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밤 8시 30분경 타고 있던 승용차가 8.5톤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상태가 호전됐다. 기자는 7일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가서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어봤다. 유 전 본부장의 머리는 씻지 못한 듯 헝클어져 있었고 의자엔 먹다 남긴 아침밥이 놓여 있었다.
- 몸 상태는 어떻나요.
“쳐져있어요. 허리, 어깨 쪽 통증이 있고. 두통은 처음엔 어지러웠는데 약 먹고 나아졌어요.”
- 전치 몇 주, 이런 진단 나왔습니까.
“아직 안 나왔습니다.”
- 경찰의 신변 보호 조치는 받고 있습니까.
“어저께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신변 보호 필요하냐고. 그래서 필요 없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지난번에 (구치소에서) 나와서 경찰 신변 보호를 받았더니 (경찰관들이) 추운 겨울에 너무 많이 고생하시더라고요. 여러 사람들 나오셔가지고. 그리고 지금 다른 일도 많잖아요. 근데 여기에 이제 여기에 한 분도 아니고, 팀 단위로 나와서 하는 건 제가 봐도 좀 아닌 것 같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그것’ 때문에. 저도 겨울에 추운데 바깥에서 그러고 계시더라고요. 그냥 스마트 워치 정도 주면 괜찮아요. 그리고 사고 같은 걸 작정하고 의도하면 경찰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경찰관도) 같이 죽는 거지.
- ‘그것’이라니요?
“요즘 무슨 일을 꾸미더라도 옛날처럼 칼잡이를 보내진 않는다고 해요. 가스나 액체 이용해서 뭐 심장마비, 이런 거지.”
- 두렵진 않으세요?
“아니요. 감옥에 있을 때부터 두려움이란 건 사라졌어요. 다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감옥에 있었을 때 가장 만나고 싶었던 게 저승사자였으니까. 두려움 같은 건 이제 전혀 없어요. 이번에 사고 난 딱 그 순간, ‘아, 나는 이제 죽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차가 확 돌 때, 살아온 순간들이 확 지나갔어요. 사고난 순간, 그 1초 그 순간에. 인생 뭐 별거 있나요.”
- 타고 계셨던 차량이 가해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저는 그 경찰 조사가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너무 급하지 않아요? 운전자 차량의 블랙박스만 보고 발표한 거나 똑같아요. 채널A에서 추월당한 차량의 블랙박스를 공개했잖아요. 거기에 보면 정확히 나와 있어요. 저는 선행 차량, 이거(트럭)는 후행 차량이예요. 후행 차의 깜빡이(방향 지시등)가 1초 정도 먼저 켜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차선에 이미 들어왔는데 (트럭이) 득달같이 쭉 와요. 깜빡이도 거의 동시에 켜졌는데, 우린 (깜빡이를) 키고 좀 이따 들어간 거고, 여기(트럭)는 키자마자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트럭이 뒤에서 오고 있었으니, 우리를 분명히 봤을 거예요. 우리가 앞에 있었으니까. 근데 밀고 들어와요. 그리고 ‘빵’ 소리도 안 났어요,”
- 경적 소리가 안 들렸나요.
“‘빵’ 소리도 안 났고, 나중에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브레이크 등도 안 들어오더라고요.”
- 경적이 없었다고요.
“없었어요. 쿵 소리만 들었다고요. 그리고 브레이크 등도 사고난 다음에 들어와요. 그리고 사고 난 뒤에 (트럭이) 왼쪽으로 더 들어와요. 마치 한 번 더 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채널A가 보도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다.
- 트럭이 왼쪽으로 간 건, 물리적으로 밀린 거 아닐까요.
“아니죠. 물리적으로 안 밀리죠. 오히려 사고가 났을 때, (트럭 앞에 있던) 우리가 왼쪽으로 가는 걸 봤으면 (트럭은) 오른쪽으로 가야 되죠. 경찰에서 이런 걸 다 놓치고 있어요. 이 사람(트럭 운전사)은 오른쪽으로 가는 차량이기 때문에 오른쪽을 볼 수밖에 없어요. 밀어버리려고 오는 거지.”
- 사고 직후 상황은 어땠나요.
“차가 쿵쿵 거리면서 밀려나왔죠. 관성이 있잖아요. 그리고 영상을 보고 더 이상했어요.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100번 정도 봤어요.”
- 사고 직후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트럭 운전자는 사고 난 다음에 안 내리더라고요. 우리는 트럭보다 소형 차량인데,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라서 (뒤에) 차들이 밀리고 차는 빼줘야 하고. 정신이 없었어요. 한참 걸렸어요. 그리고 트럭은 1차선 주행을 한 것도 (법령) 위반이지만 소형차랑 부딪혔으면 사람들을 구조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닌가요. 저는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창문에 찧어서 너무 아픈데. (1차선에서 사고가 났으니) 쩔뚝거리면서 (2‧3차선에서 오는) 차들 피해서 겨우 건넜어요. 그래서 대리 기사님이 트럭 쪽에 먼저 갔는데 아무도 안 나와 있었다는 거예요. (트럭) 앞쪽으로 가봤더니 (트럭 운전사가) 그냥 앉아 있더래요. 저만 찜찜한가요.”
- 경찰의 1차적인 판단은 단순 접촉 사고였는데요.
“경찰이 이 트럭이 어떤 화물을 싣고 왔고, 목적지가 어디였고, 화물을 신청한 곳은 어디였고, 몇 시에 출발했고, 차주가 누구고, 이런 걸 확인해 봤습니까. 제가 의혹을 제기하겠다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운전자의 행동이 이상했고, 경찰의 발표도 너무 섣불렀다, 이 두 가지를 얘기하려는 거예요.”
- 재판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내일 재판이 대장동 본류(本流) 재판인데 불출석이고, 다음주 월요일 재판은 제가 안 가고 변호사들만 가서 변론 분리 요청할 거예요. 화요일 재판은 제가 증인인데, 갈 겁니다. 내일까지는 (법정에) 가는 건 무리인 것 같고요.”
- 앞으로 증언 계속할 겁니까.
“(이 사건 관련)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할 거예요. 왜, 나도 죽다 살았으니까. 못 죽었으니까.”
대화 도중 유 전 본부장의 아내로 보이는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유 전 본부장은 “꿈이 안 좋았어?”라고 물으며 안심시키려 했다.
사고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차량을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 몸 상태는 괜찮으십니까.
“지금 병원에 와 있어요.”
- 전치 몇 주, 이렇게 진단이 나왔습니까.
“아직 안 나왔어요.”
- 사고 직후 트럭 운전사를 보셨나요.
“손님에게 괜찮냐고 두 번 정도 물어보고 차에 시동을 다시 걸어서 빼려고 하는 데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휴대폰을 갖고 신고하려고 갓길로 나와서 (트럭이) 혹시 도망갈 지도 모르니까 그 차(트럭)까지 뛰어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제가 차 앞으로 가니까 그제서야 (트럭 운전사)가 차 안에서 내려오더라고요.”
- 트럭 운전사도 다쳤나요.
“다칠 일이 있나요. 트럭 쪽은 보험사에 신고해서 (보험사가) 빨리 왔더라고요.”
- 두 차량이 부딪히고, 트럭이 왼쪽으로 간 건 어떻게 보시나요.
“저도 (블랙박스) 화면을 보니까 순간 놀라서 핸들을 돌린 것 같아요.”
- 트럭 운전사가 놀라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건가요.
“그런 식으로 돌린 거죠.”
- 경찰의 1차적 판단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인정 못하죠. 제가 트럭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하지만 트럭은 우측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제 차량을 볼 수 있어요.”
- 트럭 운전자 시야에선 우측 A필러(앞 유리와 측면 창문 사이 기둥)에 가려 못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순간적으로 안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쪽(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고 가면 A필러 아니더라도 보입니다. 그 높은 데서.”
- 트럭 운전자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경적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게 사실입니까.
“네.”
의왕경찰서 경비교통과 과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럭 화물칸에 무엇이 실려있냐는 물음에 “파악이 (잘 안 돼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조사가 진행중이고 나중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차의 예정됐던 경로에 대해선 “하남에서 평택으로 가는 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 전 본부장은 환자복에 적힌 병원 이름이 드러날 수 있어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