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Travis King‧23) 이병. 사진=AP/뉴시스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18일 판문점을 통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Travis King‧23)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킹 이병을 다른 월북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체제 선전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하였다”며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북한이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에서 직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구대 호송 과정에서 킹은 “Fxxx Korean, Fxxx Korean Army(망할 한국인, 망할 한국군)”이라고 소리치며 경찰차를 수차례 걷어차 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2월 킹 이병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킹 이병은 벌금 납부를 대신해 47일간 노역장에 유치된 바 있다.
킹 이병의 가족들도 그가 월북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0일 AP통신에 따르면 킹 이병의 삼촌 마이런 게이츠(Myron Gates)는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KBS에 출연해 “킹 이병이 북한에 완전히 적응하고, 그 어떤 기자가 질문해도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북한이) 아무런 답변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킹 이병이 기자회견 같은 데서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교육과 강화와 여러 가지 수단들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 친북 매체 ‘민족통신’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국계 평양 시민 홍순철, 홍철 형제를 인터뷰해서 화재가 됐다. 이때 홍철은 인민군 복장을 하고 “김정은을 목숨바쳐 사수하는 게 꿈”이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1962년 비무장지대를 통해 월북한 주한미군 제임스 드레스녹(James Joseph Dresnok‧1941~2016년)의 아들로, ‘북한 태생’이다. 드레스녹은 월북 이후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그의 두 아들 홍순철, 홍철 역시 북한이 제작한 영화에서 미군으로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북한이 킹 이병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KBS에 출연해 “지금 북한으로서는 킹 이병은 아주 넝쿨째 굴러들어 온 복덩어리”라며 북한에 억류돼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와 결국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의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웜비어에 대한) 미국의 송환 요구가 있었지만 북한은 일절 응하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면서 싱가포르 선언이 나오고 하니까 송환이 되지 않았느냐”며 “대화의 물꼬를 틀 때 처리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