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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특전사가 김정은을 눈 앞에 두고도 못 쏘는 이유는?

‘소부대 전투’ 연구 ‘창끝전투학회’ 제1회 콜로키움 개최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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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전쟁기념관 이병영홀에서 열린 창끝전투학회 제1회 콜로키움. 국방부 관계자, 현역 장병, 육군사관학교 생도, 예비역 등이 참석했다. 사진=창끝전투학회

지난 6월 26일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사단법인 ‘창끝전투학회(Small Warfare Society, 초대 학회장 조상근 박사)’가 제1회 콜로키움 ‘조우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열었다. 

 

조우전(遭遇戰)은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적과 교전하는 것을 뜻한다. 창끝전투는 대대급 이하 소부대가 수행하는 전투를 말한다. 보병을 ‘창’으로 비유하면 대대급 이하 부대는 ‘창끝’에 해당한다. 

 

이날 사회는 예비역 육군 소령인 김세진(육사 67기)씨가 맡았으며 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미래전, 소규모 전투로 전쟁 승패 결정


조상근 박사는 “미래전은 병력 구조 감축으로 전쟁 승패가 소부대 단위 전투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이를 착안해 소부대 전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창끝전투는 2019년 12월 22일 조 박사가 페이스북에 그룹(커뮤니티)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룹 소개란에는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근접전투에 필요한 전투체계(선견-선결-선타-방호-지원), 싸우는 방법, 소부대 구조를 논하는 Untact 공간(전투의 본질 추구)’이라고 적혀있다. 현재 약 16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에는 소부대 전문 학술단체(창끝전투학회)로도 등록해 분야별 전문가 약 70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60여 편의 KCI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5월 17일에는 국방부가 ‘사단법인 창끝전투(비영리)’에 대한 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조상근 박사는 “창끝전투는 군에 있는 내 아들과 손자들이 전투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무기 체계, 싸우는 방법, 조직 등을 연구하는, ‘애국심에 기초한 현장 중심 소부대 혁신 싱크탱크’”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전장과 야전에 초점을 두면서 근접전투를 수행하는 대대급 이하 제대의 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및 조직·편성에 대한 진화적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연구, 교육, 프로젝트 및 경연 등을 수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 


창끝전투의 모토는 ‘SRTW’다. S는 Spearheaders(창끝전투 학회원들), R은 Read(연구), TW는 The Way(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조직·편성)을 뜻한다. 학회는 센터[▲전법(싸우는 방법) 센터 ▲무기체계 센터 ▲조직·편성 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창끝전투는 분기별로 소부대 전투 전문 학술지인 《창끝전투》를 발간하고 등재지(KCI) 승격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와 야전의 목소리를 각각 절반씩 반영해 ‘테마가 있는 학술지’를 추구하며 반기 단위로 콜로키움도 개최할 예정이다.


소부대 전투 전문가 과정을 운영해 ‘(대)드론, (대)로봇, AI 등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현장 즉시 적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일선 부대(특전사, KCTC, 육군 5사단 등)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유사시에는 창끝전투가 일선 부대에 첨단 기술 역량을 지원하고, 국가총력전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또 집단지성을 활용해 명확하고 또렷한 소부대 무기체계 ORD(Operational Requirements Document, 운용요구서) 탐색 등 각종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소부대 혁신을 위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경연(challenge)도 연다. 연 1회 전투 경연(SAC 2025 예정)을 개최해 즉시 야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과업(task)을 검증해갈 예정이다.


창끝전투는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연례행사(SAM)를 통해 각종 활동을 점검하고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조상근 박사는 “창끝전투가 소부대 혁신을 위한 소통 창구가 되겠다”며 “대안 있는 비판을 제시하는 창끝전투에 함께해달라”고 밝혔다.


한국군, 연평도 사태 이후 국지도발 대비에만 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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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 소부대 조우전에 대해 발표하는 최무룡 ETRI 연구원. 사진=유튜브 채널 창끝전투학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최무룡(예비역 육군 대령) 연구원은 ‘기갑 소부대 조우전’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한두달 전까지만 해도 국방일보 등에서 조우전과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우리 군에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상충) 현상이 있다. 특정 훈련을 강화하면 다른 분야 훈련이 약화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육군의 균형 감각이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주로 국지도발에 대비하는 전투 준비를 했다. 전면전보다는 국지도발에 매몰돼 있었다. 합참에서 전방 사단의 전면전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자 육군 5사단에 나갔다. 5사단 정규작전장교는 ‘2년 동안 근무하며 정규 작전 계획을 수정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훈련도 차단선, 봉쇄선 점령 훈련에 그쳤다. 거점 점령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우리가 동경하는 이스라엘군도 가자·서안지구 경계 임무에 예비군을 투입했다. (정규전 대비를 소홀히 한 채) 2006년에는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였다. 그런데 정규군도 아닌 헤즈볼라군을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패했다. 헤즈볼라의 대전차 매복 공격으로 천하의 이스라엘 기갑부대가 전차를 버리고 도망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6년 동안 전면전 대비 훈련은 전혀 하지 않고, 테러와의 전쟁 대비와 경계 임무만 수행하다가 당한 일이었다.”


최 연구원은 “기계화학교에서 조우전을 어떻게 교육하는지 확인했다. ‘신속한 선제 사격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고 즉각 대응 사격한다’고 명시돼 있다. 올바르게 교육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조우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관에서 불필요하게 복잡한 용어로 이를 재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본을 충실히 훈련하면 우발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최무룡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2대가 러시아군 최신 전차 T-90 1대를 상대로 조우전을 벌이는 영상을 소개했다. 브래들리는 번갈아가며 T-90을 상대로 기관포를 쐈고 T-90의 대응 사격은 브래들리를 맞추지 못했다. 곧이어 전차는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다. 또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벌어진 기갑 조우전인 ‘73 이스팅 전투(73 Easting) 전투’ 사례도 들었다.


80년 전 롬멜의 교훈, “선제 사격으로 주도권 확보해야”


“80년 전에 이미 조우전 대비책을 터득했던 명장이 있는데, 독일의 롬멜이다. 《롬멜전사록》은 ‘프랑스군 기계화부대와 처음 충돌했을 때 우리(독일)가 선제 사격을 하자 프랑스군은 황급히 달아났다’‘조우전에서 누구든지 먼저 상대방에게 사격을 가하는 측이 주도권을 잡는 다는 것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적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고 해도 우선 사격을 개시하고 볼 일이다, 적이 배치됐으리라 예측되는 방향으로 단순히 화력을 퍼붓기만 하면 된다’‘적의 사격을 받을 경우 엄폐하거나 후속 지원을 기다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고 했다. 이처럼 전쟁사를 공부하면 과거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최무룡 연구원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하기 위해선 화력 우위가 전제돼야 한다”며 “전투 부상자 처치에 필요한 최우선의 전투 기술도 화력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과 접촉하기 전에는 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원거리에서 포병이나 박격포로 미리 타격해야 한다”며 “근거리에서도 적과 마주치거나 식별했을 때는 갖고 있는 모든 화력을 적에게 투사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지휘관은 ‘탄약이 낭비된다’며 사격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탄약은 짧으면 몇 시간, 길어도 며칠이면 보급된다. 더 나아가 전차는 짧아야 3개월 길면 1년 동안 보충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전차 승무원을 얻으려면 20년이 지나야 한다.” 


“한반도는 전차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


최 연구원은 “‘전투대형’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평시에 숙달해야 한다”고 했다. 


“평시에는 단일 기동 대형을 유지하지만 유사시에는 종대(縱隊)뿐만 아니라 횡대(橫隊), (역)삼각대 등 임무와 상황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미군은 조우전에 대비해 수신호로도 대형 유지훈련을 한다. 한국군은 미군보다 기갑 조우전을 치를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군은 미군보다 기갑 조우전을 치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우리도 반드시 이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한다.

 

‘한반도 지형은 전차 운용이 부적합하다’는 일부의 논리는 한국군에 전차를 제공하길 원치 않았던 74년 전 미 군사고문단의 논리다. 궤도 차량(전차)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인데 이는 앞선 논리를 반박하는 강력한 반증이다.”


이어 사격 통제의 중요성과 숙달의 필요성도 설명했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당시 대간첩 작전에 중대장으로 참전했던 동기들은 ‘사격 통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사격 중지’가 어려웠다고 한다. 탄창(탄알집)의 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사격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사격 통제조차 실전에선 쉽지 않다. 상황에 적합한 사격을 미리부터 익혀놓지 않으면 전시에는 절대로 적용할 수 없다. 배구 선수가 상대방의 공격에 앞서 미리부터 블로킹을 준비하는 것처럼 일선 전차 부대도 유사시 조건반적인 사격을 위해 숙달 훈련을 해야 한다.”


대부대는 소부대의 조우전 예방해야


최 연구원은 “대부대(상급부대)는 소부대(예하부대)가 조우전에 직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부대는 감시정찰 역량을 총동원해 사전에 표적을 식별, 제거한 뒤 관련 정보를 소부대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은폐한 소규모 적은 찾기 내기 어렵다. 말단 부대가 직접 기동하며 적을 파악하도록 소형정찰 드론이나 자폭 드론을 일선 부대에 전력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최신 K2 전차를 북한군의 구형 전차와 비교하며 ‘한국군이 승리한다’고 자신만만해 있지만 북괴군(북한군)이 우리보다 더 많은 드론을 활용한다면 비록 한반도 전구 전체의 공중우세권은 한미연합군이 갖고 있어도 특정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적이 공중 우세권을 점유하고 있다면 K2 전차가 천마호나 불새(대전차 미사일)에 격파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러우전 초기 전투에서 러시아군 전차 손실의 절반은 훈련되지 않는 전차 승무원들이 전차를 버리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우리군은 과학화 훈련 체계를 더 많이 활용해 FTX에서는 할 수 없는, 최악의 기상·지형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아주 열악한 적의 T-55 전차를 10년 경력의 승무원이 운용하고, 아군의 K2 전차를 병사(18개월 복무)나 5년 차 승무원이 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의 K2 전차가 T-55 전차를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양이 질을 이길 수 있다. 질적 우위는 더 많은 훈련으로 유지된다. 소부대는 기본, 곧 훈련에 충실해야 한다.

 

상급부대는 미래전 대비를 앞당겨 말단 전투원이 조우전을 벌이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장병은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제 타격할 경우 아군을 공격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최 연구원은 “‘아군끼리는 충분한 피아 식별이 된다’는 전제 하에 공세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더 확인한 뒤 현장 지휘관의 판단 아래 공격(사격)해야 한다”고 했다. 


‘적 매복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아군이 과감하게 전투에 임하면 적의 매복 우위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수세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오히려 적에게 격멸당한다. 과감한 대응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구체적인 대응 방법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달려있지만, 롬멜의 말처럼 ‘좀 더 과감하게 돌격하고 사격하라’고 조언하겠다.”


한 대학생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소규모 전차부대가 조우전을 벌일 경우, 이것이 사단이나 군단급의 제병협동(여러 병과가 협력) 작전에 영향을 미쳐 상급부대의 작전계획 변경을 초래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말단 부대는 상급부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먼저 조우전을 치르고 나서 보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최무룡 연구원은 “전차는 이동하면 곧 적에게 들킨다고 봐야 한다. 적을 식별했다면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한 무조건 교전해야 한다. 상급 부대가 기갑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곧 전투를 전제로 하는 행위다. 상급부대는 기도비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전차를 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군, 개인 전투 장구는 부실, 통신 체계는 미흡

 

12사단의 한 중위는 ‘전차와 장갑차는 무전이나 피아식별 장치로 상호 위치와 존재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일반 보병 부대는 쉽지 않다. 작전 계획상 해당 지역에 아군이 있는지, 없는지 추정만 할 뿐’이라며 피아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최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군의 가장 큰 취약점은 개인 전투 장구의 부실함과 통신 체계의 미흡함이다. 이 때문에 피아식별에도 어려움이 있다. 피아식별이 불가한 상황에서는 현장 지휘관이 판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의 임기응변 능력과 ‘임무형 지휘’가 중요하다.


일선 병사들은 자주포와 전차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모르기 때문이다. 교육해야 한다. 간부들은 북한군 무기 체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적의 기갑 전력이 어떻게 구성되고 아군의 어떤 무기로 이를 격파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적절한 무기를 사용하지 못 해 적 전차를 파괴하는 데 실패할 경우 곧 더 큰 위협에 놓이기 때문이다.”


KCTC 첫 대항군 대대장을 지낸 한 예비역 육군 대령은 “KCTC에서도 전차를 제대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전차를 잘 운용하려면 우선 여건을 잘 조성해야 한다”면서도 “한반도 지형상 기갑 조우전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유사시) 보병은 기갑 전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지대를 개척하고, 전차는 기동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보병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특수부대는 조우전이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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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작전부대의 조우전에 대해 발표하는 박승용 대표. 사진=유튜브 채널 창끝전투학회

 

특수작전연구소 찰리마이크 박승용 대표는 ‘특수작전부대 조우전’을 발표했다. 특전사에서 18년을 복무하고 지난해 전역한 박 대표는 “‘특수작전’과 ‘특수작전 부대’에 대한 정의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야전교범 군사용어에 따르면, 특수작전은 ’특수작전부대가 전/평시 국내, 적(敵) 지역 또는 분쟁발생 지역에서 국가 또는 군사목표 달성을 위해 단독 또는 정규군 및 정부기관과 연계하여 수행하는 군사작전‘을 말한다. 


특수작전부대는 ‘전/평시를 막론하고 비상사태나 전략적 우발사태 발생 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수행되는 특수한 성격의 작전을 수행할 목적으로 단일 지휘관의 지휘 하에 형성된 부대를 말한다.

 

박 대표는 “일부 공세적 특수작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특수작전 간 접적(接敵)은 모두 조우전”이라며 “특수작전은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기에 조우전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한다”고 했다.

 

니제르의 비극

 

박 대표는 니제르 반군에 희생된 미 육군 그린베레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그린베레 부대원 4명은 방탄 차량 없이 이동을 하다 매복한 니제르 반군에게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특수작전부대는 적지 종심에서 전투 지원이나 작전 지속 지원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불확실성, 적과 만날 가능성을 처음부터 줄여야 한다. 우리 특전사는 12명이 (한 개 팀으로 적진에) 침투한다. 규모나 화력도 열세다. 열상 감시 장비도 없고 실시간 데이터 통신 장비도 없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전우들도 니제르의 비극을 겪을 것이다.”   


박승용 대표는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전투수행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①작전 준비 단계에서는 정보지원(전투서열 분석 등) 체계를 개선하고 ②작전 중에는 작전 중요도에 따른  UAV·드론 운용 정보지원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특수작전부대가 적과 만날 가능성을 처음부터 줄여야 한다고 했다.


장비(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무기체계 개선 ▲특수작전용 UAV/DRONE 전력화 ▲데이터 통신장비 전력화 ▲열상장비 전력화 ▲특수작전팀 화력 장비 보강이, 소프트웨어에서는 ▲전투원 교전능력 향상 ▲C4(3)I와 연동한 전투 능력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전사, 김정은 잡으려면 열영상 장비 있어야

 

박승용 대표는 특전사의 열영상 관측 장비 전력화와 화력장비 체계 개선, 피격 대처 역량 확보가 필요하고 했다.


“현재 특전사에는 열영상 관측 장비가 없다. 광증폭 장비가 전부인데 주변 방해 광원에 취약하다. 김정은을 잡으러 (적진에) 들어갔는데, 김정은이 벤츠에 탄 채 담배를 피면 차량 라이트와 담뱃불 때문에 김정은을 조준하지 못 한다. 김정은을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특수작전팀이 생존하기 위해서도 열영상 장비가 추가로 지급돼야 한다.

 

대전차화기, 범용 유탄발사기 등도 보급돼야 한다. 전투 하중, 생존 하중을 고려해 화력을 강화해야 한다. 

 

피격에 대비하는 상황 조치 능력을 갖춰야 한다. 평시 훈련으로 유사시 전술적 열세를 거부하고 ‘패닉(공황)’에 대처해야 한다. 적에게 전술적 우위를 내주면 안 된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공세적으로 행동해 적을 격퇴해야 한다. 또 전투 부상자 처치 절차도 숙달해야 한다.”

 

보병 소부대와 조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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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 소부대 조우전에 대해 발표하는 조상근 초대 학회장. 사진=유튜브 채널 창끝전투학회

 

조상근 박사는 ‘보병 소부대 조우전 발전 방향’을 발표하며 “인구(병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군사혁신(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조상근 박사는 군사혁신 차원에서 조우전도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벌어졌던 ‘도시 전투’가 한반도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조우전을 이야기하면 일부에서는 ‘지금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조우전이냐?’고 말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 산으로 들어가면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다. 아군이 아군을 쏘고 적군도 적을 쏠 수 있다”며 “한반도는 단순 산악 지형이 아닌 ▲산악(약 70%) ▲도시(63.5%) ▲지하(휴전선 일대 땅굴, 갱도화된 진지 등)로 이뤄진 ‘복합 지형’이다. 그 특성상 시간과 공간을 특정해 싸울 수 없다. 조우전 대비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우전은 ‘상황’에 대한 정의일 뿐 전투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전투 기술로서의 조우전만이 아닌 ‘내가 원치 않는 시공간에서 싸울 수 있다’는 ‘사고의 조우전’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는 산악보다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이 적다. 지하는 가시화할 수 있는 영역이 도시보다 더 적다. 아무리 인공위성이 뛰어나도 건물 내부와 지하는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북한은 지하 지형을 자신들의 강점으로 삼고 있다.

 

미군 교범인 《North Korea Tactics》(북한군 전술)에는 북한이 지탱점과 지탱점을 지하 터널로 연결해 놓았다고 설명한다. 산악 전투만 대비한 병력이 아무 준비 없이 북한의 지하 지형으로 투입되면 백전백패한다. 지하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면 그 패닉, 공포는 극복할 수 없다.”

 

미군과 한국군의 조우전 전투기술

  

미군은 조우전(Meeting Engagement)이 대부대 차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소부대의 조우전’에 필요한 전투기술(Engagement Techniques)을 사격 측면에서 ▲Point(특정지점 집중) ▲Area(특정지역 집중) ▲Simultaneous(동시) ▲Alternating(교대), ▲Observed(주시) ▲Sequential(순차) ▲Time of Suppression(제압) ▲Recon by Fire(화력수색) 8개로 세분화하고 있다.


조상근 박사는 한국군의 조우전 수행 방법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①자체 화력으로 적의 기습 사격 원점 무력화 및 연막 차장(遮障, screen) ②최대 발사 속도로 사격하면서 교대 전진 및 부상자 응급처치 ③적에 대한 대응 사격으로 적 규모 및 위치 확인 ④지휘자가 적 소규모 판단 시 ‘자체 격멸’/ 적 대규모 판단 시 ‘자발적인 철수’다.


“적 조우 시 적에게 화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적이 아군을 공격할 수 있다. 적에게 공격당했다는 것은 곧 적이 매복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연막 차장을 해야 한다. ‘연막을 잘 활용하는 자가 진정한 전투원, 리더, 지휘관’이라는 말이 있다. 연막 하나에 목숨과 전황이 왔다 갔다 한다.


최대 발사 속도로 사격하는 것은 화력 수색의 한 방법이다. (피격됐다고) 곧장 철수하면 적의 공격이 더 거세지니 대응 사격해야 한다. 그러면 적은 자신의 위치가 노출됐다고 판단해 자신들의 최대 속도로 공격해 올 것이다. 아군 지휘관은 이러한 적의 반응을 바탕으로 적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아군도 최대 속도로 적에게 맞서야 TCCC(Tactical Combat Casualty Care, 전투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전투기술은 적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대규모 적에 맞서 물러설 때는 철수 경로를 진입로와는 다르게 해야 한다. 철수할 때는 마지막 지점에서 연막 차장을 하고 화력 지원 후 빠져나와야 한다.

 

유튜브 보며 北 무기 소음 익혀놔야


조 박사는 “적의 규모와 무장 수준을 알기 위해선 적 무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평소 알고 있어야 한다. 유튜브에 다 나와 있다. 적 화기의 소음을 익혀놔야 적과의 거리도 알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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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소부대 전투 기술’과 한국군의 ‘4대 기본 전투기술’을 비교했다. 사진=조상근 박사 제공

 

 

조상근 박사는 미국의 ‘소부대 전투 기술’처럼 한국군의 ‘4대 기본 전투기술’을 소개했다. 4대 기본 전투기술은 ①사격과 기동 ②전투대형 유지·전환 ③은·엄폐 및 소산 ④관측 및 보고다.


“4대 기본 전투기술을 동시, 연속, 반복해 융복합하는 것이 조우전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전투대형 유지·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적과 교전하기 전에는 전개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개하면 마찰 요소가 많아져 전투력이 소진된다. 적에게 기습당할 경우 신속하게 대형을 전환해야 한다. 일렬종대는 한 명만 사격할 수 있지만 전개하면 8명이 할 수 있다.”


조 박사는 “보병부대 편성에서 한국군은 통합형 분대(8명)가 가장 작은 단위지만 미군은 분대본부[9명, 분대장 중사] 아래 2개 팀[팀장 하사, 알파·브라보 팀 각 4명]이 있다”며 “이것은 6·25전쟁 당시 미 전훈분석팀이 한반도를 방문한 후 창끝부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고안된 편성”이라고 했다.

 

분대장 임무, 한국군 7개, 미군은 3개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군 분대장의 임무(task)는 7개이지만, 미군은 3개다. 한국군은 통합형 분대이기에 분대장이 맡아야 할 임무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미군은 분대장의 지시를 받는 팀장이 중심이 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는 팀 단위로 분대를 편성했다.


조상근 박사는 한미 양국의 분대 화기 편성도 비교했다.


“미군은 지휘자(분대장, 팀장)에게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무장(권총)을 지급해 전투 지휘 여건을 보장한다. 미군은 팀마다 기관총·유탄발사기가 각 1정씩 있다. 또 유탄발사기가 탈부착 형식이라 다른 사수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군은 유탄발사기가 특정 사수 화기에 부착돼 있다. 기관총도 분대에 1정이었다가 얼마 전에 2정이 됐다. 이와 같은 분대 화기 편성의 불균형은 분대장조와 부분대장조가 각각 기동할 때 화력의 격차가 발생하고, 이는 곧 기동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또 직사화기 중심인 화기 편제에 대전차무기, 곡사 화력 등을 추가해 화력을 보강해야 한다.”

 

조상근 박사는 아군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접적 전투에서 벗어나 유·무인 복합 전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미 DARPA에 따르면, 유·무인 복합 전투는 ▲비물리적 선타(전자전 등) 이후  ▲무인 체계 선도, 유인 체계 후속 구조로 이어진다. 정밀 타격으로 생존 가능성과 전투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전투 템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조 박사는 자체 고안한 ‘한국군 유·무인 복합 전투 방법(안)’을 제시하며 “정찰·자폭 드론 등을 잘 활용하면 적과 마주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화력의 정확성은 높아진다. 전투 행동과 주기도 감소하기에 소규모 적은 10단계에서 4단계로, 대규모는 10단계에서 7단계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례로 분대 단위에서 무인기(드론)를 활용하는 미 해병대를 소개했다.

 

한국군, 보병분대 편성 팀’ 단위로 바꿔야

 

한국군 보병분대의 새로운 편성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의 ‘통합형 분대’ 대신 ‘분대본부(분대장, 드론 운용 부사관)+2개 팀’ 구조로 변경하고, 부사관 비중을 늘려 병사를 대체하는 방안이다. A안[10명, 팀당 4명, 미 육군 모델]과 B안[8명, 팀당 3명, 프랑스 육군]인데 A안은 기존 1명인 부사관을 6명으로, B안은 5명으로 늘린다.


조상근 박사는 “과학기술시대에 첨단 기술이 강조되지만 유사시에는 아날로그 방식인 수신호, 호각 등도 사용해 생존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 “목적성 있는 훈련이 돼야 한다. 특공연대의 주임무는 교전이 아닌 특정 지역에 대한 감시와 화력 유도다. CQB(근접전투) 연습이나 저격 훈련이 우선이 아니다. 작전 계획에 따라 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쇼(show)다. 주객전도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군사혁신을 위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3박자(▲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조직·편성)’를 개선하고 이를 동시에 적용·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저격수반을 만들었는데 총이 없거나, 총은 있지만 관측경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총과 관측경은 있지만 정착 탄약이 없다면 제대로 된 저격수를 양성할 수 있겠나.

 

아파치 헬기는 지상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제병 협동에 활용된다. 하지만 지상 훈련장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치 혼자서 해상 사격 훈련을 한다면 유사시에 제대로 활약할 수 있겠는가? 어떤 정책이나 전략을 짤 때 이 3박자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만 군사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

 

국가대테러센터장, 육군의 지나친 조우전 강조에 우려

 

신상균 대테러센터장은 육군에 만연한 ‘조우전 대비’ 태세에 우려를 나타내며 “임무 특성상 조우전과는 거리가 먼 특공연대 등 일선 부대 상당수가 조우전에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각급 부대가) 조우전을 위한 조우전이 아닌 각 부대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조우전을 피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부대의 전투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 있다. 현장에서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또 현장의 목소리가 육군본부까지 예산으로 반영되는 선순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 주광섭 육군 준장은 현장에서 챗GPT로 축사를 대신하며 “시대가 급변하고 기술이 발전하지만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무기 체계의 전략화와 개념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우전은 임무형 지휘 체계와 같아

 

육군본부 정책실장 김흥준 소장은 “조우전은 일선 부대 지휘관의 지휘 철학에 따라 대비(훈련)해야 한다”며 “임무형 전술, 임무형 지휘 체계와 같은 성격”이라고 했다.


임무형 전술·지휘 체계는 임무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세부 내용(수단)보다는 수행 결과, 목표 달성을 강조하는 지휘 철학이다. 이를 위해 일선 지휘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김 정책실장은 “군사혁신의 첫 단계는 교육훈련의 혁신”이라며 “조우전 콜로키움의 파동(영향)이 육군에 전파되고 이를 통해 육군 문화가 변화길 바란다”고 했다.


창끝전투 학회의 두 번째 콜로키움은 ‘자폭드론 전투, 작전, 그리고 전쟁’이라는 주제로 오는 8월 1일 오전 10시 KAIST 정근모 홀(대전광역시 유성구)에서 열린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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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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