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0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 걸린 현수막. 사진=뉴시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제기한 소송에서 10년여간의 공방 결과 400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다만 이 결과가 국내 수사팀의 수사로 애초 금액(6조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 그리고 당시 수사팀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했다는 점 때문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165만 달러(약 2800억원)과 2011년12월부터 최근까지 한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6조원을 보상하라며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10년 만에 한국정부 일부 패소로 결론났다.
이 사건은 외환카드가 1990년대 말 국내 외환위기 사태 이후 수 년간 어려움에 빠져들면서 일부 임원진이 주가를 조작해 외국 펀드인 론스타에 회사를 헐값에 판매했다는 '헐값 매각 논란'부터 불거졌다. 론스타는 여러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론스타와 외환카드 임원진, 정부가 이를 묵인 또는 지원했느냐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의미가 컸다. 10여년의 공방 결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배상해야 할 보상금이 과실상계로 액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는 국내 론스타 대표가 매각을 위해 주가조작을 했다고 밝혀낸 국내 검사들의 공이다.
2006년 당시 론스타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 이었다. 윤 대통령은 2007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부임하면서 1년간 재임했고, 2008년 1월 BBK 특검 검사가 됐다. 한 장관은 2007년 2월부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감찰연구관으로 2년여간 근무하며 현대기아차, 전군표 국세청장 사건 등을 수사했다. 이복현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주임검사였다.
그러나 론스타-하나은행 인수협상을 담당한 금융위는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부원장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무처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었다.
당시 정책결정권자들의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은 가운데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여론전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던 한덕수 총리(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김앤장 고문), 2006년 론스타 산업자본자인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부담이 커졌다. 다만 론스타 관련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시효와 증거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