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물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 재범 위험이 높은 학대자는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사육금지제와 동물 유기자에 대한 벌금을 최고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와 유실·유기 동물 수를 각각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강아지 안과’ 등 진료 분야를 특화할 수 있도록 ‘수의 전문의 제도’ 신설과 반려동물 상급(2차)병원 도입 등 동물 의료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동물 학대자가 일정 기간 동물을 사육하지 못하게 하는 ‘동물 사육 금지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과 논의해 세부 기준을 마련해 오는 2027년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동물 소유자의 보호·관리 책임을 명확화하고 유기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동물을 유기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데 기준을 ‘500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동물병원이나 호텔에 동물을 맡기고 장기간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유기 행위에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동물 유기·유실과 불법판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든 개를 의무 등록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등록 대행 기관이 없는 읍·면, 도서 지역은 예외적으로 동물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보다 쉬운 동물 등록을 위해 비문(코의 무늬) 등 생체 정보도 활용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한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에서 반려견 훈련·교육장, 야외놀이터, 카페 등 부대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하기로 했다.
또 길고양이 돌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주민, 길고양이 보호 활동가(캣맘)가 함께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길고양이 실태 조사를 확대하고 밀집 지역에서 중성화 사업을 한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민간 단체와 동물보호의 날(10월 4일) 행사를 준비하고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을 내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올해 초등학교 늘봄학교와 중학교 교과에 동물 복지 교육 과정을 도입한 데 이어 내년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이를 도입한다.
또 개 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 관리 방식을 변경하고, 맹견 사육허가제의 이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 영업장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생산업 동물 관리 기준을 상향하고 관련업에 허가 갱신제를 도입한다.
동물 거래에서 판매업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동물 불법 유통과 사기 분양을 막기 위해 생산업체에서 부모견과 자견의 번호를 연계해 관리하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진료 분야를 특화한 수의 전문의를 양성하고, 동물이 증상 정도에 따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 상급병원과 전문병원 등 동물 의료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동물 의료체계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6월 ‘제1차 동물 의료 육성·발전 종합계획’에서 발표한다. 펫시터, 동물 호텔 등 위탁관리업과 미용업을 출장 영업 형태로 확대하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입지 조건을 완화하는 한편 수목장 도입과 지역주민 지원 근거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를 오는 2029년까지 지금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실·유기 동물의 수를 2023년 11만3000마리에서 오는 2029년 6만마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