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1월 인도 방문 당시 인도 대통령 부인과 환담하는 김정숙씨. 인도측 여성들은 사리를, 김정숙씨는 사리로 만든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사진=문재인 청와대
2018년 11월 당시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의 인도 방문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정숙씨는 이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방문한 지 4개월여만에 혼자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 ‘관광성 외유’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인도 방문은 모디 총리가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5일 공개한 2018년 9월 외교부 문서와 당시 외교부 담당자의 증언 등에 따르면, 인도 관광차관이 원래 초청한 대상은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달인 10월 우리 외교부가 인도 측에 “영부인이 함께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러자 인도 측이 김 여사를 초청한다는 내용의 인도 총리 명의 초청장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김정숙씨는 2018년 11월 5일부터 3박 4일간 인도를 단독 방문했는데,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하는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디왈리 축제 참석, 타지마할 관광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버킷 리스트 관광’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김정숙씨의 인도 방문에는 전용기 비용 2억 5000만원을 포함, 4억원이 소요됐다. 이때 김정숙씨가 착용했던 브로치 때문에 ‘명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 이 인도 방문 당시 김정숙씨는 ‘외교참사’를 하나 야기했다. 즉 그해 7월 인도 방문 때 사비타 코빈드 인도 대통령 부인이 선물한 인도 전통의상 사리로 블라우스를 지어 입고 인도측 인사들을 만난 것이다. 김정숙씨는 코빈드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 “여사께서 선물로 보내주신 사리 중 하나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를 만들어 봤다. 한국과 인도의 번영을 위해 일부러 만들었는데, 귀하게 잘 입겠다”고 말했다. 김정숙씨는 스와라지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인도의 철학과 문화를 공유하고, 양국이 더욱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옷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당시 청와대 공식 트위터는 “사비타 코빈드 인도 대통령 여사와의 오찬. 김정숙 여사가 입은 붉은색 블라우스는 코빈드 여사가 선물한 사리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김정숙 여사는 ‘한국과 인도의 번영을 위해 일부러 만들었는데, 귀하게 잘 입겠다”며 옷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사리는 언뜻 보기에는 옷감을 둘둘 만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하나의 의상이며 인도인들의 문화적 자부심 가운데 하나다. 인도인들이 사리를 입는 것은 “의상에 흠집을 내는 바느질은 옷의 영혼을 손상시키기에 바느질을 한 옷은 부정하고 천한 옷”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도 대통령 부인이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에게 선물한 옷을 인도인들이 꺼리는 가위질과 바느질을 해가면서 임의로 재단(裁斷)해서 블라우스를 지어 입고 넉 달 만에 자랑스럽게 인도 대통령 부인 앞에 나타난 것이다.
당시 국내 언론은 김정숙씨가 착용했던 '명품 브로치'가 진품인지 모사품인지 여부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크게 보도했지만, 이 문제는 주목하지 않았다. 몇몇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 등에서 우려를 표명했을 뿐이다.
이때 글로벌 매너 전문가인 휴고 안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김정숙 여사, 인도서 공식선물받은 사리에 가위 대는 넌센스 해프닝’이라는 글을 올렸다 (2018년11월15일). 이 글에서 그는 김정숙씨가 인도 대통령 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사리로 블라우스를 지어 입은 데 대해 “엄청난 모독”이라면서 “인도의 철학과 문화가 어떻고 말하면서 선물로 받은 인도 전통 의상을 가위로 잘라서 브라우스를 만들었다는건 외교 참사로서 인도 정부가 항의할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는걸 보면 너무 한심하여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고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언론들도 무식하여 이것이 얼마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고인지 일체 보도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