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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권이 정지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자신에 대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재심 청구 등을 언급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당 내부의 윤리 규정에 따라 윤리위에 회부되고, 중징계 결정을 받은 것도 초유의 사건이고, 이에 불복하겠다고 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국민의힘의 내부 혼란이 점입가경인 셈이다.
한 마디로 ‘이준석 논란’ 때문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5년’ 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를 지원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짓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런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준석 대표의 주장이 그의 독단적인 당규 해석인지, 측근 법률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단, 그의 주장은 우리 법과 상식에 들어맞지 않는다. 이 대표가 최소한의 법률 상식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주장인 셈이다.
우리 법은 특정 사건 관련 직무집행에 이해관계를 가졌거나, 이해관계인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이의 경우에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게 하는 ‘제척’이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공정한 직무 집행을 기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7조, ‘민사소송법’ 제41조에는 법관의 제척 사유가 나열돼 있다.
이에 따르면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인 때 ▲법관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이었던 사람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거나, 사건의 당사자와 공동권리자ㆍ공동의무자 또는 상환의무자의 관계에 있는 때 ▲법관이 당사자와 친족의 관계에 있거나 그러한 관계에 있었을 때 ▲법관이 사건당사자의 대리인이었거나 대리인이 된 때의 경우에는 해당 법관은 배제된다.
사건 당사자가 가족일 경우에도 직무집행에서 배제되는 마당에 사건 당사자가 자신에 대한 징계 결정을 무효로 하는 조처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비상식적 처사다. 이를 감안하면,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준석 대표의 자의적인 당규 해석에 불과하다. 소위 ‘행복회로 돌리기’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란 얘기다.
국민의힘 당규 중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제30조에 ‘처분의 취소·정지’에 관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에 따르면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이준석 대표의 경우에는 징계 처분 대상이고, 제척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대표 직무대행을 하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의에 부의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지금 ‘이준석 징계’를 취소·정지해야 할 급박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준석 대표는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므로 단언할 수 없지만, 이 대표가 말한 당 윤리위 재심 청구는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준석 징계 건'의 경우 재심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그가 받을 수 있는 답은 ‘재심 청구 각하’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6조 1항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자가 불복이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다.
그 사유 중 첫 번째는 제척사유에 해당해 심의에 참여하지 못할 위원이 의결에 참여한 때이다. 만일 이준석 징계안을 심의한 윤리위원 중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이가 있었다면, 이 대표 또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소위 ‘이준석 핵심 관계자’들이 분명히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기피 신청을 했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또한 ▲위원회의 의결이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반된 때 ▲의결의 증거로 된 문서, 기타의 물건이 위조 또는 변조라고 확정된 때 ▲의결된 사건에 관하여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직무가 정지된 자가 무죄판결을 받는 등 사정변경이 있는 때 등 전술 사유에 해당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준석 징계 건’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대목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이준석 대표가 당 윤리위 징계 결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청구한다고 해도 “위원회는 재심청구가 제26조 제1항 각 호의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각하한다(윤리위원회 규정 제27조)”는 규정에 따라 ‘각하(형식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돌려보내는 행위)’될 가능성이 크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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