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푸틴을 정면 반박한 주유엔 케냐 대사의 규탄 연설 화제

"아프리카의 국경은 우리가 결정한 것 아니지만, 민족-종교 근거로 한 실지회복주의나 팽창에 단호히 반대"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2월21일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 규탄연설을 하는 마틴 키마니 주유엔 케냐 대사. 사진=유튜브 캡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월 21일, 2014년 이래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2개 지역(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승인하고, 이 지역에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했다. 국제법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인 지역에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한 것은 사실상의 침략행위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월 21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마틴 키마니 주(駐)유엔 케냐 대사가 행한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키마니 대사는 과거 유럽 열강이 종족적 지리적 특성을 무시하고 일방적 인위적으로 그은 경계선(국경선)으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공존을 택한 아프리카의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키마니 대사는 이 연설에서 “우리가 2월 17일에 촉구한 외교적 해법이 실패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이 침범당했다. 강자가 유엔헌장을 유린하는 것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키마니 대사는 “케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와 같은 언동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키마니 대사는 아프리카의 국경선들이 과거의 식민 지배자들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케냐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국주의의 종언과 함께 탄생했다. 우리들의 국경은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다. 이는 현지의 오랜 민족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런던, 파리, 리스본에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키마니 대사는 “오늘날 아프리카 모든 나라들의 접경 지역에는 언어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독립 이후 우리가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일체성을 추구했다면, 우리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유혈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인종 민족 종교를 근거로 한 실지회복주의나 팽창에 결연하게 반대해 왔고 지금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1일 대국민연설에서 “소련이 없었다면 독립국 우크라이나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이웃국가가 아니다. 우리(러시아)와 분리할 수 없는 역사, 문화, 정신의 일부이다. 우크라이나는 단 한 번도 안정된 전통이나 국가성을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키마니 대사는 “오늘밤 다자주의는 죽었다. 다른 강국에 의해 공격받았다”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다자주의를 지키기 위한 깃발 아래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마니 대사의 이 연설은 ‘유엔주재 케냐 대사의 강력한 연설(powerful speech)’로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2월 22일 대한민국 외교부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이 성명에서 ▲ 우리 정부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보전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 우리 정부는 관련 당사자들이 국제법과 민스크협정 등을 존중하면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케냐만큼의 존재감도 없다” “주권을 존중하라는 명령형을 못 쓰고, 주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수동형을 쓴다. 러시아를 입에 올리지 않기 위한 비겁한 문법이다”라고 꼬집었다.


입력 : 2022.02.22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