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시민단체 ‘파로호(破虜湖)포럼(대표 한민호)’이 ‘구멍 뚫린 국가안보–방첩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현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간첩’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이들을 처벌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행법 조항 때문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간첩죄 관련 대한민국의 실정법 체계는 간첩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보장해 주는 역기능을 한다”면서 “여기에 각종 간첩사건에 대한 법원의 연이은 솜방망이 판결은 국가안보의 대응력을 무력화하는데 일조한다”고 했다.
28일 시민단체 ‘파로호(破虜湖)포럼(대표 한민호)’이 창립 기념으로 ‘구멍 뚫린 국가안보–방첩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형법, 국가보안법, 국정원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먼저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법상 ‘간첩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행법상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는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간첩죄 적용은 어렵다. 형법 제 98조(간첩)상 명시된 ‘적국(敵國)’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적국뿐만 아니라 외국(우방국 포함)과 외국인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들의 간첩 활동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적국’을 ‘적국, 외국 및 외국인 또는 외국인 단체와 반국가단체’로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가보안법 목적수행죄의 개정 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유 원장에 따르면 현행 간첩죄 관련 조항은 최대 70년 최소 32년이 경과했다. 형법 제98조의 간첩죄는 형법 제정(1953.9.18) 당시 그대로다. 군 형법 제13조 간첩조항은 61년, 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수행죄는 32년이나 됐다.
유 원장은 “다방면에서 정교하게 전개되는 간첩활동의 수단과 방법의 진화를 감안해야 할 때”라면서 “우선 국가보안법 제4조 1항 2호에 현행 ‘국가기밀’뿐만 아니라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각종 정보’를 탐지, 수집, 전달, 중계 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하고 둘째, 국가보안법 제4조의 개정의 연장선에서 형법 제98조 간첩죄도 개정해야 하며 셋째, 온라인공간에서 자행되는 이른바 사이버 간첩활동과 산업스파이 활동을 규제하는 법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국정원법상 간첩수사권 박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총장은 “국정원법이 개정된 지난 2020년 12월 이래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의 대공수사역량을 오히려 더 위축시켰다는 비판까지 받았다”면서 두 가지 개정안을 제안했다.
제 1안은 ‘국정원법 부칙 제1조(시행일)를 개정해 2023년 12월 31일까지인 수사권 폐지 유예기간을 ‘대공수사권의 독점적 행사를 위해 경찰에 요구되는 역량을 경찰이 구비할 때까지 연장한다’로 개정하는 것’이고 제 2안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세력인 북한에 특화된 국정원의 60여년 역량을 보존하는 한편 인권 시비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개정 전(2020. 12. 이전) 국정원 수사권 대상 범위를 북한 간첩에 대한 수사와 북한 간첩에 직접 연계된 내국인에 대한 수사로 축소해 수사권을 다시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어 권세진 디지털정책연구소장은 ‘산업안보법제 검토를 통한 규제 개선방안’을 통해 기술 유출 방지를 더욱 철저히 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핵심기술 취급 전문 인력 지정‧관리, 범죄 입증 완화, 해외유출 처벌 강화 및 실효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이날 이한중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전 양지회장)은 “대공수사는 첩보 입수단계부터 검찰 송치 후 재판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대북‧해외‧과학정보 부서 간 유기적 협업이 필수인 분야”라면서 “국정원이 이 일을 맡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전 국장은 이어 “경찰은 독자적인 대북‧해외 정보망과 주요국 정보기관 협업 채널이 없으며, 대공수사 전문성과 경험‧역량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개정 ‘국가정보원법’은 안보 관련 범죄정보수집 및 일부 조사권과 대응 조치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했지만 북한의 대남공작이 날로 지능화‧고도화하는 현실 아래 행정조사권 수준의 권한만으로는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고, 대응조치의 내용‧범위도 불명확해 대남공작 차단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며, 이는 곧 국가 안보수사 체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