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현지시간) 미국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코리아 와치' 헤드라인. 작성자가 최승환 일리노이주립대 종신교수(국제관계학)라고 분명히 명시 돼 있지만, 다수의 국내 언론은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물론 몇몇 밝힌 언론도 있다. 사진=조선DB.
지난 대선과정에서 외교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윤석열 후보보다 경기지사 경험을 가진 이재명 후보가 미국의 국익에 더 안전할 것이란 주장을 한 한국계 미국인인 최승환 일리노이주립대 종신교수(국제관계학)가 이번에는 지지율이 20%까지 하락한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빨리 미국에 짐(liability)이 되고 있다는 글을 썼다.
최승환 교수는 미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Can Biden Save South Korea’s Unpopular President From Himself?'(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기 없는 한국의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를 '검찰 정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검찰 편중 인사'와 궤를 같이한다.
최 교수는 북한 미사일 도발 다음날 나온 음주 의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대책회의 대신 머드 축제 참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장에 부인 친구 동행 등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교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윤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항의하면 정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져 진보 대통령이 한국의 백악관을 점거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최 교수는 한국 국민들이 윤 대통령과 맞서게 되는 경우 미국은 미국 국익에 필수적인 한반도의 평화유지 방안에 대해 비상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내셔널인터레스트'가 최 교수의 글을 게재하는 것은 그들의 편집 권한이다. 최 교수가 글을 기고하는 것도 그의 자유다.
다만, 국내 언론은 '미 안보매체가 윤 대통령 너무 빨리 미국의 짐이 됐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최 교수의 개인적 분석과 주장을 미 안보매체가 게재했을 뿐이다.
그런데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내셔널인터레스트' 만 입력하면 관련 기사들의 제목이 나오는데, 클릭해 보면 최 교수가 쓴 글이란 내용은 거의 없다.
이 기사를 일반적인 관점에서 외신의 보도로 인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 교수의 글을 인용한 국내 기사를 보면 꼭 최 교수의 주장이 미국의 정론인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최 교수 본인은 "자신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쪽에서는 '편향성' 강한 학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22년 2월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4자 간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설전(舌戰)을 벌였다.
이 후보는 미국 내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The Hill)’에 게재된 최 교수의 글을 들어 윤 후보의 ‘호전성’을 문제 삼았고, 윤 후보는 저자에 대해 “엉뚱한 이야기하는 분으로 유명한 분”이라며 신뢰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최 교수는 <조선일보>에 보낸 A4용지 2장짜리 입장문에서 11일 토론과 관련해 “두 후보 간의 토론이 한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튼튼히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제 개인에 대해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이어져서 실망스럽다” “대통령 후보자도 정치인도 아닌데 사실관계를 확인할 여력이 없다면 최소한 저에 대한 인격적 비방을 멈춰달라”고 했다.
인격적 비방을 멈춰 달라는 당시 최 교수의 입장대로라면 윤 대통령을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검찰총장 출신'이라고 표현한 것도 인격적 비방으로 볼 수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