라 한때 국내 관광지를 점령했던 중국 단체 관광객 씨가 말랐다. 중국에 대해 '저자세' 또는 '굴욕적인' 외교를 했다고 비판 받는 문재인 정권 시절에 그랬다.
'3불 1한' 의혹 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은 대중외교에서 굴욕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주요 인사들의 '굴욕 외교사'를 나열할 경우에는 기사 분량이 방대해질 수 있으므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 한해 몇 장면만 언급해보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에 국빈으로 방문했다. 그런데 당시 그는 중국 방문 기간에 10끼 중 8끼를 '혼밥'했다. 부인 김정숙씨, 수행원, 주중 외교관들이 함께 먹었을 테니 엄밀히 얘기하면 '혼자 먹는 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우리 측 인사들과 밥을 먹을 계획이었다면, 굳이 '국빈 방문'을 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3박 4일 동안 타국에서 왜 '혼밥'을 했는지는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또 2017년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를 방문해 연설을 했다. 당시 그는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입니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랍니다.
인류에게는 여전히 풀지 못한 두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항구적 평화이고 둘째는 인류 전체의 공영입니다. 저는 중국이 더 많이 다양성을 포용하고 개방과 관용의 중국정신을 펼쳐갈 때 실현 가능한 꿈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입니다.”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은 2012년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직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시진핑이 과거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 패권을 쥐면서 제국으로 군림했을 때를 오늘날에 와서 재현하겠다는 것과 같다. 중국 공산당에 따르면 ‘중국몽’은 ▲국가 부강 ▲민족 진흥 ▲인민 행복 등 세 가지 세부 목표 달성을 통해 실현된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몽’ 중 ‘인민 행복’을 염두에 두고 상기 발언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진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수천 년간 중국의 일부였다”는 궤변을 늘어놨던 걸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 중국이 “한국은 우리 체계에 편입된 곳”이
라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외교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권의 '대북 교섭' 역시 '선진국'의 면모를 보였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전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김정은은 애초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얘기한 '조선반도 비핵화'하는 우리가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아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미국의 핵우산 무력화 등을 노린 기만술에 불과한데도, 문재인 정권은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선전했다. 김정은의 '가짜 비핵화'를 전 세계에 '보증'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미국에는 '종전선언'을 요구했다.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가 CVID와 같은가?"란 질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얘기하는 CVID 비핵화는 다를 것이라고 의견이 많은데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2019년 1월 10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그가 임명한 통일부 장관에 논파됐다.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조선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중외교, 대북교섭을 했던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지금 와서는 마치 그 무슨 대단한 성과를 냈던 것처럼 자부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다면, 과연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을까.
참고로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10일,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대중 관계'를 그렇게 강조하고, 중시한 더불어민주당 정권 때는 중국이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보복 조치 중 하나인 '중국인 단체 관광'을 허용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정권이 '외교의 먹잇감'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