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변호사. 사진=월간조선
“이념이 밥을 먹여준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습니다.”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타락한 운동권 정치 청산을 위한 사회운동활동가 원탁회의’에 참석한 김소연 변호사는 “반일이념만 주구장창 외쳐도 후원금이 들어오고 정부지원금이 들어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지역구) 어디든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험지 출마 의지를 밝힌 뒤 귀경해 마이크를 잡았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페미니즘은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 남녀 갈등 조장으로 흘러가도 후원금 벌이, 정치 발판 등으로 당장 밥을 먹여준다”며 “여성을 모두 피해자로 만들고 변태적 공포심을 조장하면 정치꾼들이 알아서 그 상황을 활용하는 대가로 밥을 먹여준다”고 지적했다.
탈(脫)원전에 대해서도 “영화에 나온 건 영화일 뿐이어도 상관없다”며 “원전사고 공포심만 활용하면 밥 먹여주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4대강 사업 효과, 광우병, 부동산 정책, 국민연금, 지방자치제도, 민주시민교육, 차별금지법 등에 대해서도 ‘이념이 밥 먹여준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30~40대 우리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념’을 숨긴 자들에게 속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을 말하면서 한반도기(旗)를 갖고 ‘통일’을 외치고,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면서도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통일’을 외칩니다. 세월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행사에서도 한반도기를 가지고 ‘통일’을 외칩니다. 페미니즘과 인권을 외치는 행사에서도 ‘통일’을 외칩니다. 우리 세대가 ‘이념이 밥 먹여주냐’면서 이념에 대해 철 지난 촌스러운 문제로 치부할 때, 누군가는 더 극단적 이념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는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공동의장 김건‧이범석), 국민노조(사무총장 김준용), 행동하는 자유시민(상임대표 박소영),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인환), 전진한국(대표 한경주), 민주화운동동지회(회장 함운경) 등의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운동권 정치 청산’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시민단체 ‘통합과 전환’의 주대환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건 신전대협 공동의장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향해 “타락한 기득권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라”고 지적했다. 1997년생인 김 의장은 “구(舊)전대협 세력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기성 운동권 정치인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수십 년 전 기득권의 부패를 타도해야 한다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들이 지금 부패한 기득권이 되지 않았습니까. 민주를 말하던 자들이 집권하자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헌정을 무너뜨렸습니다. 인권을 말하던 자들이 집권하자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습니다. 노동을 말하던 자들이 기득권을 위해 어려운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았습니다. 독재 타도를 말하던 자들이 삼권을 모두 장악하고 독재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김 의장은 이어 “저희 신전대협은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경찰 수사를 받았다”며 “경찰은 영장도 없이, 무단으로 가택에 침입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검찰, 경찰에서 민간인을 수백만건 이상 사찰했을 때, 대자보를 붙이거나 독서 모임을 했던 학생들의 통신자료도 예외 없이 사찰당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송시영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1992년생이다. 송 위원장은 “선거철마다 ‘누구를 뽑아라’라고 종용하고 정치 후원금을 강요하며 ‘누구를 구속하고 누구를 석방하라’를 외치는 건 노동자 단체가 할 일이 아니”라며 기존 노동조합을 비판했다. 올바른노조는 ‘MZ노조’로 알려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다. 2021년 6월 ‘공정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여 그로부터 두 달 뒤 지금의 이름으로 정식 출범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