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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취

한국전쟁에서 팔 다리를 잃은 전쟁영웅 윌리엄 웨버 대령 타계

"북쪽에 있는 너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너희들의 의무"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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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빚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미국인, 영국인 상관없이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의무가 있어. 그 의무는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잃게 생긴 사람들에게 그 자유를 전하고 지키게 하는 거야.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은 그 자유를 지키고 전달하기 위함, 즉 우리의 의무이지.
다만 우리가 너희에게 준 자유를 얻었으니 너희도 의무가 생긴 거야. 북쪽에 있는 너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너희들의 의무야. 그 의무를 다했으면 한다.”
故 윌리엄 웨버 대령(1925~2022). 사진=라미 현

미국의 6·25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이 4월 9일(현지시각) 메릴랜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7세.

6.25 당시 공수부대 장교로 참전한 그는 1951년 2월 15일 원주 북쪽 324고지 전투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1년간의 재활 치료 끝에 현역에 복귀, 1980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아 1995년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에 ‘19인 용사상’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19인 용사상 대열 후미에 판초 우의를 입고 M1 소총을 멘 군인 조형물은 웨버 대령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는 또 6·25전쟁 참전용사기념비에 미군 외에 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기자는 내용의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안 통과를 호소해 이를 통과시켰다.

국내외 6.25참전용사들의 사진을 찍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하는 '프로젝트 솔저'를 진행해 온 사진작가 라미 현은 웨버 대령의 사진을 찍어 선물했을 때의 일을 이렇게 회상한 적이 있다.

<“Oh, my God!”

감탄을 하시며 그토록 기다렸던 사진을 직접 보니 너무 기쁘다고 하셨다. 사진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이렇게 좋은 액자를 선물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내가 뭘 해주면 되냐고 하셨다.

많은 참전 용사분들이 액자값은 어떻게 주면 되냐고 할 때마다 내가 대답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께서 이미 69년 전에 다 지불하셨습니다. 저는 다만 그 빚을 조금 갚는 것뿐입니다.."

근데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지셨다. 보통은 나를 꼭 안아주시거나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정확히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 하셨다.

“You have so wrong idea.”

난 어리둥절해서 다시 물었다.

"제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선생님은 딱 잘라서 말하셨다.

“너희가 빚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미국인, 영국인 상관없이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의무가 있어. 그 의무는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잃게 생긴 사람들에게 그 자유를 전하고 지키게 하는 거야.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은 그 자유를 지키고 전달하기 위함, 즉 우리의 의무이지.

다만 우리가 너희에게 준 자유를 얻었으니 너희도 의무가 생긴 거야. 북쪽에 있는 너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너희들의 의무야. 그 의무를 다했으면 한다.”>

웨버 대령의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오늘날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은 바로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잃게 생긴 사람들에게 그 자유를 전하고 지키게’ 하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했던 웨버 대령 같은 분들 덕분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북쪽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우리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그저 송구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웨버 대령의 말은 우리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분들에 대한 고마움, ‘북쪽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해야 하는 자유민의 의무’을 잊고 살아온 우리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호된 죽비소리다. 위대한 자유전사(戰士) 웨버 대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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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윌리엄 웨버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생전에 워싱턴DC의 6·25 전쟁 참전 용사 기념 공원에서 ‘19인 용사상’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총을 잡은 두 손을 앞으로 비스듬하게 뻗은 군인 조각상이 웨버 대령을 모델로 한 것이다. /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입력 :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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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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