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기원전 5백년 중국 제나라 손자는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나라의 흥망성쇠의 핵심으로 위협세력에 대한 정보수집과 보안방첩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국가는 그러한 정보업무를 맡기기 위한 조직을 갖게 되어 있고 아울러 그러한 기능을 갖는 정보기관은 본질적으로 비밀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관에는 양의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온갖 정보가 쌓일 수밖에 없다. 하찮은 정보도 중요한 국가정책의 단서가 될 수 있어 소중히 존안(存案)되고 분석되야 하는 것이다
정보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인물, 신원정보인데 정보기관의 본질적인 수많은 수집 채널을 통해 쌓이는 정보를 존안하는 것은 정보기관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리고 국가를 위한 무한 책임으로서 필요할 때 국가를 위해 정보지원을 하는 것이 국가최고 정보기관의 사명이다.
저는 80년대 초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긴 시간의 신원조사를 거쳐 최종 합격통보를 받고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의 정보학교에 입교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입교식을 하고 정보요원이 되기 위한 교육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내 비록 그늘 속에 힘든 일이나 온 세계 숨결을 먼저 들으며
이 한 몸 힘과 지혜 다 할 때까지양지의 횃불아래 굳게 뭉치리
찬란한 민족중흥 영광을 위해
찬란한 민족중흥 영광을 위해
영원히 승리하는 우리 ○○○
6시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부가(部歌)의 3절 가사이다. 60년도 초에 만들어져 기껏 국민소득 68달러시대의 정서가 녹아있는 가사이지만 우리의 젊은 가슴은 가사 그대로 사명감에 불탔다.
국가안전보장과 국익보호라는 이데올로기를 가슴에 품고 평생 직업으로 정보요원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며 야간공수침투, 해상침투, 산악생존훈련, 어학·장비교육 등 숱한 전문 스파이교육을 받고 분쟁과 갈등의 현장, 국익각축의 국제외교가, 첨단기술연구단지, 국제범죄조직이 은거한 음습한 범죄소굴 등 여러 정보현장에 투입되었었다.
그와 동시에 헌법 제37조 제1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있다.” 는 조항과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기본권유보조항에 기속(羈束)되면서 평생 보안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생활하는 정보요원이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정보요원들은 비밀정보기관의 본질적 특성에 따른 비노출간접활동 지침에 의거 사회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누려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한 불편을 감내하며 그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아이들의 학교생활기록부나 병원치료시 의료보험란에도 위장명칭을 사용하면서 온 가족들이 기꺼이 그 불편함까지도 감수해온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창설된 1961년 6월10일 이후 60년간의 역사 속에서 거쳐 간 수천명의 전직 정보요원들 다 마찬가지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자랑하고 싶은 엄청난 성과도 “정보요원은 비밀을 무덤까지”라는 정보세계의 경구를 가슴에 새기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차가운 비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지금까지 묵묵히 국정원직원법 제17조(비밀준수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 국정원장 박지원은 최고 비밀정보기관 수장에서 물러 난지 겨우 한 달 만에 언론 인터뷰를 하며 자기 입지를 위한 뻥을 치고 사실유무를 떠나 재직 중 업무에 대해 왈가불가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위반 이전에 인간으로서도 할 도리는 아니다. 하태경의원의 사생활과 심지어 윤석열대통령의 파일까지 있다는 둥 그 저의가 다분히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유치한 수준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前職 국정원장 박지원,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국정원 원훈석을 간첩 신영복글씨체로 바꿔 세우면서 나라와 조직의 정체성까지 흔드는 것에 더해 퇴직이후 점입가경의 언론인터뷰 까지 감행하는 전직원장의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박지원 前 원장은 각성하고 또 각성해야 할 것이며 당국에서는 일벌백계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김석규 전 국정원 방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