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신화
유럽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면 국제적으로 식량 위기가 발생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적 불안이 가중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흑토지대 위에 있어 ‘유럽의 빵공장’이라 부른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이 전쟁으로 차질을 빚으면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식량 수입국의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FP·Foreign Policy)가 전망했다.
FP는 러시아의 주 공격로인 우크라이나 동부는 곡물 생산 중심로 전쟁이 날 경우 피해가 극심하다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식량 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밀 생산과 수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밀 2400만t을 수확해 이 중 1800만t을 수출했다.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개발도상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레바논이 소비하는 전체 밀의 약 절반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됐다.
밀 소비량의 1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14개 국가 중 상당수가 이미 정치적 불안과 소요 사태로 식량 수급 불안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예멘과 리비아는 각각 밀 소비량의 22%와 43%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우크라이나 밀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이집트는 2020년 우크라이나산(産) 밀 300만t 이상을 수입했다. 이는 이집트 밀 소비량의 14%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각각 전체 밀 수요의 28%를 공급했다. 방글라데시는 밀 소비량의 21%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에서 곡물 부족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 ‘아랍의 봄’과 같은 혁명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0년대 초반 중동(中東)‧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식량 가격 상승이 촉발했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하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까 우려한다. 또 유럽도 식량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U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곡물 공급망 확보와 수입처 다변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여러 가지이지만 세계의 ‘식량 창고’ 중 하나가 (전쟁으로) 식량 배달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