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산시에서 처형 장소로 활용된 곳. 사진=TJWG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아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TJWG)이 15일 ‘처형 맵핑’ 보고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 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Mapping Killings under Kim Jong-un: North Korea’s Response to International Pressure)〉을 공개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2014년 5개국 출신 인권 운동가와 연구자들이 서울에 설립한 인권옹호단체다.
TJWG는 “북한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처형을 벌이는지 탈북민을 인터뷰하고 위성 사진으로 분석해왔다”며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당국이 국제 비판을 의식해 처형 사건 소식이 외부 세계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됐다. 정보 유출을 통제하기 쉬운 곳을 처형 장소로 선택하는 전략적인 변화가 보인다”고 밝혔다.
TJWG가 이번에 공개한 보고서는 특히 양강도 혜산시 상황을 분석해 김정은 집권 전후 처형장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한다.
보고서는 6년간 탈북민 총 683명을 인터뷰한 기록을 토대로 했다. TJWG는 2015년부터 매핑 프로젝트로 처형장소와 암매장 등 시체 처리 장소, 인권침해 관련 문서나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들을 파악하고 기록해왔다.
TJWG는 “인권침해 관련 위치를 공간지리적으로 매핑하면 서술 증언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중요 정보나 패턴을 포착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위성사진을 활용해 탈북민을 인터뷰하고 위치를 파악했다. 정보 수집과 분석 등 전 과정에 공간지리정보(GIS) 기술을 적용했다.
TJWG는 “매핑 프로젝트를 통해 ▲처형에 관한 진술 442건 기록 ▲암매장과 소각 등 시체 처리 장소에 관한 진술 30건 기록 ▲김정은 통치 아래 전반적 상황 파악 위해 처형 장소에 관한 진술 27건 기록 ▲공개 처형에 관한 진술 23건 기록 ▲공개 처형 23건 중 총살 21건, 교수형 2건 기록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개 처형은 주로 개활지와 들판, 비행장 일대, 강둑, 언덕·산에서 집행됐다.
공개 처형된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남한 영상 시청·배포 혐의(7건) ▲마약 관련 혐의(5건) ▲성매매 혐의(5건) ▲인신매매 혐의(4건) ▲살인·살인미수 혐의(3건) ▲음란행위 혐의(3건) 순이었다.
TJWG는 “처형 집행 직전 피고인을 비인간적으로 취급해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주려고 한 방법은 김정은 통치 아래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피고인을 용서한다며 김정은을 자비로운 지도자로 선전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통치기 양강도 혜산시의 상황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처형에 관해서는 진술 10건을 기록했다.
공개 처형은 중국 국경과 혜산시 중심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혜산비행장 활주로 주변 언덕이나 개활지에서 주로 집행됐다.
또 공개 재판에 관한 진술은 26건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 공개 재판으로 피심사자에게 사형이 선고됐으나 현장에서 즉각 처형되지 않은 경우는 4건이었다.

보고서는 공개 재판에 체계적으로 학생을 동원해 참관하도록 했다는 진술들을 확보하였다. 이어 공개 처형은 줄어든 것 같다는 진술들이 있었고, 비밀 처형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아영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 감시 강화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이는 인권상황이 개선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처형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또 “수시로 공개 처형을 벌여 주민들을 두렵게 하려던 과거에 비해 김정은 시기에는 주민들에게 노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처형을 많이 한다”며 “비밀 처형이나 실내 처형 같은 비공개 처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TJWG 이영환 대표는 “비밀 처형이나 실내 처형을 파악하고 기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최근 5~6년 사이 실내 처형에 관해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한 뉴스 보도가 증가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비밀스러운 처형을 추적하기 위해북한 내부 상황을 보도하는 북한 전문 매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