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DB
전(前)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분석관이며 한반도 전문가인 수미 테리(사진)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혐의다.
미 연방검찰은 16일(현지시간) 테리를 기소하면서 한국 정보당국이 연계돼 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약 10년간 워싱턴DC 및 뉴욕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고위급 한국 국정원 요원들과 만나 비공개 정보 등을 건네고 한미 정부 관계자들간 모임 주선 등의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테리와 그의 변호인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태다.
테리는 한국계 이민자 출신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떼 미국으로 이민해 하와이, 버지니아에서 성장했고 뉴욕대에서 정치과학 학사학위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수석분석가로 활동했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C) 선임연구원과 백악관 한일오세아니아담당 보좌관, 국가정보위원회 동아시아 담당관,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등을 거쳤다.
기자는 2017년 11월 워싱턴DC에서 수미 테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한미관계, 동북아현황에 대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 순방을 마쳤던 시점으로, 당시 인터뷰 내용이다.
-트럼프의 아시아순방을 평가하자면.
“일본은 생각대로였고 한국은 잘했고 중국은 괜찮았다. 트럼프와 아베의 밀월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트럼프가 한국에서 FTA 등 불편한 얘기를 안 한 것은 좋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외로 트럼프와 잘 지냈다는 평가가 있다.
“그래도 역시 아베, 시진핑보다는 케미스트리(어울림)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정치철학도 다르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고 한 것도 미국 측에서 들을 때 듣기 좋은 얘기는 아니다. 미일동맹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한미동맹은 언제나 견고하지 못한 느낌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아베의 태도를 접하고 나면 다른 정상들은 친밀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한국 내 반미감정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진짜 힘든 문제다. 쭉 이어져 오는 문제였는데 특히 트럼프는 tv를 보면서 뉴스나 드라마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보니 반미시위에 ‘욱’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들도 이런 상황에서 반미를 외치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로서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보다 제재와 억지가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대화라는 게 만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은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문제다. 근데 북한의 대화 준비가 무엇인가. 우리와 대화를 하려면 제재를 낮추거나 해달라는 요구는 상식적이지 못하다. 김정은이 대화하지 않겠다는데 대화를 청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나. 미국이 서둘러봐야 얻을 것도 없다. 대화를 위해서 제재를 줄이는 등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반대한다.”
-트럼프가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은 없나.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전 (미국) 정권 때는 미국의 선제타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럼프는 아니지 않나. 물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긴 힘들고 아시아 순방을 하고 온 후에는 가능성이 조금 더 줄어든 것 같지만 어쨌든 가능성은 있다.”
-김정은은 강경한 입장인데.
“내 생각엔 김정은이 스마트하게 나오고 있다.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북핵을 인지하면서 인정은 하지 않는 상황이 북한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
-북핵이 확인되면 한국도 핵 보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국 입장은 한국이 핵을 보유해선 안 된다는 것이지만 한국 입장에선 북한이 끝까지 간다면 (핵 보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맹인데 미국과 한국 입장이 다른데 정상인가.
“한국 입장에선 당연히 미국 입장과 다르다. FTA와 북핵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수미 테리는 북한전문가로 전(前)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보좌관을 지냈고 지난 11월 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에 임명됐다.
테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예전 상사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한반도를 보는 시각이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