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조감도(위)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고지한 토지보상법 개정 내용. 사업인정 고시일이 개정법 시행일인 2019년 7월 1일 이후라면 ‘공익성의제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토지수용 등 사업진행에 필요한 중대 절차를 누락한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조합이 관할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해당 인가를 획득한다고 해도 이주 단계에서 토지수용 및 철거집행이 어려워 사업이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조합은 지난해 12월 16일 성북구청에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조합 측은 지난달 초 발송한 소식지에서 빠르면 7월 말, 늦어도 8월 초에는 인가 고시가 가능할 것으로 조합원에게 알렸다.
문제는 신월곡1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신월곡1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필요한 ‘공익성의제협의절차’를 누락한 사실이 지적됐다. 해당 절차가 누락되면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이하 중토위)가 사업에 필요한 토지수용을 허가해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중토위는 조합설립 단계로 돌아가 누락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토위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사업시행인가를) 취소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며 “구청이 (조합원의) 요청을 받아 해지하든 직권으로 해지하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조합 핵심 관계자 역시 일부 조합원들과의 대화 및 전화 통화에서 “이주비를 조달할 여력이 부족한 몇몇 조합 임원들의 (절차누락 원상회복) 반대로 관리처분인가를 서둘러온 것”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합은 중토위 측 권고를 따르는 대신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이하 지토위)에 수용재결 심의를 요청하는 등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정비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열린 심의에서 지토위는 신월곡1구역의 요청 건을 보류 처리했다. 공익성의제협의절차 누락이 걸림돌이었다. 조합은 지토위마저 최종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중토위와 지토위를 상대로 각각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토지수용이 불가능해지면 사업이 무기한 중단될 수 있다는 게 조합원들 다수가 공유하는 우려다. 한 조합원은 “공익성의제협의절차를 누락하고 관리처분인가 고시까지 갔다가 이주·철거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된 인천의 모 재개발 선례를 보면 무리한 관리처분인가 획득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조합원들이 퇴거를 거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주비를 자체 조달하면서 매월 부담하고 있는 이자만 2억 원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신월곡1구역 조합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합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앞서 성북구청 측은 “관리처분인가의 경우 지토위 심의 결과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인가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사업시행인가 취소가 가능한가에 대한 조합원 질의에 대해서는 “도정법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했고 인허가 절차상 법적 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구청 직권으로 사업시행인가 취소는 불가하다”고 했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과 구청이 공익성의제협의절차 누락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서두르는 것 같다고 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우리 구역 재개발사업은 성북구청으로서도 중요한 과제다. 구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허가 절차를 어떻게든 마무리 짓기를 원할 것”이라면서도 “구청의 실책에 따라 사업이 원점으로 회귀했다는 비판을 감당하는 것 또한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빨리 가기보다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만 중시하다 오히려 사업이 더욱 지연되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며 “인허가 절차를 잠시 중단하고 조합원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때 가장 유리할지를 따져봐야 한다. 향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