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통신망 유지보수업체 관계자 및 국방부 인사가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은 용산 국방부 전경. 사진=조선DB
국방부의 핵심 군(軍)통신망이 도·감청에 노출돼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앞서 《월간조선》은 2022년 5월호에서 용산 벙커 내 軍 통신망 도·감청 의혹을 단독보도하면서 사정기관이 국방부 인사와 군통신망을 유지‧보수하는 특정업체를 대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28일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중순 군 통신망 유지보수업체 관계자 A씨를 국가보안법 4조(목적수행)와 8조(회합·통신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금품을 받고 A씨의 유출 행위를 도운 현역 장교 B씨 또한 군사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번 군사 기밀 유출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A씨의 휴대폰, 스마트워치 등을 압수 뒤 분석한 결과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다수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가 북측으로 넘긴 기밀사항은 주로 인적사항과 관련한 정보로 알려졌다.
30대 중반인 A씨는 대위 출신으로 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간부 생활 이후 군통신망 유지보수 업체로 전직했다.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당한 후 북한의 지령을 수행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가상화폐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이 접근한 핵심 군통신망은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사용 중인 ‘센트릭스-K(CENTRIXS-K)’다. 이는 군의 합동지휘통제체계(C4I·씨포아이) 중 하나로 한국군은 케이직스(KJCCS), 미군과 연합사는 센트릭스-K를 따른다. 한반도연합지휘통제체계, 혹은 한미연합지휘통제체계로 풀이되는 센트릭스-K는 한미 간 정보 공조(共助)를 위한 핵심 네트워크다. 한미연합사를 중심으로 합동참모본부 및 각 군의 연합작전과 합동작전을 지원해 한미연합사령관과 참모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며, 우리 군의 중추신경이자 두뇌 같은 존재인 케이직스와 연동 운용된다.
이들 씨포아이는 새 정부가 기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 대체할 것으로 알려진 용산 지하 벙커에 구축돼 있다. 현재 연합사 일각에서는 센트릭스-K망이 기밀시설로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청와대 이전이 어떤 형태로든 군통신망을 재점검할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한편 이와 관련 국방부 측은 29일 “해당 구속 건은 월간조선 5월호에서 제기한 의혹과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알려왔다. 이에 앞서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은 28일 “(5월호에서 제기한 의혹과) 동일선상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말대로 별개의 사건이라면, 군통신망 도·감청과 관계된 인물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