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기자수첩

'지휘관은 가장 나중에 적지(敵地)를 떠난다'를 실천한 미국과 소련의 장군들

아프간 철수시 가장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오른 도나휴(미군), 마지막으로 다리 건넌 그로모프 장군(소련군)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카불 공항을 떠나는 마지막 수송기에 마지막으로 오른 미82공수사단장 크리스토퍼 도나휴 소장(왼쪽), 1988년 소련군 철수 당시 마지막으로 다리를 건넌 보리스 그로모프 상장.

미국 국방부는 8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민간인들의 철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던 아프간전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카불 철수 후 완전 무장하고 굳은 얼굴로 C-17 수송기에 오르는 미군의 야간 투시경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람은 82공수사단장 크리스토퍼 도나휴 육군 소장(少將)이었다. 199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시리아, 이라크, 북아프리카, 동유럽에서의 작전에 참여한 30년 경력의 군인.

이 사진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1988년 2월 15일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아프간 주둔 소련군 40군 사령관이었던 보리스 그로모프 상장(上將)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전쟁 기간 중 세 차례 파병됐던 역전의 용사였다. 그는 소련(현재의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가르는 아무다리야강에 놓인 ‘우정의 다리’ 중간에서 장갑차를 내려 소련 땅으로 걸어 들어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리를 건넌 그는 기자에게 “내 뒤에는 단 한 명의 소련 병사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의 9년간 주둔은 이걸로 끝이다”고 말했다. 

이 모습으로 그로모프는 소련의 국민적 영웅으로 각인됐다. 이후 그는 소련군 참모차장, 국방부 차관을 역임한 후 모스크바주 지사를 지냈다. 그는 2001년 10월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할 때 “미군 특수부대가 러시아로부터 제공 받은 아프가니스탄 정보를 십분 활용한다면 단기간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본다”면서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지지하는 아프간인 전체를 대상으로 싸운다면 승리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예견했다. 결국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그의 예견대로 되고 말았다.


도나휴 장군과 그로모프 장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모습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한 두 제국의 치욕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군인으로서는 훌륭했다. 그들은 영화 <위 워 솔저스>에서 할 무어 중령이 출정식에서 했던,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며,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는 말을 실천한 ‘진짜 군인’들이었다.


입력 : 2021.08.31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