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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대통령실, 美 인도태평양 사령관 발언 ‘해석’ 논란

"비공식 번역본에 ‘한미 양국’을 주어로 넣어 미국이 韓 핵잠수함 도입에 동의하는 듯한 뉘앙스 담았다"는 비판 나와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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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미국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워싱턴 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 나온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7월 11일 오전 8시(하와이 현지 시각, 한국 시각 12일 오전 3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사무엘 파파로 해군 대장이 림팩(RIMPAC) 훈련 현장 취재에 나선 한국 국방부 출입 기자들(7개 매체)과 인터뷰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구 면적의 52%에 해당하는 영역을 담당(해상 83%, 육상 17%)한다. 36개국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한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연합 해군 훈련인 ‘환태평양 훈련(RIMPAC) 2024’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국이 참가했다. 1971년 시작된 이래 29차례 실시됐다. 1971년 연례 훈련으로 출발했으나 규모가 커지자 1974년 격년제로 전환됐다. 이번이 29번째다.


한국 취재진은 파파로 해군 대장을 만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투입 가능성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따른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이하 핵잠수함) 도입 여론에 대한 생각과 미국의 지원 여부 등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직후 한국 언론은 ‘미 인태사령관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보유)에 긍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에는 ‘필요하다면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상당수였다. 이 보도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에 긍정적’이라는 확대 해석까지 나왔다. 


비공식 인터뷰 번역본


위와 같은 반응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미 인태사령관의 발언을 잘못 번역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배경에는 대통령실이 출입 기자에게 배포한 ‘비공식 인터뷰 번역본’이 있다.


인터뷰 당시 핵잠수함 관련 질문에 파파로 인태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From the standpoint of submarine warfare, I think it’s important as allies and partners to find the most efficient and effective ways to combine our capabilities in ways that most effectively defend our alliances and partnerships. And if the operational analysis leads us to believe that, then we can move forward at a later date.


We should approach this from a standpoint as equals and move forwards.  At this time, I don’t have a comment on that, one way or another. But I do have a comment that as equal partners and highly technical countries, we have to approach this from the standpoint as equals.”


대통령실이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한 ‘비공식 번역본’은 위 내용을 이렇게 번역했다.


“잠수함 전투 수행과 관련해서는, 동맹국이자 안보협력 파트너국으로서 한미 양국이 전력을 통합하고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계속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전 분석의 결과 이러한(핵잠수함 도입) 믿음이 생긴다면 추후에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의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각자가 동등하고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서, 이 사안에 대한 접근은 모두가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공식 번역본’은 파파로 사령관의 발언을 ‘동맹국이자 안보협력 파트너국으로서 한미 양국’이라고 해석했는데, 이를 두고 원문은 ‘동맹국, 안보협력국과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준만이 언급됐음에도 이 대목을 그렇게 번역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비판자들의 지적이다.

 

핵심은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말할 것이 없다’

 

대통령실 번역본에 문제를 삼은 전문가들은 “‘At this time, I don’t have a comment on that, one way or another(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것도 말할 것이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했다.


외교부, 국방부 등에서 한미 협상 업무에 20년 이상 참가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실 번역본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기 위해) 한미 양국을 주어로 해서 잠수함 운용 방식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영어(원문) 문장 어디에도 한미 양국이란 표현은 없다. 인태사령관은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러 동맹국과 같은 노력(을 하겠다)는 일반론을 말한 것이다. (여기에는) 호주가 될 수 있고 일본도 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을 콕 집어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인태사령관을 만났음에도 림팩 훈련과 관련된 보도가 적어 대변인실 차원에서 ‘비공식 번역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따를 것이며 국제적 ‘왕따 국가(pariah)’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美 국가 전략 변해야 韓 핵잠 도입도 가능


한국 해군의 수중작전은 주로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이뤄진다. 동해·서해 일부, 남해(이어도 남방 부근)에서 활동하는데 KTO를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동해와 달리 서해는 평균 수심이 낮아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핵잠수함(4000t 이상)은 디젤잠수함(1200~3000t)보다 크기가 더 커 쉽게 발각될 수 있다.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전략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우리 해군이 KTO을 벗어나 남중국해나 서태평양에서도 활동해야 한다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전에 한미 양국이 ‘한미동맹’보다 상위 개념인 미국의 국가 전략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새로운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이른바 ‘역할 분담’을 조정해야만 우리 해군이 대양으로 나갈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역할 분담은 미일 간의 해군 운용에도 드러난다. 일본 관할 해역(465만㎢)은 우리(43.8만㎢)보다 10배 이상 넓다. 그럼에도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전력은 재래식 22척이 전부다(한국 20척 실전 배치, 1척 전력화). 전문가들은 “작전 환경을 놓고 보면 핵잠수함이 필요한 나라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고 말한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일본은 관할 해역에서 재래식잠수함으로만 수중 작전을 한다. 이는 미일 간에 역할 분담이 명확히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핵잠수함을 도입할 필요나 명분이 없다. 다만 미국의 요구나 일본의 필요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역할이 남중국해나 서태평양까지 확대되면 일본은 SSN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지원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韓 핵잠수함 도입의 전제는 대중국 견제

 

파파로 인태사령관이 밝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에 대해 정 전문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응하는 서태평양 작전에서 동맹국들과 연합 작전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함께 대중국 견제 임무를 분담하는 동맹국에게는 핵추진 잠수함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호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중국 견제’라는 전제가 없다면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여러 이유로 반대할 것이다. 한국 해군이 북한만을 상대한다면 재래식잠수함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비역 해군 대령으로 초대 손원일함 함장을 지낸 최일 잠수함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세계적인 잠수함 상식에서 벗어나 디젤잠수함(재래식잠수함)의 단점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핵추진잠수함의 장점만을 부각한다. 마치 ‘핵추진잠수함은 KTX, 디젤잠수함은 완행열차’라는 식”이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을 하는데 저는 우리 해군이 필수 요소도 못 갖춘 해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전력(戰力) 낭비”라며 “재래식잠수함만으로도 충분하다. 핵잠수함은 멀리, 빨리 가는 데 필요한 무기체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래식잠수함으로 하루면 북한 연근해에 도달해 작전할 수 있다. 미국은 원해(遠海) 작전을 위해, 한반도까지 오려면 2~3주일이 걸리기에 25노트 이상으로 달리는 핵잠수함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 해군이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규모나 도입 척수는 어떻게 될까. 우리 해군은 통상 3교대로 함정을 운용한다. 같은 능력을 갖춘 배를 3척 단위로 생산해 3직제(▲작전 ▲정비 ▲훈련)로 유지한다.


핵잠수함 도입론자들은 4000t 이상급 핵잠수함을 6~9척 건조해 동해에 2척, 남해에 1척 상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000t 이상급을 기준으로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척당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가늠하기 어렵다. 핵잠수함은 자국 기술로 설계, 제작하는 것이 아니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척당 도입 비용보다는 부대시설을 마련하고 유지·운용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든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계획보다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핵잠수함 도입 단가는 추정만 할 뿐이다. 재래식잠수함같이 ‘시장가’가 형성돼 있지 않다. 호주 국방부는 핵잠수함 사업을 두고 2055년까지 2450억 달러(한화 약 319조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잠수함뿐 아니라 부대시설, 조립 공장 설립 등 총비용을 추산한 금액이다. 한국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핵잠수함 1척당 기회 비용 최소 10조원

 

미국의 주력 SSN인 버지니아급(7000t급)은 2024년 기준 척당 43억 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다. 한국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부터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프랑스제 바라쿠다급(4000t급)을 도입할 수 있다. 바라쿠다급은 척당 약 20억 유로(한화 약 3조원)로 예상한다.


일반적으로 무기 도입부터 수명 만료로 인한 도태(폐기)까지 드는 총 비용은 초기 도입 과정이 30%, 유지·보수가 70%를 차지한다. 핵잠수함을 1척당 3조원에 도입해 25년을 운용하면 총 10조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핵잠수함의 절대적 장점은 작전 지속 능력과 속도”라면서도 핵잠수함 역시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은 척당 획득비용이 비싸고 획득 기간이 오래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재래식잠수함 대비 정숙도도 떨어진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소음이 발생하고, 배출된 고온의 해수는 비음향 추적 체계와 열추적 어뢰에 표적이 된다. 큰 선체로 인해 수심이 얕은 곳에서의 작전도 제한된다. 핵 확산을 염려하는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점도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희망하는 나라들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의지를 꺾는 요인이다. 수명이 다한 핵추진잠수함 원자로의 폐기도 큰 숙제 중 하나다.”


해군 측의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주된 논리는 이렇다.


“우리 해군 잠수함이 북한 잠수함 기지에 은밀히 대기하고 이를 추적도 해야 한다. 배터리 충전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재래식잠수함은 이를 할 수 없다. 장기간 잠항할 수 있고 속도도 빠른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비(非)해군 출신 안보 전문가들은 “핵잠수함을 위한 해군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비판한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검토하려면 군사적 조건·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래식잠수함으로도 北 대응 충분


“우리는 현재 정전 체제 아래 북방한계선(NLL)이 실질적인 해양 경계선이다. NLL 이남 작전구역(AO)에서 작전한다는 것이다. 특수한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NLL을 월선할 수 있지만 정치적 결정 없이, 그것도 평시에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서 무작정 대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탄두를 실은 북한 핵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작전도 가능치 않다. 우리 잠수함은 1대가 대기하고 있는데 북한 잠수함은 3대가 동시에 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 전문연구위원은 “유사시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서 매복을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과 대잠(對潛) 능력으로 볼 때 우리 재래식잠수함의 단점인 스노클과 작전 지속 능력(2주가량)도 큰 단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면 재래식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잠수함은 원자력이냐, 재래식이냐와 관계없이 작전 지역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탐지 능력과 수중 공격 능력이 제한되기에 다른 대안 전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잠(對潛) 작전에는 잠수함보다 해상초계기, 대잠 헬기, 구축함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韓 핵잠 보유에 부정적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부정적이다. 2017년 8월 31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매티스 장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양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B씨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은 4~5가지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당시 배석한 미 태평양 함대 잠수함사령관 출신 프리츠 뢰게(Fritz Roegge, 해군 중장) 미 국방대 총장은 ▲값비싼 건조 비용 ▲잠수함 건조, 핵연료 교체 시설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 ▲막대한 운용 비용 ▲핵추진잠수함 요원 양성, 훈련 등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미국과 다른 국방 체계를 운영하기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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