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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청와대에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임종석씨가 서울시 중·성동구 갑 지역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 매체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대해 '임종석 컷오프(공천 배제)'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임씨를 '피해자'라고 오해하게 할 위험이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는 대거 단수공천을 받고, 비명계는 경선을 하게 되거나 배제되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이 일고 있지만, 최소한 '임종석'의 경우에는 '비명횡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당규와 전략공천 과정을 보면, 현재 임종석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해당 선거구는 이미 더불어민주당 당규에 따라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곳이므로, '임종석'이 아니라 그 누구의 공천 신청도 받지 않은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당규(공직선거후보자 추천 및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규정) 제13조 2항 3호는 현역 의원 또는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사고' 또는 '공석'인 선거구는 '전략선거구'로 지정해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종석씨가 마치 자신의 '텃밭'인것처럼 주장하는 서울시 중·성동구 갑의 현역 의원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임종석씨가 한양대 총학생회장이자 소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할 때 홍익표 원내대표는 한양대 사회대 학생회장을 했다. 홍 원내대표는 해당 지역구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을 한 임씨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3선을 기록했다. 하지만 차기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바꿔 '서초 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게 오래 전 일이다.
이런 경우처럼 현역 의원이 '사고' 또는 '공석'인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당규에 따라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전략선거구'가 된다. 이 당규는 '차기 당권 경쟁자' '향후 친문 또는 비명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임종석'이란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 이재명 체제에서 급조한 '규칙'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해당 당규는 이재명 대표 취임 전부터 이미 시행된 규칙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임종석씨가 나가려고 희망한 서울시 중·성동구 갑을 이미 1월 15일에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대문 갑(우상호) △대전 서 갑(박병석) △세종 세종 갑(홍성국) △경기 수원 무(김진표) △경기 의정부 갑(오영환) △경기 용인 정(이탄희)과 현역 의원이 탈당한 선거구 등 총 16곳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 중·성동구 갑에 대한 공천 신청을 받지 않고, '전략공천'을 했다. 당규 제정 시기, 당규 내용, 전략공관위 판단, 이후 과정 등을 고려할 때 '임종석 제거' 목적으로 이뤄진 '전략공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즉, 현재 대다수 언론매체가 쓰는 '임종석 공천 배제'란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씨를 포함한 그 누구의 공천 신청도 받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반발하는 임종석씨 주장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당원 또는 지지층에게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서울시 중·성동구 갑은 임종석씨가 한양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두 번하고, 그 친구(홍익표)가 이어서 세 번 하고, 다시 임씨가 연고권을 주장하는 듯한 행태를 보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임씨가 그런 오해를 자초하는 언행을 지속한다면, '성동구가 임종석 패밀리의 전유물이냐'란 식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가 "성동에 말뚝 박았느냐!"란 항의를 들은 까닭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