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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KAI, 우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국내 언론 최초로 KAI 우주센터 취재...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와 만나다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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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기술진과 연구진은 ‘미지(未知)의 세계’ 우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 이들은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의 영역은 신비로워서 인간의 접근을 반기기도 하지만, 때론 매몰차게 거부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자체 개발한 누리호는 이제 신의 영역으로 그 공이 넘어갔다. 누리호를 반길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로 대할지 지켜볼 일이다.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 사진=KAI 제공

지난 10월 7일 아침,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경남 사천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향했다. 2년 7개월 만에 다시 찾은 KAI에는 그땐 없던 신규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2020년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준공한 것이다. 연면적 2만3332㎡에 달하는 KAI 우주센터(이하 우주센터)는 위성개발, 생산, 조립, 시험을 한 곳에서 수행하며 KAI의 개발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국내 언론 최초로 우주센터 취재


《월간조선》은 국내 언론 최초로 우주센터를 취재하는 기회를 가졌다. 통상 일반인들은 박람회 같은 곳에서 우주와 우주선을 영상과 모형 등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최대 우주산업체인 KAI의 실재(實在) 우주산업 시설을 둘러본다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AI에서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비장의 무기’가 제작됐다. 오는 10월 21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KSLV-Ⅱ)’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km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이다.

KAI는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누리호 제품의 총조립을 수행했다. 누리호 발사체 중에서도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 제작에 주력했다. 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조립설계, 공정설계, 조립용 치공구(治工具) 제작 등을 담당하며 사실상 누리호 완제품을 만들어냈다. 

누리호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12년간 2조원 가까이 투입돼 사상 처음 우리 힘으로 개발한 발사체이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개발 역사 30년 만의 대성과(大成果)라고 할 수 있다. 금번 발사에 성공하면 해외에만 의존하던 위성 발사를 우리의 위성을 우리 땅에서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 하는 셈이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 후 고도 59㎞에서 1단 로켓, 233초 후 고도 191㎞에서 페어링, 274초 후 고도 258㎞에서 2단 로켓이 분리된다. 마지막으로 3단 로켓이 점화돼 고도 700㎞까지 올라간 뒤 위성 모사체(模寫體)를 궤도에 내려놓으면 임무가 끝난다. 발사 후 약 15분만에 모든 게 판가름 나는 것이다.


청정실


기자는 한창헌 상무(KAI 미래사업부문장)와 김상은 팀장(KAI 위성생산팀) 안내로 우주센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우주센터에 들어가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강력한 보안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 들어가는 문(門) 마다 담당자들이 연신 카드를 태그 해야 했다.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 샤워(Air shower)를 거친 뒤 무진복(無塵服)과 머리 덮개를 쓰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위성 관련 전자기기에 이상을 줄 수 있는 정전기를 막기 위해, 몸에 있는 정전기를 제거하는 과정도 거쳤다.  

청정실에서 위성 제작 작업이 이뤄지는 이유는 위성에 전자장비가 많이 장착돼 있어 가급적 먼지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정실의 특징 중 하나는 무지주(無支柱) 단독 공간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위성과 양산 수요를 고려할 때, 각 위성별로 효율적인 레이아웃(lay out·공장 배열 등 공장 내부 환경을 일컫는 말)을 자유자재로 구축하기 위해 무지주로 만든 것이다. 먼지 없는 청정 환경을 조성하고, 무지주 공장으로 건설된 우주센터내에는 위성을 제작하고 조립, 시험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들도 구축되어 있다.

현재 우주센터에서는 국가위성으로는 최초로 민간업체가 주관하는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CAS500 위성 2호는 ▲국토·자원 관리 ▲재난재해 대응 관련 공공부문 수요 대응 ▲국가 공간정보 활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밀지상관측 영상 제공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밖에 차세대 중형위성 3~5호와 다목적 실용위성(KOMPSAT) 7A 구성품 제작이 우주센터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CAS500위성2호는 올해 안에 제작을 마무리 해 내년 상반기 중에 카자흐스탄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기자는 한창 작업 중인 CAS500위성2호를 만날 수 있었다. KAI 관계자들은 “마침 작업 중인 CAS500 위성 2호가 우주센터에 있어 기자님은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입을 모았다. 

위성의 태양 전지판은 탄소복합재와 그 사이에 알루미늄 허니캄(honeycomb)이라는 벌집 모양의 복합재로 채워져 있었다. 샌드위치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운데, 샌드위치 빵 두 개가 탄소복합재였고, 샌드위치 안의 내용물이 허니캄 복합재였다. 한창헌 상무는 “위성의 관건은 기능도 기능이지만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복합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구성하는 ‘근육’과 ‘혈관’


탄소복합재(carbon composite)는 위성이나 항공기, 헬기 내장재 등에 쓰이는 핵심 재료다. 탄소복합재 제작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공개를 꺼리는 기술 중 하나라고 한다. 

탄소복합재는 짙은 갈색의 카본 테이프(carbon tape)로 제작된다. 카본 테이프는 닭가슴살처럼 수직 방향으로만 찢어질 뿐, 수평 방향으로는 찢어지지 않는다. 이 카본 테이프를 수백 번 교차해 접착한 뒤 오토클레이브(autoclave)에서 섭씨 300℃가 넘는 고온에 가압(加壓) 처리하면 전투기와 헬기 내장재로 쓰이는 탄소복합재로 탈바꿈한다. 

탄소복합재는 가벼울 뿐 아니라, 매우 단단하다. 알루미늄 허니캄 역시 벌집 모양의 복합재로, 매우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다. 한창선 상무는 “항공기에 쓰이는 복합재와 위성에 쓰이는 복합재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항공기에 쓰이는 복합재는 내구성(strength)이 관건이고, 위성에 쓰이는 복합재는 단단함(stiffness)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복합재는 위성의 근간을 이루는 ‘근육’인 셈이다.

위성은 고온의 태양열과 항시 접해 있기 때문에 내열(耐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상은 팀장은 내열과 관련해 “위성은 기본적으로 열진공 시험 과정을 거친다. 이는 내열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위성은 발사 후에는 수리할 방법이 없어 발사 전 치밀하게 모든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헌 상무는 “CAS500위성 2호엔 카메라가 장착된다”며 “레이더와 카메라에 먼지가 붙으면 우주공간에서는 (공기가 없어)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CAS500 위성 2호를 보기에 앞서 KAI 직원 수십 여 명이 길쭉한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김상은 팀장은 “기술진들이 보드(board)에 납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제작하려면, 그 안에 장착될 컴퓨터를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이 컴퓨터에 들어갈 보드 역시 따로 만드는데 그때 필요한 작업이 바로 납땜이다. 보드는 위성 장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신체에 비유한다면 ‘혈관’에 해당한다는 게 김상은 팀장의 설명이다.

방위산업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지만, 대다수 과정은 사람 손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래서 방위산업은 최첨단인 동시에 ‘노동집약 산업’이라고 일컬어진다.   


CAS500 위성 2호의 위용


유닛조립실까지 둘러본 기자는 CAS500 위성 2호가 있는 청정실로 이동했다. 김상은 팀장은 “CAS500 위성 2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조립을 하다가 후속 작업을 위해 얼마 전 KAI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현재는 발사체와 분리할 때의 충격을 모사(模寫)하는 시험을 위해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마무리 작업들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 발사를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기자가 본 CAS500위성2호는 무게가 500kg 정도였다. 위성 곳곳에 케이블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고, 이 케이블은 위성 주변을 포진하고 있는 연구진들의 컴퓨터와 연결돼 있었다. 연구진들은 컴퓨터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여러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상은 팀장은 “위성에 부착된 장비들이 실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연구진들이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줬다. 혹시 누전되는 것은 없는지, 작동하지 않는 장비는 없는지 일일이 사람의 눈과 손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위성 조립에 있어 자동화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는 있지만, 실제 조립만큼은 앞서 지적한대로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위성이 고도화 할수록 점점 집적화(集積化)하기 때문에, 사람 손이 기계보다 위성에 접근하는데 보다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위성을 기계가 조립하면 위성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도 사람 손을 빌리는 요인 중 하나다. 

이어 KAI 종포공장으로 향했다. KAI는 경남 사천시 용현면 종포항 인근에 위치한 종포공장에서 누리호 발사체 중, 앞서 언급한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제작했다. 이 두 탱크를 합쳐 ‘1단 추진체 탱크’라고 부르는데 1단 추진체 탱크는 발사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KAI는 1단 추진체 탱크 기술 첨단화를 위해 2017년 9월, 종포공장 내에 비파괴검사실, 용접룸, 조립청정룸, 내압(耐壓)시험실 등을 갖춘 발사체 탱크 전용 제작 공장을 준공했다. 

임감록 팀장(KAI 발사체생산팀)은 위성 발사체의 기본 구조와 함께 두 탱크의 기능을 설명했다. 임 팀장의 말이다.

“누리호 발사체는 크게 총 3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길이는 47.2m입니다. 발사체에 들어갈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는, 발사체 맨 하단(1단)에 위치합니다. 산화제탱크에는 액체산소가 들어갑니다. 우주에는 공기 중에 산소가 없기 때문에 연소에 필요한 액체산소를 주입하는 용기가 산화제탱크입니다. 그 아래에 연료탱크가 위치합니다. 연료탱크엔 비행기 연료와 같은 등유(燈油)가 주입됩니다.”

직접 보니 두 탱크는 크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산화제탱크가 더 크고, 연료탱크가 산화제탱크와 연료탱크 그리고 엔진을 조립하면 약 23m에 달해 전체 누리호 발사체의 거의 50%를 차지한다. 외벽의 색깔은 금박을 입힌 것처럼 반짝반짝 윤기가 났다.

KAI는 추진제탱크 제작의 핵심 공정인 알루미늄 합금 원판을 스피닝(Spinning) 장비로 균일하고 얇게 펴 돔 형태로 제작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스피닝 공정개발을 자체적으로 완료하고, 제작기술도 확보한 것이다. 

KAI는 발사체 대형 구조물에 대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결합하는 정밀 용접기술도 보유하게 됐다. 용접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발사체에서 연료 누출이 발생해 위성 발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임감록 팀장은 “탱크 외벽이 압축기밀용기라 일일이 용접을 해 (탱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엑스레이로 불량이 있는지 별도로 확인하는 작업도 거친다.

임 팀장은 기자를 내압시험실로 안내했다. 내압시험실은 연료탱크가 압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테스트 하는 곳이다. 탱크에 물을 채워 수압과 압력을 가해 내압을 확인한다. 이런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것이 1단 추진체 탱크인 셈이다. 임감록 팀장은 “산화제탱크와 연료탱크는 이미 제작을 마쳐 현재 납품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KAI

 

이처럼 KAI 기술진과 연구진은 ‘미지(未知)의 세계’ 우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 이들은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의 영역은 신비로워서 인간의 접근을 반기기도 하지만, 때론 매몰차게 거부하기도 한다. 

위성이라는 게 10년 이상 준비한다고 해도 우주궤도에 무사히 안착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위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KAI 관계자들은 10월 21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 발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자체 개발한 누리호는 이제 신의 영역으로 그 공이 넘어갔다. 누리호를 반길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로 대할지 지켜볼 일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자세한 내용은 오는 10월 17일 발매되는 《월간조선》 11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입력 : 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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