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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주장처럼 '비행기가 수직이착륙하는 시대' 올까?

에어버스 A380 이륙시키려면 엔진 18개 필요, 대형 여객기는 요원...5인승 '에어택시'는 상용화 추진 중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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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여객기를 수직으로 띄우는 일은 지구의 중력장 안에서 쓸모 있게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도심 속 개인항공기에서는 수직 이착륙기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 하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에 실린 ‘여객기는 왜 수직이착륙기가 없지?’ 중에서
한화시스템이 미국의 오버에어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UAM 기체 '버터플라이'. 사진=한화시스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난데없이 ‘김포공항 이전’을 들고 나섰다. 그가 내세운 ‘김포공항 이전’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비행기가)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5월 26일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앞으로 비행기들은 활주(滑走)하지 않는다. (비행기가)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면서 “이런 상황에 맞춰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항공 시대를 위해 김포공항 이전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5월 2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로 제주도민과 국민을 농락하려고 했던 무지한 전직 대통령 후보는 이번 기회에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활주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무식함, 저는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수직 이착륙이라는 것은 아직까지 여객기에는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방식이고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일부 군용기에 적용된 방식”이라며 “10인 이상 탑승할 수 없는 그런 방식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하더라도 연료비 측면에서 일반 비행기보다 6배 가까이 불리하기 때문에 제주도까지 오는 항공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의 지적처럼 현재까지 실용화된 수직이착륙기는 AV-8 해리어, F-35B, V-22 오스프리 등 주로 해군 함재기로 쓰이는 군용기들 뿐이다. 하지만 여객용 대형수직이착륙기는 아직까지 개발된 바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회전익기(回轉翼機)인 헬리콥터를 제외한 일반적인 비행기, 즉 고정익기(固定翼機)는 활주로를 급속도로 달리면서 얻은 양력(揚力)으로 이륙(離陸)하고 비행한다. 비행기가 활주하지 않고 수직이착륙하려면 양력으로 얻는 힘을 엔진의 힘으로 대신해야 한다. 이 경우 얼마만 한 힘이  필요할까?

한국우주연구원(KARI) 블로그에 실린 ‘여객기는 왜 수직이착륙기가 없지?’(2020년 4월16일)이라는 글을 보면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최대 이륙중량이 575,000㎏인 에어버스 A380을 수직으로 띄운다고 가정해 봅니다. 1㎏의 중량을 가진 물체를 1초당 1m의 속도로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힘의 양을 1N(뉴턴, 질량×중력 가속도 9.81m/s)라고 하는데요, 575,000㎏인 에어버스를 띄우는 데 최소 5641kN(킬로뉴턴)의 힘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에어버스의 각 엔진 출력은 320kN입니다. 단순히 이륙하려면 최대 이륙중략보다 훨씬 더 강력하거나 더 많은 엔진이 필요하겠죠. 현재 엔진 출력을 기준으로 수직이륙하려면 18개의 엔진이 필요합니다. 이는 이륙 최소값으로, 에어버스 A380 (엔진 4기)보다 4.5배 많습니다. 착륙할 때 역시 이륙 중량보다는 줄어들지만(394,000㎏) 현재보다 3배 많은 엔진이 있어야 제자리 비행(호버링)하면서 착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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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A380. 이 비행기가 수직이착륙하려면 엔진을 18개 달아야 한다. 사진=에어버스

 

물론 엔진이 그만한 출력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연료를 실어야 한다. 연료를 싣는 만큼 승객이나 화물을 적게 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수직이착륙기가 얼마나 효율이 떨어지는지는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F-35 스텔스 전폭기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F-35는 공군이 사용하는 F-35A,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하는 F-35B, 그리고 해군이 사용하는 F-35C등 세 가지 모델이 있다. 이 중에서 F-35B가 수직이착륙기이다.

지상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F-35A의 최대무장(武裝)중량은 8160㎏인 반면 수직이착륙기인 F-35B의 최대무장중량은 6800㎏이다. 최대이륙중량도 F-35A는 31751㎏인 반면, F-35B는 27215㎏이다. 

F-35B는 이착륙 과정에서 연료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전투행동반경과 항속거리도 떨어진다. F-35A의 전투행동반경은 1093㎞이지만 F-35B의 전투행동반경은 833㎞에 불과하다. 항속거리도 F-35A는 2200㎞이지만 F-35B는 1667㎞이다.

한편 해군이 운용하는 기종이지만 항공모함에서 활주하여 이착륙하는 F-35C는 최대무장중량, 최대이륙중량, 전투행동반경, 항속거리 등이 지상에서 이륙하는 F-35A와 거의 비슷하다.

문재인 정권 시절 F-35를 도입하면서 일각에서는 뜬금 없이 미 공군이 사용하는 F-35A 대신에 미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하는 F-35B 모델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했으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결국 F-35A를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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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가 운용 중인 수직이착륙 전폭기 F-35B. 사진=미 해병대




물론 수직이착륙기의 민간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UAM(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이 그것이다. 영화 ‘제5원소’에서 나왔던 ‘에어택시’ 혹은 ‘하늘을 나는 자가용’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도 UAM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작년 6월 열린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UAM 시제기를 2024년 출시, 2025년 시험운행한 후 2030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 엑스포에서 미국 오버에어(Overair)와 공동 개발 중인 UAM ‘버터플라이’도 공개했다. 전기배터리를 사용하는 버터플라이는 전후방에 있는 4개의 회전날개(로터)로 이착륙한다. 기체 위에 헬리콥터 회전날개를 장착한 경비행기를 생각하면 된다. 작년 12월 세계 최대 헬리콥터 운영업체인 영국 브리스토우는 오버에어와 버터플라이 20~50기를 선구매 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버터플라이’의 탑승인원은 조종사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수백명을 태우고 국경을 넘고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형여객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블로그에 실린 '여객기는 왜 수직이착륙기가 없지?'라는 글도 이렇게 끝맺는다.

"거대한 여객기를 수직으로 띄우는 일은 지구의 중력장 안에서 쓸모 있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도심 속 개인항공기에서는 수직 이착륙기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 합니다." 


입력 : 202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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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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