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입학과 함께 고향을 떠났던 신상희씨는 지난 8월 귀향해 야외 결혼식장 창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살이 꿈’ 접고 되돌아온 귀향 청년
“대학생 때는 취업해서 서울에서 사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렇게 떠나고 싶은 고향이었는데, 결국 탁 트인 자연을 찾아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영월에서 나고 자란 신상희(27)씨는 대학 입학과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았다. 영월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체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며 꿈에 그리던 서울 생활을 이어갔지만 대도시에서의 삶은 생각했던 것처럼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서로 인사도 잘 안하고 지내잖아요. 옆집 사는 이웃끼리도요. 삭막했죠. 어딜 가나 북적이는 사람들이며 지하철도 너무 답답하고… 인정 많고 한적한 고향 생각이 자꾸 나더라고요.” 치열하고 복잡한 도시에서의 삶은 결국 신씨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했다. 그렇게 고향을 떠난 지 8년 만인 올해 여름, 신씨는 되돌아온 영월에서 새로운 출발을 계획 중이다.
고향에 돌아오기 전인 지난해 5월, 신씨는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리의 부모님 댁 앞마당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 세상에 없는 별천지, ‘무릉도원’이란 행정구역명에 걸맞은 수려한 자연 경관을 배경 삼아 치른 결혼식은 신씨 부부는 물론이고 찾아준 하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너무 좋았던 그날의 기억이 야외 결혼식장이라는 창업 아이템이 됐다. 신씨 본인이 결혼식을 올렸던 그 장소가 그대로 사업장이 될 예정이다. “제가 야외 결혼식을 하고 보니까 여느 결혼식장보다 좋더라고요. 좀 더 잘 꾸며서 운영하면 찾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죠. 실제로 야외 웨딩, 하우스 웨딩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인위적 요소 최소화, 자연 환경 살린 결혼식장
신씨가 구상 중인 결혼식장은 자연 환경을 최대한 살린,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형태다. 신랑, 신부와 하객을 포함해 100명 이하로 참석할 수 있는 소규모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국내외 여러 사례를 조사하며 준비 중인데 가급적 올겨울 가오픈을 거쳐 내년 봄 결혼 시즌에 정식 오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월의 수려한 자연 풍광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결혼식장인 만큼 음식에도 영월만의 지역색을 입힐 예정이다. 신씨는 “야외 결혼식에는 출장 뷔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뷔페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더라”며 “영월 식재료와 향토 음식 등으로 차려낸 ‘영월스러운’ 단품 한상차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결혼식장과 맞닿은 한옥 펜션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펜션 역시 오픈 준비 중이어서 야외 결혼식장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신씨는 맑고 수려한 자연환경과 함께 텃세가 없다는 것을 영월의 장점으로 꼽는다.
고향 자랑을 부탁하자 청정 자연 환경을 먼저 꼽는다. 신씨는 “산 좋고 물 좋고 공기며 하늘이며 너무 예뻐서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곳”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도시에서 마시는 것보다 주량이 2배로 늘어나는 초능력이 생긴다”며 웃었다.
구봉대산·요선암은 꼭 가봐야 할 영월 명소
추천할 관광 명소로는 무릉도원면의 명산인 구봉대산(九峯臺山)을 꼽았다. 솔숲과 단풍, 계곡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발 900.7m의 구봉대산은 이름처럼 9개의 봉우리가 있고 각 봉우리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름이 붙어 있어 특별한 감흥을 준다. 구봉대산은 영월 10경 중 한 곳이며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있는 사찰인 법흥사를 품고 있어 산행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바위마다 움푹 파인 돌개구멍이 신비한 풍광을 연출하는 요선암(邀仙岩)도 신씨가 추천하는 명소다. 흔히 보기 어려운, 개성 있고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매력적인 포토존이라고.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신씨가 살고 있는 무릉도원면 운학리는 귀농·귀촌인이 많고 원주민과 잘 어우러져 살아가기로 이름난 곳. 마을 이름도 원주민과 이주민, 앞으로 이주해올 이들을 의미하는 ‘박힌 돌’ ‘굴러온 돌’ ‘굴러올 돌’을 합해 ‘삼돌이 마을’이라고 붙였다. 신씨는 “삼돌이마을은 이주민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귀농·귀촌 인구가 많고 인구가 줄어들어 문제인 여느 시골 마을과 달리 매년 유입 인구가 늘고 있다”며 “살기 좋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흔히 ‘텃세’라고 하는 안 좋은 문화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