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고, 행동에 돌입한 지 3일째 되는 2일에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소위 '원로'들이 격려 차원에서 국회 본관 앞 '이재명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2004년을 끝으로 낙선을 거듭하다가 사실상 정계 은퇴를 하게 된 이부영씨를 포함한 자칭 '민주화 원로'란 이들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자칭 '원로'들은 "절벽을 쳐다보고 소리치는 형국 같다”며 “국민께서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칭 '원로'들은 “단식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국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단식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민주당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인 1일에는 경남 양산시에 거주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해 격려했고, 그 다음날인 2일에는 자칭 '원로'란 자들이 무리를 지어 이 대표를 찾아 응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단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의문이 드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전 대표는 1년 동안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뒤 지속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도덕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직면한 위기의 본질적 원인으로 '도덕성 붕괴'를 지목한다. 그 이상 얘기는 하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 탓에 운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검찰 소환 또는 체포동의안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분이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가 누구로부터 비롯됐는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객관적으로 명분이 약하다. 과거 야당 대표들이 거대권력과 싸울 때 최후의 수단으로 내세웠던 게 '단식'이었던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당은 현재 일부 '비명계'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재명 사당'처럼 움직이고 있다. 폭주 운운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리한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쪽은 오히려 이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란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그런 원내 1당의 대표다. 그가 자부하는 것처럼 불과 1년 전, 의정 경험이 3개월에 불과한 '초선 의원 이재명'은 압도적인 득표율(78%)로 원내 1당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가 그 뒤에 보인 정치적 언행, 그가 받는 각종 혐의 또는 의혹 등을 고려하면 그의 '무기한 단식 농성'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비명계 또는 친낙계 의원들은 '이재명 단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친낙계 윤영찬 의원은 "왜 단식을 하는지 국민이 제일 이해해야 하는데, 국민이 잘 이해를 하고 계신가(8월 31일)"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표적인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단식'에 대해 "냉소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일각에서 '이재명 대안'으로 꼽는, 또 스스로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단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제는 '무명인(無名人)'으로 분류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이들까지 '반(反)윤석열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이재명 단식'을 칭송하는 마당에 이 전 대표는 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걸까. 그는 그저 '이재명 단식'에 무관심해서 응원, 격려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극성 지지층인 '개딸'로부터 '수박왕'이란 비난을 듣고 싶어서 지금까지 전화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전 대표가 공감 얻기 어려운 이유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한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그는 '개딸'의 융단폭격 대상이 되겠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 소위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어부지리'만 바란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이다.
참고로,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시절 단식 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위로한 바 있다. 2019년 11월 24일 당시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자유한국당을 따돌리고 추진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에 반대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5일째를 맞았다. 당시 황 대표의 건강 상태를 매우 안 좋았다. 거의 천막 안에 누워 있었고, 주변의 부축을 받아야 운신할 정도로 기력이 쇠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낙연 당시 총리가는 황 대표의 천막을 찾았다. 황 대표는 반쯤 누운 상태로 이 총리를 맞았다. 1분 정도 짧은 대화를 나눈 당시의 이 총리는 “건강이 상하시면 안 되니까 걱정을 전했고, 황 대표가 이렇게 어려운 고행을 하는 그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