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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지역사회 잇는 문화 예술 허브 만들어갈 것”

[영월 귀농‧귀촌 우수 사례] ②김광남 ‘공공화실’ 대표

이경석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francis@chosun.com

사진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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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읍 중심가 한복판, 알록달록한 색감의 간판이 눈에 띈다. 외국 어느 거리에서 본 가게 입구를 닮은 것도 같다. 간판에 적힌 문구를 곱씹어 봐도, 슬쩍 안을 들여다봐도 이게 무슨 공간인지 전혀 모르겠다. 미술을 매개로 문화 예술과 지역사회를 연결 짓고자 하는 귀촌 청년의 꿈이 담긴 공간이라는 데, 여기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공공화실 내부. 김광남 대표(왼쪽)과 박선우 에디터가 함께 꾸려가는 사업장이자 작업실이다.

지방 소도시 한 편에 움튼 청년 예술가의 꿈

 

타 지역의 미술 작가들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공간이랄까요. 작가들이 머물며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확장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면서 함께 향유하는 그런 공간을 꿈꾸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광남(37) ‘공공화실(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중앙로 23)’ 대표는 지난해 서울에서 영월로 이주한 귀촌 청년이다. 애니메이션과 3D 그래픽을 전공하고 관련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20대를 보낸 김 대표는 30대에 들어서며 더 적은 돈을 벌더라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란 목표를 세웠다

 

꼭 도시일 필요는 없었다. 아니, 필요 없는 정도가 아니라 대도시의 치열한 경쟁과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지방 소도시에 눈이 갔다. 귀촌을 알아보며 시장 조사를 하던 중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역 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 사업 넥스트 로컬(Next Local)’을 알게 됐다. 지역 자원을 연계 또는 활용해 새로운 창업 모델을 찾는 이 사업을 통해 꿈을 한층 구체화할 수 있었다.

 

영월군이 운영하는 레지던스 in 영월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두어 달 영월에서 생활하며 창업 교육을 받았다. 작고 아름다운 지방 소도시의 풍광에 매료됐다. 이곳에서 새로운 꿈을 펼쳐보기로 결심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공공화실은 바로 그 꿈의 시작점이자 결과물이다. 창업 공간은 영월군의 청년플랫폼사업을 통해 6000만원을 지원받아 마련했다.

 

누구나 쉽게 문화 예술 만나는 시골 동네 사랑방

 

서울에서 3년간 학생들을 위한 미술 교육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김 대표는 이를 지역사회에 접목하기로 마음먹었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열악한 지역사회 현실이 오히려 약이 됐다. 그는 도시 학생들은 너무 쉽게 미술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영월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청소년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서울까지 가야 접할 수 있었던 전시, 또 작가와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공간을 꾸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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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ZEROZEROSTORE’에 놓인 캐비닛은 칸칸마다 개별 작가의 테마 공간으로 꾸며 지역 주민을 만날 계획이다.

 

레지던스 in 영월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며 인연을 맺은 기획자 박선우(31) 에디터가 합류하면서 사업 추진에 동력이 더해졌다. 박 에디터 역시 지난해 서울서 영월로 이주한 귀촌 청년이다. 처음엔 막연히 소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월에 정착했다는 박 에디터는 김 대표의 꿈에서 공감흥미를 느꼈고 공공화실을 새 일터로 삼게 됐다. 대표와 직원 관계라지만 사실상 격 없이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꾸려가는 구조라 동반자 내지는 동업자에 가깝게 보인다. 실제로 박 에디터를 대표로 알고 있는 이도 많다고.

 

2층에 마련된 공공화실은 작은 소극장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구조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시멘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이며 다양한 질감과 색감의 벽면, 특색 있는 조명 등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예술가의 작업 공간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 대표와 박 에디터의 사무실이자 작업실이면서 때로 전시장이 된다. 작가 누구나 찾아와 머물고 작업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기도 하다

 

작업실 개념이다 보니 여닫는 시간도 따로 없어서 아침에 열면 밤늦도록 문을 열어두기가 일쑤다. 처음엔 뭐 하는 곳인가 궁금해 들여다보던 주민들이 찾아와 쉬어가기도 하고 학생들이 들어와 한편에 비치된 보드게임을 가지고 놀다 돌아가기도 한다. 예술이 접목된 동네 사랑방이라면 적절한 표현일 것도 같다.

 

여행자 누구나 짐 맡기고 쉬어가는 이색 공간도

 

1층에도 재미있는 공간이 있다. ‘ZEROZEROSTORE’라는 간판이 눈길을 끄는 이곳에는 영월 웰컴 센터라는 부제가 붙었다, 관광객 누구나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김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영월 굿즈(Goods, 기획 상품)를 구매하고 관광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여행자가 짐을 맡길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이밖에 청년 창업 및 정착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2층 공공화실과 연계한 전시도 열리는 다재다능한 공간으로 꾸려갈 계획이다. 한 편에 놓인 캐비닛은 향후 다양한 작가를 만나는 일종의 전시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캐비닛 한 칸 한 칸을 작가별 테마 공간으로 꾸며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게 된다. ‘캐비닛 페어란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행사를 열고 작가와 지역 주민을 연결할 계획도 세웠다.

 

지난 6월엔 개인의 선 : 영월 이주민 이야기를 주제로 첫 전시를 열었다. 영월에 이주해 살고 있는 10인의 인터뷰와 점과 선을 이용한 설치 미술 작품으로 꾸민 전시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참여형 전시로 꾸며 관람객들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적어 남긴 메모가 벽면 가득 찼다. 전시는 영월에 사는 외국인 등으로 범주를 넓혀 매년 이어갈 방침이다

 

미술 키트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밀키트처럼 누구나 간편하게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우선 유아와 고령층을 대상으로 꽃을 접으며 힐링할 수 있는 종이접기 키트, 캔버스와 물감으로 구성한 캔버스 키트, 직접 키운 꽃을 압화해 액자를 만드는 압화 액자 키트 등이 개발 단계에 있다.

 

청년 창업, 꼭 도시여야 하는지 자문해 보길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마음껏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공화실을 통한 뚜렷한 수익 구조는 만들지 못했다. 본격적인 수익이 생기는 건 넉넉하게 1~2년 뒤로 미뤄뒀다. 김 대표는 지금은 공간을 알리고 지역사회와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며 “1~2년 후엔 작가들의 개인전과 작품 판매, 미술 키트 판매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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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두 청년 귀촌인은 “꼭 도시에서 창업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볼 것을 권했다.

 

두 귀촌 청년이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꼭 도시여야 하는가?”를 자문해보라고 권한다. 그는 굳이 경쟁이 치열한 도시에서 창업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를 꼼꼼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꼭 도시일 필요가 없다면 주거 등 비용 면에서 유리하고 청년 대상의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는 영월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박 에디터 역시 도시 생활이 힘들고 지친 사람이라면 지방 소도시가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영월은 다양한 문화 사업이 펼쳐지고 있고 도서관이나 평생학습센터 등을 통해 자기 계발에 필요한 프로그램에 접근하기가 도시보다 유리하다고 했다. 이어 지방 소도시는 외지에서 누군가 이주해오는 걸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혼자 고민하고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뒤질게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면 친절하게 알려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력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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