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씨를 국회에서 공개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9일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송영무 장관은 하루 전인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문정인 특보의 정부 비판 발언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상대해서 될 사람은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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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문정인(우측)씨는 15일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김정은 참수부대 창설' 언급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일보 |
지난 15일, 정치외교학자인 문씨는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종석씨와 함께 토론을 하면서 군 출신인 송 장관이 언급한 '김정은 참수 작전 부대 창설'을 들어 "부적절한 표현이다. 용어부터 정제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영무 장관은 이밖에 통일부의 대북 지원 등에 대해서도 정부 입장과 다른 얘기를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주의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차관급인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장관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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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좌)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사람들이다. 사진=조선일보 |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내린 주체가 누구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율된 메시지일 것으로 추측된다.
두 사람이 행정부 수반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송 장관에게 주의 조치를 내릴 순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임 실장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 정 실장은 해군 중위 출신이긴 하지만 30년 동안 ‘통상 외교’ 분야에서 일했고, 공직 퇴직 후에도 ‘국방·안보’와는 무관한 분야에 종사했다.
이와 달리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1973년 해군 소위 임관 후 35년 동안 군에 있었고, 해군참모총장까지 역임한 예비역 해군 대장이다. 임종석·정의용 실장, 두 사람이 송영무 장관에게 국방·안보 정책과 관련해 주의 조치를 내릴 만한 식견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통일부가 ‘인도적 지원’이란 명목으로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상당의 현물을 북한에 제공하려는 데 대해 송 장관이 국방·안보 분야 책임자로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제시한 데 대해 ‘정책적 혼선 야기’란 이유를 들어 주의를 준 것이라면, 그 당사자가 직접 나와 ‘대북 지원’이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왜 필요한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송영무 장관이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란 직함을 달았으면서도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사견을 공개적으로 얘기해 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받은 문정인씨를 두고 한 발언이 문제라면, 청와대는 역시 정책 혼선을 야기한 문정인씨에게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